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게르니카의 황소 (한이리) - 은행나무

야곰야곰+책벌레 2021. 12. 1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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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케이트는 자신의 부모는 정신착란의 증세가 있어서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은 어렵게 도망쳐 지금의 가족과 함께 산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양 아버지와 방문한 미술 전시관에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고 가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작품은 팔지 않는 작품이며 아버지는 새로운 집에 실물과 맞먹는 크기의 게르니카의 모작을 선물해 준다.

  제9회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수장작인 이 작품은 분열된 인간의 처절한 사투와 결국에 풀어내는 자신의 과거를 매력적으로 풀어 나간다. 이 책은 은행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주인공 케이트의 시점으로 모든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은 묘사는 굉장히 섬세하며 직관적이다. 유전적 질환으로 환상을 보게 된다. 양 아버지는 그녀에게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미치광이가 되기도 하지만 예술로 승화시키면 거장이 될 수 있다고 그녀를 다독여 주고 그녀는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리며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더 이상 환상이 나타나지 않자 먹던 약을 끊어버리게 되고 그녀는 주최할 수 없는 광기에 잡아먹혀 수개월을 정신병동에서 지내게 된다.

  그녀는 그림에 대한 욕심을 지속하고 싶어 양 아버지가 제안한 병원에서 그림 수업을 하게 되며 집을 나와 친구 니콜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또 약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약 복용을 끊게 된다. 그녀는 꿈속에서는 멋진 그림을 그려내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런 고뇌 속에 그녀는 병동에 갇혀 있는 에린을 찾게 된다. 그녀가 꿈에서 보았던 그림을 그리는 에린을 보고 거래를 한다. 결국 그녀는 에린을 자신의 거처로 데리고 온다.

  이 작품의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어느 것이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자아의 심리적 묘사로 이끌어 간다. 케이트가 에린을 만나면서 꿈과 현실을 구분하려는 노력마저 그만두게 된다. 그녀에게는 에린이 생겼고 둘을 보살펴 주는 수잔이 생겼다. 에린이 그려주는 그림을 모아서 천재적인 작가로 데뷔하는 케이트. 그런 케이트를 계속 악의적 행동으로 이끄는 에린 그리고 그들을 보살펴 주는 수잔. 그렇게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간다.

  읽어 나가다 보면 읽는 나조차 어디가 꿈인 부분인지 어디가 현실 부분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나도 케이트처럼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않기로 하고 읽어 갔다. 정신 분열을 가진 주인공을 가졌기 때문에 작품 속의 모든 내용은 곧 주인공의 스토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분열된 두 자아가 충돌하며 광기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은 소름이 돋았지만 몇 장 뒤에 말끔하게 정리해버리는 저자의 서술 방식에 조금 의아했지만 마지막의 새로운 반전은 책을 마무리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시켜 줘서 좋았다.

  읽는 내내 텐션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심리적인 변화의 전개 때문이기도 했다. 스페인 내전에서 독일군이 게르니카에 투하한 폭탄으로 인해 사망한 수많은 민간인의 모습을 담은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메시지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황소나 말이나 모두 학살당한 짐승일 뿐이다"라고 말한 피카소의 말처럼 분열된 여러 개의 자아 또한 그냥 학대를 당한 한 인간이었을 뿐이었다. 

  독일군 장교가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당신이오?"라고 질문했을 때 피카소가 "당신들이 그린 그림이지"라고 대답했듯. 케이트의 그림을 그린 독일군 장교 같은 인물의 반전마저 완벽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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