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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야곰야곰+책벌레 2023. 5. 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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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는 어떤 글을 추구할까. 앞서 두 권에서 작가는 자신의 소신을 덴고로 통해서 투영했다. 덴고가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짜임새, 쓸데없는 문장이 없는 꼼꼼함. 짧지고 읽기 편한 문장. 끊어지지 않는 텐션. 꽤나 지겨웠던 지난 단편선에 비해서 이렇게 재미나게 글을 썼는지 신기할 정도다. 

  2권에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은 3권에서 모두 해결해 준다. 1Q84의 세계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 그리고 그것을 해낸 덴고와 아오마메.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을 계속 추궁했던 의문의 목소리. 1Q84의 세계는 주인공 각자가 가지고 있던 삶의 응어리가 모여 있던 세계였고 어쩌면 그것이 리틀피플로 투영되어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깨고 스스로 걷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1984의 시대로 들어섰다. 어쩌면 빅브라더로부터의 탈출이기도 했던 것 같다.

  3권 역시 밀도 있는 짜임새가 돋보인다. NHK 수금원을 했던 아버지의 직업을 모태로 삼아 만들어진 관념체. 영혼의 집념이라고 할까. 그것은 아버지가 전달하는 마지막 메시지와 같았고 덴고뿐만 아니라 아오마메, 후카에리 그리고 우시카와까지 움직이게 했다. 사실 처음에는 스토리의 긴장감을 위한 요소로 넣었나 싶었지만 그것마저도 의미가 있었고 그 주체가 아버지의 집념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이해가 되었다. 반복되며 던지지는 메시지는 읽는 나마저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병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에게 영혼이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다면 더 이상 다른 집 문을 두드리지 말고 그만 쉬어라고 하는 덴고의 독백에서 그 의문은 풀리며 죽기 직전까지 병실 침대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었다는 간호사의 얘기가 확신을 더한다. 

  희망이 있는 곳에 시련이 있지만 희망은 추상적이고 시련은 지긋지긋할 만큼 구체적이다. 숨어 있을 수도 없고 숨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의 메시지는 후카에리를 움직이게 했고 덴고를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아오마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게 해 줬다. 지금까지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조종당해 1Q84의 세계로 왔다면 자신의 의지대로 1984의 시대로 돌아갈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아오마메는 덴고와 함께 1984의 세계로 향하기로 결심한다.

  어떤 문장도 스토리와 관계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어느 작법서의 표본과 같은 하루키의 작품이다. 별 것 아닌 문장인 듯해도 하나 같이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결국 스토리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작가는 던져 놓은 떡밥은 반드시 회수했다. 

  설명하지 않아서 모르는 건 아무리 설명해도 모른다고 얘기한 덴고의 아버지와 아무리 시간을 들여 말을 늘어놓아도 미처 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스스로 가져가야 하는 일이라는 아다치 구미의 말은 묘하게 연결된다. 우리의 인생에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굳이 전부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이해하며 또 나의 의지대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떤 세계라도 분명 위협은 존재할 것이고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것만이 사실일 뿐이다. 

닫힌 결말이면서도 열린 결말을 해놓은 하루키의 작품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재미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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