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자마자 왜 거꾸로 소크라테스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뒤집어 생각하는 철학서인가도 싶었지만 이 책은 5편의 단편 소설이었다. 단편 소설이면서 그 안의 인물들이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철학을 품고 있는 이 소설은 소미 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라고 하면 가장 대중적인 철학자가 아닐까 한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무지의 지' 즉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지를 말한다. 진정한 지는 자신의 무지를 알아채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얘기다. 그 소크라테스에 '거꾸로'를 붙인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무지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어른들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으로 얘기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다섯 개의 단편에는 저마다의 철학적 질문이 들어 있었다.
첫 번째 소설 <거꾸로 소크라테스>에서는 선입견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중에서도 '교사 기대 효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교사 기대 효과'는 교사가 학생에게 가지는 선입견으로 인해 학생의 진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피그말리온 효과>라고도 한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선입견을 부수기 위한 에피소드다. 그중에 핵심적인 문장은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라는 것이었다. 외부 자극에 대해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문장이다.
두 번째 소설 <슬로하지 않다>에서는 왕따에 대해서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해서 얘기한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운동을 잘하는 것은 친구들의 중심에 서는 방법 중에 하나다. 타 학교에서 왕따를 시키던 가해자가 새로운 생활을 위해서 스스로 약해 보이게 행동하는 모습 그리고 운동회를 위한 선수 선출 시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소수에게 다수결을 내밀어 다수 의견을 밀어붙이는 모습에서 왕따라는 것도 작은 사회의 민주주의 폐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세 번째 소설 <비 옵피머스>에서는 인간관계는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과 법과 규칙에 위배되지 않더라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 그것이 자신의 평판이 되며 그것은 차후 변하는 인간관계에서 스스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한다. 외계인이었지만 평범한 트레일러로 변신해 있던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처럼 사람은 외모로만 판단해서도 안되며 사람의 관계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네 번째 소설 <언스포츠맨라이크>는 농구에서 벌어진 언스포츠맨쉽 파울과 우리 사회의 범죄와 연결시켜 본다. 필사적으로 경기를 진행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언스포츠맨쉽 파울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범죄의 동기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지만 범죄자들 중에는 삶을 필사적으로 살아가다 터져버렸을지도 모른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하면 좋겠지만 그들은 다시 사회라는 코트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행복하지 못하면 또 범죄는 반복된다. 비난만이 정말 방법일까라는 질문을 한다. 농구의 마지막 1분을 <영원>이라고 부르듯 인생이 끝날 것 같은 순간도 <영원>과 같다며 위로하며 그럼에도 언스포츠맨쉽 파울을 하면 상대에게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이 다시 넘어간다는 것을 범죄자들도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에둘러한다.
마지막 소설 <거꾸로 워싱턴>은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한다.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정당한 행위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말에도 '긁어 부스럼'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매 순간 정당한 행동을 하는 것이 맞냐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처음에는 <미움받을 용기>처럼 문답형 철학서인 줄 알았다.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철학적 질문들이 연달아 나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언어로 철학을 논한다는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아이들의 행동으로 그리고 회상을 통해 주위 어른의 말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살아가며 한 번쯤은 받아본 질문들이지만 아이들의 에피소드를 곁들인 이 책은 읽기에도 편하고 많은 생각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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