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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82

꿈길로 그대 오면 (메리 조 푸트니) - 현대문화센타

오랜만에 읽는 장르 소설. 그중에 서로 로맨스. 장르 소설의 최고의 장점은 역시 페이지 터너다. 흥미에 흥미를 더하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아픔이 있는 멋진 남자를 아름답고 강인한 여자가 치유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작품은 10년 전에 발매되어 최근의 스타일과는 다른 면이 있지만 역시 나는 이쪽이 더 즐겁게 읽히는 것 같다. 카피스탄이라는 지구의 외딴 국가 중 하나인 곳의 왕으로 소개되는 페레그린은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구해준 많은 인연들의 도움으로 영국 사교계에 정착하기 시작한다. 손과 얼굴이 유독 어두워 동양의 야민족의 왕으로 그대로 인식되었지만 사실 그에게는 사연이 많다. 오랜 생사의 고비를 넘으며 익힌 그의 경험에 기반한 본능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서평) 광개토태왕 담덕 7: 전쟁과 평화 (엄광용) - 새움

이제 성군의 반열에 들어선 담덕은 생각의 깊이가 남다르게 되었다. 덕치를 중심으로 백성을 살피고 국가를 강건하게 만들 준비가 되었다. 7권은 광개토태왕의 이야기는 그다지 많이 드러나지 않지만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간접으로 느낄 수 있다. 이제 절정에 다다르니 이야기의 전개의 속도가 붙고 긴장감이 고조되어 간다. 가장 재밌게 읽은 7권이었다. 대륙을 누볐을 우리의 광개토태왕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북위의 탁발규는 후연의 공격을 보기 좋게 피했고 되려 후연의 보급을 습격함으로써 역습을 가했다. 40만을 이끌고 중원으로 세력을 넓히려 했고 후연은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나라의 안위가 위태로운 건 백제도 마찬가지였다. 전성기를 누볐던 근초고왕을 ..

(서평) 마지막 명령 (오세영) - 델피노

오세영 작가는 중학교 때 으로 처음 만나 좋은 기억을 가진 작가다. 꽤 치밀하고 즐겁게 읽었던 책인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조금 반가웠다. 30년을 훌쩍 뛰어넘어 작가와 만나게 되었고 최근에는 인기 없을 그리고 민감할 주제를 가지고 돌아와 있었다. 사실 나도 스스로 책을 골랐다면 아마 펴보지 않았을 책이지만 델피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이렇게 펴보고 된다. 역사 소설은 픽션이 어느새 논픽션으로 써여지기도 해서 조심스러움이 있다. 삼국지를 집어삼킨 삼국지연의처럼 역사와 픽션은 가끔 다른 얘길 할 수 있다. 책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민감한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근대사 그리고 끝까지 심판받지 않고 떠난 전두환과 그를 심판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10.26일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에 당한 날 이후로 빠..

젊은 남자 (아니 에르노) - 레모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나이에 꺼내 들었던 작품이 다른 작품의 근간이 될만한 작품이라는 것이 신선하다. 작가는 오랜 세월의 숙제를 해결하 듯 작품을 내어 놓은 듯하다. 얇은 책에 절반은 또 프랑스어로 된 원문이다. 다른 작품 같았으면 단편선으로 묶여 나왔을 글이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낼만 한 것이었을까? 한참 읽기 시작하며 속도를 붙여 나가는 순간에 만난 마침표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동시에 할 말은 다했다는 듯한 저자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아쉽지는 않았다. 'Comprenez vous?' 서른 살이나 어른 남자와 사랑을 나눴던 경험에서 나온 이 작품은 '작가가 타인의 사생활을 들출 자격이 있냐?'라는 비판에 맞서는 대답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자신에게 의미 있었을 그 존재가, 오로지 그..

(서평) 광개토태왕 담덕 6. 상업의 길 (엄광용) - 새움

국사를 배우면 매번 드는 아쉬움은 '왜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지 않았을까'였다. 고구려는 백제와 신라 모두를 신하국으로 만들었을 뿐 완전한 멸망을 시키지 않았다. 완벽하게 불씨를 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후방의 평화를 도모하며 국정을 살피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언제든지 멸망시킬 수 있다는 힘만 보여주면 모든 것은 만사형통이었을 거었다. 부국강병의 길을 걸었던 광개토태왕의 또 하나의 묘수는 바로 문화와 경제였다. 천하를 호령하던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제는 중원의 거상이 된 조환과 해상을 장악한 추수 그리고 북방의 소금 거상이 된 우신이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백제로부터 탈환한 개성과 강화도의 인삼으로 무역은 더욱 활발하게 ..

1Q84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이후로 처음 만나는 이 책은 사실 아내가 구입해 둔 책이다. 벌써 14년이 지난 책이다. 책 아래편에 2010년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아내는 그 해 이 책을 모두 읽었던 모양이다. 그 당시의 1Q84 열풍을 간접적으로 느꼈던 것은 나만 빼고 아내나 처제들이 모두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업무로 바빴을 당시에는 읽지 못한 이 책을 14년이나 지난 지금에 읽어 본다. 무라카미의 소설은 약간 정적이고 아리송했던 기억인데 이 책은 완전 다른 느낌이다. 그 사이에 나의 읽기 능력이 향상된 건지 하루키의 스타일이 바뀐 건지는 잘 모르겠다. SF적인 요소에 미스터리가 더해져 있는 스토리는 아주 정교하게 쌓여 있다. 여러 가닥에서 시작해서 하나로 묶어내는 기술은 일본 여러 작가들에게서 만나는 기법이지만 하루키만큼..

1Q84 #3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하루키는 어떤 글을 추구할까. 앞서 두 권에서 작가는 자신의 소신을 덴고로 통해서 투영했다. 덴고가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짜임새, 쓸데없는 문장이 없는 꼼꼼함. 짧지고 읽기 편한 문장. 끊어지지 않는 텐션. 꽤나 지겨웠던 지난 단편선에 비해서 이렇게 재미나게 글을 썼는지 신기할 정도다. 2권에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은 3권에서 모두 해결해 준다. 1Q84의 세계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 그리고 그것을 해낸 덴고와 아오마메.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을 계속 추궁했던 의문의 목소리. 1Q84의 세계는 주인공 각자가 가지고 있던 삶의 응어리가 모여 있던 세계였고 어쩌면 그것이 리틀피플로 투영되어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깨고 스스로 걷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1984의 시대로 들어섰다. 어쩌면 빅..

1Q84 #2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작가는 자신을 작품 여기저기에 투영해 놓았다. 자신의 방대한 레코드에 대한 지식은 물론 아버지가 만주로 징집되어 갔던 일도 덴고의 아버지에게 투영했다. 그 시절의 모습도 아마 작품 여기저기에 투영되어 있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확한 명칭을 쓰기로 유명하다. 총기명도 정확하게 얘기할 뿐만 아니라 옷 같은 경우에도 정확한 메이커를 사용한다. 물론 몇 해가 지나도 충분히 검색해서 알아볼 수 있을 거라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다른 작가들이 묘사로 적는 것들을 하루키는 그냥 제품 명을 적어 버린다. 그것보다 깔끔한 설명은 없다는 듯이. 덴고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의 글에 대한 태도와 작법에 대한 스킬도 종종 나타난다. 1권에서도 그런 부분이 등장했는데, 2권 또한 마찬..

1Q84 #1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2009년에 발간되었으니 14년 만에 만났다. 예전에 만났던 들과는 사뭇 다른 조금 더 흥미로운 소재가 가능한 스토리로 채워져 있다. 굉장히 인문학적 글을 기대했을까. SF적인 요소와 미스터리가 버무려져 있어서 살짝 당황스럽긴 했다. 그럼에도 스토리를 쌓아가는 노련함이 역시 무라카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닥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하나의 사건으로 묶이는 과정은 여러 일본 작가들이 자주 쓰는 기법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것마저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Q84를 보면 바로 1984가 생각난다. 처음 책과 만났을 때에도 1984인 줄 알았을까. 그리고 책도 조지오웰의 1984와 묘하게 연결된다. 조지 오웰이 말했던 그 스토리가 1984년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평) 해류 속의 섬들 (어니스트 헤밍웨이) - 고유명사

책을 폈을 때, 뭔가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편집 때문일까 작가의 필력 때문일까. 원어로 보았을 때에도 이런 느낌일까. 문단의 구성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책에서 훌륭한 작가는 문단의 모양까지도 살핀다고 하는데, 헤밍웨이가 그런 편인가 싶었다. 그런 느낌은 1부에서만 느껴졌다는 것도 조금 신기했다. 그리고 나도 1부가 가장 좋았다. 헤밍웨이의 유작으로 알려진 이 책은 고유명사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헤밍웨이의 작품 중에는 대단한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나는 유작부터 만나게 되었다. 꽤나 무직한 두께이면서 내용마저 묵직할 듯한 띠지를 바라보며 책장을 넘겼다. 1부에서 만나게 되는 토머스 허드슨의 모습은 외로움과 기쁨이 공존하는 인간의 심리 상태를 너무나 잘 표현했다. 아이들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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