독서 (서평+독후감)/소설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 허밍버드

야곰야곰+책벌레 2022. 5. 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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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나 영화 속의 프랑켄슈타인은 괴짜 박사가 만든 괴물로 소비되었다. 여기저기 시체를 이어 붙여서 생명을 불어넣어 온 몸에는 바느질 자국이 존재했고 인간보다 더 크고 더 센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 와중에 프랑켄슈타인이 괴물로 인지되고 있었고 그리고 굉장히 무서운 호러 소설로 인지되고 있기도 했다.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배경은 유명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유명한 작가인 부모를 가진 메리 셸리는 글 쓰는 것이 무엇보다 익숙했지만 작가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글 쓰는 것보다 몽상을 좋아했다. 그의 남편은 그녀에게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녀는 그저 단편적인 글짓기나 편집 정도만 했다. 그러는 와중 바이런 경의 모임에서 괴담에 관한 글짓기를 했는데,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누어 빠진 공상이 너무 선명하여 그동안의 글을 뒤로 미룬 채 그 기억을 글자로 옮긴 것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었다.

  사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단어에 많은 이미지를 부여한 탓에 이 책은 굉장히 공포스럽지 않을까 싶었지만 반대로 너무나 철학적인 작품이었다. 공포스러운 묘사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으스스함이 있고, 괴물이라는 공포보다는 존재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의 외로움을 더 잘 표현한 작품인 것 같다. 더 나아가 인간의 욕심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욕구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무덤을 파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어느 집안의 장남이었고, 연금술을 공부하다가 과학이라는 것에 눈을 떠서 정신없이 매진한 한 명의 과학자이다.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존재에 대한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와 그의 괴물은 연장선 상에 있어서 괴물 또한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불려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인간의 그릇된 욕구 때문에 생기 난 존재이면서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멸시를 받았던 그는 그의 창조주 프랑켄슈타인에게만은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무엇을 만들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증오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창조한 존재를 대하는 자세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왔다. 세상에 존재를 내어놓은 책임은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관심과 인정 욕구는 결국 증오가 되고 복수로 이어지지만 창조된 존재는 프랑켄슈타인을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선한 마음으로 태어난 자신이 선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증오의 덩어리, 복수의 화신이 된 것의 안타까움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이 죽고 그는 북극 어딘가에 도착해 스스로를 화장할 것이라 얘기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존재를 부정당하는 존재를 보면서 그의 외로움과 비참함을 느끼는 것은 괴물이라는 무서움을 느끼는 것보다 빠르게 다가온다. 서로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대우를 받을 수는 없지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어쩌면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는 말은 우리의 생각을 깊어지게 만든다.

  과학은 분명 발달하고 있다. 클론도 만들어지고 외계인을 만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존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1818년에 쓰인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답을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한다.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에 대해서도 파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인간이 새롭게 만들 지거나 만나게 될 존재에 대해서 그렇게 너그럽지 못할 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의 이치 속에서도 인정(인정하되 취할 건 취해야겠지만)은 노력해볼 만한 중요한 대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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