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죽이고 싶은 아이 (이꽃님) - 우리학교

야곰야곰+책벌레 2021. 12.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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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책을 받고도 조심스러웠다. 아이들은 내용과 무관하게 단어를 보기 때문이다. 애들 보지 못하게 조금 높은 곳에 올려두었는데 딸내미가 책을 정리한답시고 요리조리 옮기다가 제목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제목이 좀 그렇다"라고 하는 딸의 반응에 "내용은 그렇지 않아."라고 바삐 책을 뺏었다.

  세상의 눈이 어쩌면 살인일지도 모르겠다. 죽이고 싶었던 마음을 살인으로 몰고 가는 비정상적인 진실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학교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주연과 서은은 절친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는 서은을 주연이 둘러싸며 그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서은과 주연은 공통점이 있었는데 둘 다 많이 외로웠다는 것이다. 서은은 가난에 주위 환경에서 배제되었고 주연은 높은 기대감에 자신을 잃은 상태였다. 둘은 어쩌면 그렇게 서로를 채워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시작부터 서은의 죽음을 말하며 주연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세상의 지탄과 함께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매스컴은 앞다투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들쑤시고 진실은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은 듯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장변호사가 어느 정도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듯했지만 범인의 독백으로 마무리해 버린다.

  그럼 작가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아무 이유 없이 왕따 당하는 아이들과 그것에 관심 없는 사람들. 부유했지만 자신을 잃은 아이들. 진실과 상관없이 상처를 들추고 이슈만 만드는 미디어들. 의뢰인의 상황과 상관없이 승소만 노리는 변호사. 과연 무엇이 가장 잘못되었을까?

세상은 진실을 듣는 게 아니구나.
세상은 듣고 싶은 대로만 듣는구나.

  이 짧은 문장이 가장 날카롭게 남아 있다. 아이의 얘기를 듣지 않은 부모도 사건을 접한 주의 사람들의 반응도 언론도 재판관도 모두 그랬다. 물론 자신의 경험에 기대를 더해서 말하는 것은 인간의 습성 인지도 모르겠다. 시종일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거잖아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주연의 반응도 이 말에 이어져 있다.

  소통과 배려가 중요하다고 늘 얘기하지만 평소에 관심도 없는 일에 마녀사냥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군중심리는 생각보다 무섭다. 서은은 주연에게 '죽이고 싶을 만큼 사랑했던 아이'였다. '제목에 죽이고 싶은 아이'는 여론이 바라보는 주연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벽돌을 던졌다고 비난하는 나의 말에도 짱돌이 있을 수 있음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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