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능력은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에 못지않게 강력한 능력은 상대가 상상한 것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집단 지성으로 이어지게 되고 인간에게 끊임없는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인간에게 멈추어 있는 것은 오히려 퇴보하는 과정으로 인식되어 있고 변화하는 우주의 진리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은 죄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거대한 우주의 변화 속에 인간의 변화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의 섭리에 맞춰진 하나의 행동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농경을 시작하고부터 인간은 몸집이 작아졌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의 신체 조건은 발달했지만 수렵 생활을 하던 시절에 비하면 이제 겨우 비슷해졌다고들 한다. 인간의 뇌의 능력은 전혀 발달되지 않았다. '적자생존'의 생태계 속에 인간은 학습으로 진화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진보는 물질적으로만 이뤄졌고 정신적으로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과학과 기술은 불과 몇 해 전과 비교해도 그 차이가 어마어마 하지만 예술과 철학과 같은 것은 오히려 고전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더 가치 있게 얘기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연의 섭리라고 하기엔 지금의 속도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 혹은 멈춤의 선택지가 있지만 인류는 기술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도박에 뛰어든 것 같다. 하지만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이유는 비단 기후 변화와 같은 것 때문만은 아니다. 급격하게 양극화되고 있는 사회를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적합하지 않은 존재에게 잔인한 생태계와 달리 인간에게 측은지심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구 상에서 압도적인 파워를 자랑하는 인간은 결국 인간 스스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라가 세워지고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생태계에서 같은 종족끼리 죽이려고 덤비는 족속은 인간밖에 없을 정도다. 대부분 위협과 도망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인간만은 종족 살상에 거리낌이 없는 듯하다.
전쟁의 결과는 계급을 만들었고 한쪽은 부귀영화를 한쪽은 착취의 삶을 살게 되었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 국가의 발전과 기술의 발전은 불가피했다. 현대에 들어서서도 군비 경쟁은 여전하지만 경제권을 쥐기 위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희토류 등의 자원부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제조 그리고 특허의 싸움이 심화되었다. 이제는 우주로의 경쟁도 심화되어 지구에 쓰레기를 버리던 인류는 대기권에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 구조는 결국 '승자독식 사회'를 만들고 있다. 승자독식 사회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멈추면 빼앗길 뿐 아니라 늦어도 빼앗긴다. 그동안 엄청난 것들을 만들어 내었음에도 그것을 즐길 여유는 생기지 않는다. 지속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려고 하고 선두 경쟁을 한다. 국가적인 시선에 함몰되어 범지구적인 노력에는 의외로 소극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전쟁의 역사 속에 살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문명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야생의 세계 속에 있다. 지구의 모든 나라가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규율과 그것을 어겼을 때 내려지는 징벌을 만들 수 없다면 이 경쟁은 멈출 수 없다. 이럴 때면 절대적 신이 나 강력한 외계 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가 내에서 개인의 멈춤은 개인의 선택이다. 국가 내에서는 이런 법률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조그마한 수입과 적은 욕심이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그런 삶 속으로 들어갔을 때 국가는 야생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는 별개의 문제다.
멈추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본성과 세계의 구조 속에서 멈추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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