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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26

(서평) 그 순간의 너를 나는 영원히 잊지 않아 (후유노 요조라) - 토마토출판사

일본 로맨스의 클리셰라고 하기엔 이야기의 전개가  와 거의 동일했다. 작가는 '스미노 요루' 작가의 찐 팬이거나 를 감동적으로 읽었거나 했을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이 형식이 일본 로맨스의 하나의 틀이라고 해야겠다. 클리셰 위에 스토리를 올리는 일은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꽤 잘 해낸 듯하다.  진짜 웃음. 혹은 행복을 주고 싶은 소년의 간절함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토마토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클리셰를 쓴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너무 뻔한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반대로 독자가 기대하는 그 장면을 맛깔나게 보여준다면 독자는 환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여주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을 들려주는 것. 뻔한 걸 뻔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클..

(서평) 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 (코가라시 와온) - 흐름출판

일본 로맨스의 정석이라고 해야겠다. 몸이 아픈 여자와 마음이 아픈 남자의 대립. 여자는 아프다 하지만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다. 그에 반해 남자는 어딘가 삐뚤어져 있다. 여자는 남자의 삐뚤어짐을 바로 잡아주고 남자는 그런 강인함 뒤의 불안한 상태를 마주하게 된다. 남자에게 여자의 모습이 스며들고 여자는 그렇게 사라진다. 작품은 이런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클리세 위에 글이 지겹지 않다면 그 이야기는 대단함 힘을 가진다. 이 책은 대체로 그렇다.  허무주의자 17세 소년의 로맨스 어떤 여주인공이 그 속에 사랑이라는 싹을 틔어줄까? 이 책은 흐름출판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소노 마키나. 그녀는 특이한 병을 앓고 있다. 일본의 로맨스들은 검색해야 알 수 있는 희귀병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1Q84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이후로 처음 만나는 이 책은 사실 아내가 구입해 둔 책이다. 벌써 14년이 지난 책이다. 책 아래편에 2010년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아내는 그 해 이 책을 모두 읽었던 모양이다. 그 당시의 1Q84 열풍을 간접적으로 느꼈던 것은 나만 빼고 아내나 처제들이 모두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업무로 바빴을 당시에는 읽지 못한 이 책을 14년이나 지난 지금에 읽어 본다. 무라카미의 소설은 약간 정적이고 아리송했던 기억인데 이 책은 완전 다른 느낌이다. 그 사이에 나의 읽기 능력이 향상된 건지 하루키의 스타일이 바뀐 건지는 잘 모르겠다. SF적인 요소에 미스터리가 더해져 있는 스토리는 아주 정교하게 쌓여 있다. 여러 가닥에서 시작해서 하나로 묶어내는 기술은 일본 여러 작가들에게서 만나는 기법이지만 하루키만큼..

1Q84 #3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하루키는 어떤 글을 추구할까. 앞서 두 권에서 작가는 자신의 소신을 덴고로 통해서 투영했다. 덴고가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짜임새, 쓸데없는 문장이 없는 꼼꼼함. 짧지고 읽기 편한 문장. 끊어지지 않는 텐션. 꽤나 지겨웠던 지난 단편선에 비해서 이렇게 재미나게 글을 썼는지 신기할 정도다. 2권에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은 3권에서 모두 해결해 준다. 1Q84의 세계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 그리고 그것을 해낸 덴고와 아오마메.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을 계속 추궁했던 의문의 목소리. 1Q84의 세계는 주인공 각자가 가지고 있던 삶의 응어리가 모여 있던 세계였고 어쩌면 그것이 리틀피플로 투영되어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깨고 스스로 걷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1984의 시대로 들어섰다. 어쩌면 빅..

1Q84 #2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작가는 자신을 작품 여기저기에 투영해 놓았다. 자신의 방대한 레코드에 대한 지식은 물론 아버지가 만주로 징집되어 갔던 일도 덴고의 아버지에게 투영했다. 그 시절의 모습도 아마 작품 여기저기에 투영되어 있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확한 명칭을 쓰기로 유명하다. 총기명도 정확하게 얘기할 뿐만 아니라 옷 같은 경우에도 정확한 메이커를 사용한다. 물론 몇 해가 지나도 충분히 검색해서 알아볼 수 있을 거라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다른 작가들이 묘사로 적는 것들을 하루키는 그냥 제품 명을 적어 버린다. 그것보다 깔끔한 설명은 없다는 듯이. 덴고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의 글에 대한 태도와 작법에 대한 스킬도 종종 나타난다. 1권에서도 그런 부분이 등장했는데, 2권 또한 마찬..

1Q84 #1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2009년에 발간되었으니 14년 만에 만났다. 예전에 만났던 들과는 사뭇 다른 조금 더 흥미로운 소재가 가능한 스토리로 채워져 있다. 굉장히 인문학적 글을 기대했을까. SF적인 요소와 미스터리가 버무려져 있어서 살짝 당황스럽긴 했다. 그럼에도 스토리를 쌓아가는 노련함이 역시 무라카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닥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하나의 사건으로 묶이는 과정은 여러 일본 작가들이 자주 쓰는 기법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것마저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Q84를 보면 바로 1984가 생각난다. 처음 책과 만났을 때에도 1984인 줄 알았을까. 그리고 책도 조지오웰의 1984와 묘하게 연결된다. 조지 오웰이 말했던 그 스토리가 1984년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평) 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 리드비

미스터리와 스릴러라면 범죄물, 탐정물 같은 것이 생각난다. 하지만 전쟁보다 더 스릴러에 가까운 것은 없을 것이다. 모반과 암투 그리고 배신 그 모든 것이 미스터리하고 잔인하다. 작품은 공간을 전쟁의 한 복판으로 설정한다. 오다 노부나가에 대항하는 아라키 무라시게를 설정해 둠으로써 약자들의 결정체를 파고드는 균열의 조짐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지혜를 나눠주는 간베에를 설정해 둠으로써 책의 주인공이 무라시게인지 간베이인지 모호한 배경을 깔아 두고 있다. 역사와 미스터리의 완벽한 조화인 이 작품은 픽션이다. 들판을 돌진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된 오케하자마 전투 같은 호쾌함은 없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리더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 전국시대, 농성 중인 아라키 성 내에서 생긴 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리더의..

(서평) 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 소미미디어

한쪽의 일방적인 사랑이 불러일으킬 범죄를 연상하게 했던 제목과는 다르게 작품은 세상에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에서는 감동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면 이 작품은 게이고의 치밀한 스토리에 젠더 문제를 담았다. 어떤 강요도 없이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그들이 느껴야만 하는 압박과 편견에서 살아 남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 보여준다. 세상을 그들의 잣대로 보질 않기 때문에 실마리를 잡아내지 못하는 모습 또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경계가 모호하다. 젠더 또한 다르지 않다. 흑백으로 재단하려는 세상에 대해서 그라데이션 세상을 얘기하는 이 작품은 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성소수자로서의 끊임없는 구애를 표현하고 있다. 성소수자를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고 싶은 그들의 외사..

(서평)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사카모토 유지, 구로즈미 히카루) - 아웃사이트

2021년 1월 의 칼날의 흥행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선 이 영화는 일본 로맨스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일본 영화계에서 히트를 치기란 쉽지 않다. 이 영화는 6주 동안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작품은 영화를 바탕으로 소설화했다. 사실 영화를 소설화하면 스토리가 빈약해져 소설 특유의 섬세함을 느낄 수 없는데 영화를 보질 못한 상황이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어있는 여백이 의미 있을 만큼 좋았다. 일과 삶이라는 인생의 높은 허들을 체감하며 둘만의 사랑이 말라감을 표현한 이 작품은 아웃사이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무기와 키누는 막차를 타며 생활하던 대학생이었다. 같은 작가, 같은 공연을 좋아하고 똑같은 흰색 컨버스화를 신고 다닐 만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서평) 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 소미미디어

보통의 스릴러라면 범죄자 혹은 형사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발단부터 종결까지가 보통의 전개다. 이 작품은 그 뒷 이야기를 하고 있고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고 그들이 진정으로 용서받고 사회로 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얘기하고 있다. 사건의 전개보다 주인공과 피해자 가족의 심리적 묘사가 좋았고 인간임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등장인물의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범죄자라는 낙인. 그리고 그 속에서도 인간임을 지키고 싶었던 선한 범죄자를 품는 이야기를 담는 이 작품은 소미 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작가에게는 스릴러 작품이 많았고 커버에도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여름에는 어김없이 출판되는 그런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장을 넘기며 주인공이 저지른 사건에서 '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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