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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독후감)/시집 | 산문집 | 에세이 88

오르한 파묵 (이난아) - 민음사

'내 이름은 빨강'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오르한 파묵은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작가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음에도 고독한 집필의 세계로 들어섰다. 글을 쓸 때가 행복하기에 계속해서 쓴다는 그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하루 10시간을 앉아 글을 쓴다. 매일 같이 쓴다. 그럼에도 자신은 하루 평균 0.98장을 쓴다며 하루 한 장도 쓰질 못하는 자신을 소개한다. 하지만 사실 대단한 양이다. 쓰지 못하는 날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재능과 공상의 능력을 작가의 덕목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는 '글 쓰는 게 행복해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누가 글을 쓰라고 압박을 하면 그것이 너무 기뻐야 한다고 했다. 소설가란 개미와 같은 끈기로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가는 사람이며, 오로지 그 자신..

작가의 사랑 (문정희) - 민음사

민음사 사은품으로 선택하게 된 시집. 문정희라는 이름이 낯이 익어 선뜻 골랐다. 사실 시집이라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늘 윤동주나 김소월의 시를 읽었다. 조금 더 살펴보면 한용운 정도까지가 나의 시의 영역이다. (아.. 도종환, 류시화 시인도 있구나.) 그럼에도 집에 제법 많은 시선집이 있는 것으로 봐서 꽤나 시를 잘 읽고 싶단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꽤나 오랜 세월을 시를 적어 오신 분이며 요즘 시들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시대를 품은 시들이 많았다. 여성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고 있다. 조금은 혁명적인 느낌도 있고 강한 메시지도 내보였다.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인 김명순과 수많은 명저를 소개한 김수임을 소환한다. 김수임은 리강국과의 연인 사이로 같은 빨갱이 혐의로 사형당했다. 하지만 훗날 ..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 마음산책

시집 같기도 하고 산문집 같기도 하다. 그리고 헌사인 것 같기도 하다.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것이 너무 좋은 그녀는 종이와 펜을 들고 산책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행여 펜을 잃어버리고 나가는 경우를 대비해서 숲 곳곳에 펜을 두기까지 했다. 그녀는 자신을 자연에 대한 리포터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영감을 받으면 바로 썼다. 그녀는 자연의 어떤 모습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자신의 쓴 시를 모으면 달까지도 갈 수 있을 거라 얘기할 정도로 바로 썼다. 모든 것이 출판되지는 않았겠지만 영감은 글로 남겨야 기록되니까 그녀의 자연 예찬이 궁금하다.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로 시작하는 서문이 좋았다. 세상에 모든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낼 준비..

(서평) 그린라이트 (매튜 맥커너히) - 아웃사이트

우리에겐 으로 더 유명한 그린 라이트지만, 인생의 초록불은 같은 의미로 사용되니까. 그런 의미의 그린라이트다. 계속해서 연애해도 될까요? 와 같은 느낌이랄까. 인생의 그린 라이트는 나를 질주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린 라이트를 받는 것은 어쩌면 스킬이기도 하고 어쩌면 행운이기도 하다. 막히지 않는 길을 잘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고 갑자기 눈앞에 모든 불이 초록으로 빛날 수도 있다. 그린 라이트는 전진이다. 때로는 내가 달리고 싶지 않을 때에도 주위에 밀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한다. 세상의 타이밍과 나의 타이밍이 맞는 팔자 덕을 보는 얘기를 쓰려고 한 건 아니다. 인생의 그린라이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빨간불과 노란불 또한 결국 초록불로 바뀐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매튜..

(서평) 300개의 단상 (세라 망구소) - 필로우

제목 그대로 300개의 짧은 글의 모음이다. 무언가 글을 쓰기 위해 평소의 생각을 끄적이듯 메모해둔 느낌이랄까. 뭔가 날것의 느낌이면서도 때때로 좋은 문장을 만나기도 한다. 산문집인지 시집인지 모를 에세이랄까. 작가로서 대하는 일상이라고 하면 너무 일반화하는 것 같고 조금은 삐딱하고 조금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가끔은 웃긴 그런 글들이다. "나는 요약이 불가능한 글을 좋아한다. 핵심이 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압축할 수 없는, 쓰인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는 글을." 나도 그런 글을 좋아하지만 어떻게 요약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도 사실이다. 더 요약이 가능할까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축약된 문장들은 필로우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속도를 인위적으로 늦추는 일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긴 글을 쓰지 않는다는..

(서평) 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 필로우

일기는 기억을 남기기 위해 작성하기 위한 글인데, 망각 일기라니 제목이 조금 독특하다. 저자는 25년 동안 일기를 써왔다. 사라지는 기억 때문에 일기를 쓰지 않으면 자신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으로 강박적으로 써왔던 것 같다. 느낌보다 사실을 충실하게 기록하려고 애를 쓴다. 일기는 기억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기록일까, 잊으려는 것에 대한 철저한 배제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의 원제는 이다. 육아를 하며 방금의 기억이 마치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완벽하게 잊히기도 하고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의 일부는 너무 또렷하게 기억남을 느끼며 잊히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임을 인식해간다. 기억에 대한 작가의 회고를 담은 이 책은 필로우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쓰는 일기. ..

(서평) 죽음이 물었다 (아나 클라우디아) - 세계사

어릴 적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다 굴삭기가 파놓은 구덩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물속 깊이 빠졌다 다시 운 좋게 제자리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교통사고를 극적으로 피한 순간도 있었다. 축의금을 내러 가는 횟수보다 조문을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죽음은 어느샌가 내 옆에 와 있다. 나이 든 부모님을 뵈면 문득 어떤 기분으로 마주해야 하나 상상을 해보다가도 이내 떨쳐버리고 만다. 죽음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단어다. 저자가 얘기한 눈을 가리면 마치 마주하지 않을 것은 기분으로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죽음에 대해 직설적으로 얘기하며 죽음은 마주해야 하는 소중한 기회라고 얘기하는 이 책은 세계사 콘텐츠 그룹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원래부터 완화 치료, 안락사를 지지하는..

(서평) 은찬이의 연주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보연) - 봄름

세상에 존재하는 희귀 질환은 6000 ~ 7000개에 달하며 이를 앓고 있는 사람은 인구의 약 3.5 ~ 5.9%로 2억 6천에서 4억 4천 명 정도에 이른다. 희귀병은 병에 걸린 사람도 많지 않아 치료제를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소수의 인원이 지불해야 하는 방식이라 고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고 전문가도 많지 않다. 치료제나 시술이 있다면 그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예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삶의 절반 이상을 백혈병과 투병한 은찬이의 이야기는 이런 문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했다. 어른보다 더 묵묵히 병과 싸웠던 은찬이와 그 가족의 투병기는 봄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킷토 아야의 '1리터의 눈물'을 보면 희귀병의 투병에 있어 용기는 의..

(서평)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정혜진) - 미래의 창

로스쿨은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제도다. 부자들을 위한 음서제다 뭐다 말이 많지만 생각보다 장학금 제도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산속에서 몇 년을 공부해 고시에 합격하던 시대는 지나서 사시 또한 고시촌에서 이뤄진다. 둘 다 돈이 필요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사회로 배출되는 법조인이 많아지면 가난한 사람도 조금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당직처럼 돌아가며 서던 국선 변호사는 이제는 하나의 직업이 되기도 했다. 국선 변호사는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도이기도 하다. (물론 개선점도 필요하지만.) 한 명의 국선 변호사가 뉴스에는 다뤄지지도 않을 법한 생활 밀착형 범죄들을 변호하며 느낀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는 이 작품은 미래의 창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온통..

(서평)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존 그린) - 뒤란

사실 부제에 인상이 깊어서 이 책이 '인류세'라는 책의 리뷰를 하는 책인 줄 알았다. 마치 책의 평과와 해설을 겸한 책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살아가며 느낀 인류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와 견해 그리고 서평가답게 깔끔한 별점으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인류세는 지구의 생태 환경이 인간의 영향을 많이 받기 시작하면서 제안되었는데 인간에 의한 지구 파괴를 강조하려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구의 삶에서 인간의 등장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데도 인간이 지구를 변화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과하다고도 주장하기도 한다. 인류세를 과학적이거나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시선 그리고 개인의 감정을 가지고 작성한 이 에세이는 뒤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류세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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