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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헬무트 융비르트) - 갈매나무

야곰야곰+책벌레 2022. 10. 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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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물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관심이 있었다. AIDS는 늘 누군가가 부셔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고 DNA며 RNA를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지난 팬데믹 동안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mRNA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고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바이러스>, <바이러스 행성>을 재미나게 읽었고, 두 책과 많이 겹치지 않는 새로운 미생물들은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굉장히 어렵고 긴 이름들이지만 미생물마다의 사연을 보고 있는 것이 즐거움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도움을 주거나 해를 끼치는 미생물. 세균, 고세균을 지나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가진 에피소드와 함께 미시적인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이 책은 갈매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주에 수많은 별들이 떠 있어 셀 수 없을 지경이라도 1000억 개 정도면 넉넉히 셀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구상의 미생물의 개수는 10의 30승이다. 억, 조, 경, 해..... 무량수까지 가도 10의 20승이다. 미생물을 늘어놓으면 안드로메다를 지날 수 있다는 얘기가 허튼 얘기는 아닐 것이다. 수많은 미생물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미생물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미생물들은 심해에서도 뜨거워도 차가워도 방사능이 있어도 존재한다. 

  미생물은 운석을 타고 어딘가에서부터 날아왔을 수도 있고 반대로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아무리 우주선을 살균하더라도 화성에 도착한 미생물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른다. 반대로 달이나 운석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일은 위험할 수도 있다. 그곳에 미생물이 없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우주만큼이나 미생물의 세계를 잘 모른다.

  미생물은 생태계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우리 몸안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고, 그들은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장 속에는 음식물을 분해해서 흡수를 도우는 미생물들이 있다. 이들의 발란스에 따라 살이 찌거나 그렇지 않거나가 결정되기도 할 것이다. 임신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리가 알을 놓지 않는 것은 바이러스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아예 함께 하게 된 미토콘드리아도 있다. 우리 몸을 벗어나면 맥주, 치즈, 초콜릿 같은 발효 식품에 효모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몸에 좋다는 사과에는 1억 개의 미생물이 존재한다. 세균들을 잡아먹는 박테리오파지는 대표적인 항생제다.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도 역시 많다. 감기 바이러스인 코로나는 생김새가 태양의 코로나와 닮아서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등의 친척을 가지고 있다. 중세 인구 절벽을 만들었던 페스트를 비롯하여 결핵, 천연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소개되어 있다.

  식물에게도 마찬가지로 질소를 식물에게 공급하고 영양분을 나눠 갖는 균류. 뜨거운 물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세균들 바닷속의 미세 조류들도 있다. 반대로 바나나를 멸종시키고, 벌을 죽이는 미생물도 있다. 감자를 죽인 곰팡이는 아일랜드에 엄청난 기근을 가져다주었다. 

  재미난 것은 바이러스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나일론 폐수에 서식하는 미생물 이야기에서 미생물이 얼마나 빨리 세상에 적응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겨울철 스키장에 뿌리는 눈 속에도 미생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주위 식물들이 냉해를 더 쉽게 입게 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100가지의 미생물들을 나열하였지만 모두 개성이 있고 특별했다. 하나하나에 엮인 에피소드는 재밌었고, 미생물은 잘못 없다 다 인간이 잘못이다라는 뉘앙스 또한 조금 웃기면서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미생물은 굉장히 다양한 모습이고 다양한 형태로 살아간다.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형태도 있지만, 그것 또한 생명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일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기능하는 것은 존재한다"였다. 

  미생물과 완벽하게 격리될 수 없다. 우리는 미생물의 공격을 받지만 또한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미생물은 생물의 근원에 가까운 존재다. 유전자 편집 기술 역시 미생물로부터 시작하였고 우주에서 살아가는 실험 또한 미생물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미생물은 인간보다 강인하다. 미생물을 안다는 것은 지구의 원래 주인의 모습을 알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식물, 곤충 그 무엇보다도 많은 개체를 자랑하는 원래의 우세종은 미생물일지도 모를 일이다. 

  100가지의 미생물과 만나는 즐거움이 유익하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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