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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친했던 사이가 멀어지게 될까?

야곰야곰+책벌레 2022. 7. 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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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3355.html

  가까이 사귀어 정이 두터운 것을 친한 사이라고 한다. 다행스럽게 '가까이 두어'가 아니다. 거리와 상관은 없다는 얘기도 되니 말이다. 친하다는 것은 자주 만다고 연락하고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누는 것일까? 아는 사이보다 조금 더 친밀한 사이 정도랄까. 조금 건조한 말로 한다면 '사이좋은 사이' 정도로 표현하고 싶다.

  친밀도는 공간의 거리보다는 마음의 거리가 더 중요하다. 매일 곁에 있다고 해서 좁혀지는 거리 또한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가지되 교집합이 많아지는 사이랄까. 밀당을 하지 않아도 내가 힘들 땐 상대에게 기대고 상대가 힘들 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이가 자연스레 이뤄지는 사이다.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 것을 기대지 않는 것을 탓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품을 줄 아는 사이가 친한 사이다. 확고한 신뢰가 밑바탕에 있다.

  친할수록 연락에 집착하지 않는다. 친했던 사이는 십수 년이 지나 만나도 여전히 친밀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정도의 느낌이랄까. 살다 보면 불현듯 생각나도 연락할 수 있는 사이랄까. 친함은 믿음 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보다 희귀하고 살면서 한 명 알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 더더욱 만나기 쉽지 않다. 적당히 경계를 그어가며 사는 것이 인생의 묘라는 것을 알아버리기 때문이다.

 

  친했던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믿음이 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지만 신뢰에 금이 간다는 것은 어느 관계에서도 굉장히 위험한 신호이기도 하다. 평소와 다른 행동이 잦아지고 민감한 부분을 타인에게 들추어내거나 좋았던 시간들을 부정하는 그런 사건들이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런 사건들은 결국 둘 사이를 '편안하지 않은 상태'로 만든다. 그러면 그 거리는 자연스레 멀어진다. 중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것처럼 둘 사이는 급속도로 멀어지게 된다.

  친함을 너무 희소하게 얘기했던 것 같지만 인생에서 인연이라는 것은 사실 중요하다. 스치듯 지나가고 '일생의 단 한 번의 인연'이라고 얘기한 법정스님의 말처럼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그런 '인연'이었을 거다. 그 인상이 좋았든 나빴든 나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하찮게 여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인연으로 스치는 것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사실 '친함'이라는 말보다는 '사이좋음'이 좋은 것 같다. 인생을 살면 자연스레 멀어지고 자연스레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사이좋은' 사람들도 바뀌어 간다. 친함이 피곤이 되지 않도록 나쁘지 않은 관계 정도로 살아가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닌 듯하다. 사무치게 외로운 날에는 온기를 느낄 만큼의 가까운 사람들이 필요하겠지만 그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행복은 숫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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