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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야곰야곰+책벌레 2023. 5. 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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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2009년에 발간되었으니 14년 만에 만났다. 예전에 만났던 <단편선>들과는 사뭇 다른 조금 더 흥미로운 소재가 가능한 스토리로 채워져 있다. 굉장히 인문학적 글을 기대했을까. SF적인 요소와 미스터리가 버무려져 있어서 살짝 당황스럽긴 했다. 그럼에도 스토리를 쌓아가는 노련함이 역시 무라카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닥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하나의 사건으로 묶이는 과정은 여러 일본 작가들이 자주 쓰는 기법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것마저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Q84를 보면 바로 1984가 생각난다. 처음 책과 만났을 때에도 1984인 줄 알았을까. 그리고 책도 조지오웰의 1984와 묘하게 연결된다. 조지 오웰이 말했던 그 스토리가 1984년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묘하게 틀어진 세계 1Q84. 작면의 센스가 돋보이는 제목이었다.

 세상의 뒤틀림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하는 세계가 1Q84라고 생각하는 아오마메는 자기중심이 확고한 사람 같았다. 대부분이 사람은 내가 이상한가라고 생각을 들겠지만 이 여성은 세상이 이상한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갑자기 흘러버린 2년. 아오마메는 자신의 기억력에 의심이 없다. 세상이 그저 이상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덴고는 <공기 번데기>에서 힌트를 얻는 세계관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다. 1권 마지막에 살며시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이 책이 끌고 갈 스토리의 복선을 깔아 둔다. 인지하기 쉽지 않지만 미묘하게 다른 세계. 그 세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자신의 과거를 바꾸기 위해서다. 그런 자신만의 이야기는 이어질 2권을 예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후카에리가 소설에서 얘기한 '리틀 피플'은 어떤 사람들일까. 지브리 스튜디오의 <마루 밑 아리에티>가 생각났지만 그들은 그렇게 호의적인 인물들만은 아닌 듯했다. 아오마메와 비밀을 나누는 어르신의 집의 개를 산산조각 내어버렸기 때문이다. 후카에리는 '리틀 피플'이 실제 한다고 얘기했고 덴고는 그런 사실을 믿었다. 세상에 리틀 피플의 존재를 알린 후카에리는 그 모습을 숨겨야 했다. 리틀 피플은 생각보다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듯했다.

  1권만으로 나머지 스토리를 예상해 보자면, 이야기는 조지 오웰의 1984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들이 바랐던 유토피아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선구'였다. 자치 공동체 '코뮌'으로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개선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그 내부는 언제부터인가 변질되고 있는 듯했다. 아오마메는 그들을 파악하고 후카에리는 그들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덴고는 어쩌면 휘말리고 있다.

'선구'의 변질의 가운데 '리틀 피플'이 있을 것 같다. '코뮌'이라는 단체가 빅 브라더를 대항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던가. 그들은 코뮌을 만들었지만 어느새 권력이 형성되고 그 속에서 계급이 나뉘고 자연스레 빅브라더가 나타났을 거다. 그 속에 나타는 리틀 피플은 공동체 변질의 원흉인지 빅브라더를 응징하기 위한 새로운 생명체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조금씩 풀려나가는 이야기 속에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고 있다.

역시는 역시 600페이지가 넘은 1권이었는데 한 번도 텐션이 끊어진 적이 없다. 스토리가 절묘하게 연결되는 그 부분이 맞아떨어지는 모습에 쾌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2권부터는 사건이 더욱 빨리 전개될 것 같다. 리틀 피플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고 뒤틀어진 세상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예측가능 할 것 같으면서도 기대되는 스토리. 그것을 끼워 맞춰가는 재미를 계속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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