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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19

(서평)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현찬양) - 엘릭시르

여섯 편의 작품이 마치 하나의 작품인 듯이 같은 등장인물에 서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었다. 작품의 설명을 읽지 않았다면 분명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하나의 장면이 넘어갈 때 조금 뜬금없다 싶다가도 이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수렴되곤 했다. 중간중간 조금의 상상력만 발휘한다면 말이다. 조선 시대 경복궁에서 일어날 법한 기담을 만들어 모은 이 책은 엘릭시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누군가 들어주었기 때문에 완성되는 것이라는 말처럼 기담 또한 서로의 입에서 귀로 이어져 그것에 살이 붙기도 하고 조금씩 변해 새로운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곽재식 작가의 를 참고하여 궁궐의 기담을 완성해 내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생소하면서도 기발했고, 그것을 적절..

(서평) 고양이의 제단 (김묘원) - 엘릭시르

미스터리이면서도 굉장히 가벼운 이런 작품을 코지 미스터리라고 했던 것 같다. 의 작품들도 가볍다고 느꼈는데, 이 작품은 더욱 가벼웠다. 미스터리가 꼭 무서워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스터리라고 분류할 수 있다. 다르게 보면 청소년 소설이고 성장 소설이다. 중학생인 주인공의 학교 생활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해결 그리고 새롭게 맞이한 언니와의 관계가 엮여 있다. 고양이 한 마리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학교의 여러 사건들을 펼치고 모우는 묘미가 있는 이 작품은 엘릭시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후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채경은 그린 지후의 그림자 같은 또 하나의 자아 같은 지후의 새로운 언니다. 새로운 언니라는 것은 부모님들이 재혼을 했기 때문이다. 평범했던 지후의 가정과 조금은 특..

(서평)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 모로

'집착'에 대한 단어를 '가족'에 이어 붙여 스토리를 전개해 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신선한 소재도 아니고 기분 좋게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왜, 너여야만 했나"라는 평범하면서도 간절한 질문은 이 작품을 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사건 그 자체보다는 슬픔과 집착이라는 심리적인 상태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미스터리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들게 했다. 사랑의 광기로 묻어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엮여 있는 이 작품은 모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즈노 다이키라는 소년의 죽음으로 출발해서 그 소년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며 마무리된다. 완전히 다를 것 같은 두 사건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고 그 중심에는 다이키의 엄마인 미즈노 이즈미가 있었다. 15년의 거리가 있는 두 사..

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 검은숲

아름다운 미스터리. 내가 읽은 미스터리 책 중에서 이런 장르가 있었던가. 64의 섬세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긴장감을 느끼며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의 대단함을 느꼈었다. 그런 와중에 '빛의 현관만큼 좋지는 않네요'는 후기는 눈에 확 들어왔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64가 평가절하를 받는지 궁금했다. 설정은 한 인물을 찾는 과정을 그렸지만 그 속에서 그려지는 주인공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고뇌는 작가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던 것일까. 여행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무려 7년의 세월을 들여 다듬었다. 스토리는 동일하지만 원래의 문장은 10 퍼센트도 남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 작가도 자신에게 필요한 그 한 작품을 위해 피나게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주인공 아오세는 건축가다. 댐에서 틀장이를 하던 아버지를 따라 건축 현..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 허밍버드

뱀파이어 소설의 원형이라고 한다면 단연 을 떠올리게 된다. 세상에 믿지 못할 사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사실과 영생하는 존재에 대한 상상은 이 작품을 만들어 냈다. 영생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텔로미어라는 수명을 관장하는 DNA 조작들을 발견하였고, 바닷가재나 조개류 등은 몇 백 년을 산다는 것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과학적 사실이 부족한 시절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영생을 이룬다는 생각은 실제로도 믿었다. 악마와 연결되기에 자연스레 피와 흡혈박쥐로 연결되었던 것 같다. 영화나 만화로 늘 보아왔던 드라큘라였고, 뱀파이어였지만 글로써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고전 명작이라고 불릴만했고, 800페이지가 넘는 책 속에 얼마나 섬세하게 담아 두었는..

64 (요코야마 히데오) - 검은숲

12년 베테랑 기자가 10년을 공들여 만든 경찰 소설이다. 굉장히 공포스럽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안고 책을 읽었지만 잔인한 부분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700페이지나 되지만 읽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일상적인 모습에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긴장감이 있었다. 하나의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천재적인 형사의 모습이 아닌 그 앞에서 나약하기도 하고 집요하기도 한 경찰이라는 조직의 갈등과 고뇌를 서술하고 있다. 미스터리 소설이기 이전에 조직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쇼와 64년(1989년) 한 소녀가 유괴되어 끝내 시체로 발견되는 미제 사건이 발생한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건은 해결되지 못하고 공소시효는 1년을 남긴 상태로 작품..

(서평)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와카타베 나나미) - 작가정신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그렇게 즐기지 않지만 굉장한 긴장감이나 놀라울 정도의 추리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런 장르를 하드보일드 장르라고 한다. 이 작품은 하드보일드의 대척점에 서 있어서 소프트 보일드라고 하기도 하고 코지 미스터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끔찍한 살인 사건이 2건이나 발생하지만 자연스럽게 풀어져나가며 마무리까지 훈훈한 이 작품은 작가정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미스터리 장르여서 조금 긴장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홀로 있는 깊은 밤에 꺼내기 살짝 망설여지는 것이 미스터리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살인 사건임에도 그렇게 긴박하지 않다. 2건이었지만 연쇄 살인 사건도 아녔으며 범죄자의 메시지나 복선들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가장..

(서평) 2035 SF 미스터리 (천선란 외 8인) - 나비클럽

나비 클럽 출판사의 9인의 작가들이 모여 SF에 관한 글을 모았다. 나비 클럽은 미스터리를 메인으로 출판하는 곳이기 때문에 SF와 엮인 미스터리가 무척 궁금했다. SF는 미스터리와 의외로 통하는 면이 많고 서로 자연스럽게 엮을 수 있다. 무협,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들이 적어 가는 새로운 면의 SF 소설은 나비클럽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번 소설 모음집의 큰 테마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난민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테마를 가지고 있었다. 많은 작품들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최근 유행하는 SF의 주된 장르는 정세랑, 김초엽, 천선란 작가의 결핍에 대한 소수자의 이야기, 혹은 휴머니즘에 주된 축을 지고 있다. 이들의 글은 소설에서 넘어오기에 높지 않은 허들을 지고 있기 때문에..

(서평) 시시리바의 집(사와무라 이치) - 아르테

'계간 미스터리'의 서평 참여가 인연이 되었는지 아르테(arete) 출판사에서 서평을 먼저 요청해주셨다. 사실 미스터리나 호러 같은 경우는 심신이 미약하여 잘 읽지 않는 편이고 책을 읽을 때의 서늘함 감각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읽는데, 이런 서늘함을 넘어서는 스토리의 탄탄함과 긴장감이 좋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계속 도전하고 있는 최근이었기에 호러에 대한 도전도 기꺼이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먼저 서평을 제안해준 출판사에게 감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와무라 이치라는 작가의 화려한 경력도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주말 낮에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지만, 처제의 방문과 아이들과의 일정으로 결국 가족들이 모두 잠들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첫 장을 넘길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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