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독서 활동

(우리 본선의 선한 천사) 잠재된 악함은 어떻게 아는거야?

야곰야곰+책벌레 2023. 4. 12. 19:15
반응형

  밀린 숙제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뒤늦게 도착한 숙제는 우선 홀딩. 4월 우리들의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꺼내 들었다. 꺼내기도 무서울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지만 너무 잘 읽을 수 있게 적혀 있어 사실상 읽는데 큰 무리는 없다. 그냥 양이 많을 뿐이다. 

  스티븐 핑커 교수는 '계몽주의' 사상가라고 불린다. 인간은 깨달음으로써 더욱 나아간다는 것이다. 인류가 지구에 출몰한 뒤로부터 450만 년. 인간은 자신의 폭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과 같았던 잔인성은 이제는 모두가 경악할 만한 것이 되어 버렸다. 그것이 생물학적이든 문화적이든 인류는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가는데 아내가 옆에서 불쑥 질문을 던진다.

"근데 인간이 선한지 악한지 어떻게 아는거야?"

사실 이 책의 초입만 읽은 상태였다. 화석에서 발견한 잔인한 행동들, 고서에 남겨진 잔인함 등에 대한 얘기들이 이어져 나왔다. 지금의 시대엔 잔인했지만 그 시대에는 당연했을 폭력성에 대해 얘기하며 시대가 흐를수록 그 양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제대로 맛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질문이었다. 

"이 책은 역사에 남겨진 자료를 토대로 폭력성이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어."
"그런데 그 자료라는 것도 모든 걸 다 대변할 순 없는 거잖아."
"샘플링 기법이라는 게 있잖아. 일정 이상의 모집단을 조사하면 전체를 예상할 수 있잖아."
"그래도 사람이 얼마나 잔인한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잖아. 그걸로 선해졌다고 말할 순 없잖아."
"그렇지. 전체적인 경향을 파악해서 선한 방향으로 가는 걸 얘기하는 거겠지."
"법이나 규칙으로 악함을 붙들고 있는 걸 수 있잖아."
"그럼, 그것이 사라지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야? 봐봐. 예전의 잔인했던 고문이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것 또 사회가 막고 있는 걸 수 있잖아. 잠재된 폭력."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또한 선해지고 있는 게 아닐까? 바로 주먹이 나오진 않잖아"

아내는 원론적인 물음을 지속적으로 던진다. 아내와 말싸움을 해서 이길 수 없는 이유다. 정의, 공리 같은 문장으로 질문한다. 

"아 그러니까. 가정하고 자료를 모아서 주장하는 거잖아.!"
나의 패배를 인정하는 큰 목소리가 나왔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지~~ 이" 
"그래, 나도 요고 밖에 안 읽어 봤다고오.."

그렇게 대화는 마무리된다. 왠지 기쁜 듯한 얼굴이다.
남편과 대화를 해서일까. 골려줘서일까. 
됐다 뭐. 네가 좋다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