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죽이기>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고바야시 야스시의 유작인 이 책은 인공지능으로 뒤덮인 지구에서 관리되며 살아가는 인류의 삶과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리고 인류와 인공지능의 사이의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하고 있다.
로봇에게 속박을 건 인류가 되려 로봇에게 속박당하며 살아가는 모순 속에서 로봇과 인류의 공존에 대해 얘기하는 이 책은 시공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어느 노양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약 100세에 가까운 사람들로 이뤄진 시설에서 사람들은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주인공 시부로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만 다들 치매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들이라 그럴 수 있을까라며 수긍하는 듯했다. 하지만 서랍 속 자신의 일기에 적힌 암호와 같은 메시지로 인해서 탈출을 시도하려 한다.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하여 돌아오면 그 부분의 기억이 사라진다. 하지만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메시지를 숨겨 둠으로써 기억을 이어 간다. 죽이지 않는다는 설정도 용기를 낼 수 있는 주된 이유이기도 했다.
책의 절반을 넘어설 때까지 치매를 걸린 노인의 되풀이되는 일상에 대한 인문학적 소설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미래로부터의 탈출>이라는 것이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자신의 기억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 로봇과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급격히 SF소설로 전환되지만 '나아갈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탈출'이라는 메시지는 유지하고 있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기초로 한 로봇의 행동은 인류를 지켜라는 구속을 로봇에게 주었다. 인간보다 더 향상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인간은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서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로봇들은 자신들을 만든 인류 최초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서 시설을 만들었고 그들을 지키고 있던 것이었다. 인류는 인류의 보존을 위해서 로봇에게 속박을 지어줬지만 그 덕분에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기존 인류의 모습에서 벗어난 인류는 더 이상 인간으로 분류되지 않았고 로봇들도 그들을 지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들의 절멸에 대해서 무심했다. 인류의 보존은 결국 인류의 진화를 막고 있는 속박이기도 했다.
로봇들은 애초부터 인간을 죽일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스릴러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인간의 생기를 위해서 탈출 놀이를 만들어준 인공지능들의 작은 이벤트일 뿐이었다. 주인공인 소지로도 그런 점에서 마지막에 시설에서 도망치지 않고 남는다. 결국 자신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그것에 의존하다 기술을 잃어버린 인류, 무한한 삶과 능력을 위해서 자신의 모습마저 잃어버린 인류, 그 속을 살아가는 로봇.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나타나면 그들은 인간처럼 탐욕적일 것인지 생태계의 한 무리처럼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공존할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구글의 딥마인드 이후로 심화학습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사실 기계의 학습은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사실 개발자들도 실제 어떻게 학습되고 움직일지 모른다고 한다. 미래의 기술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기술들로 가득할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인간은 기계를 가르쳐지지 못하고 기생하며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책의 내용처럼 인류를 보존하라는 단순한 명제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면 지금부터라도 인공지능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생각을 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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