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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 (브누아 시마) - 한빛비즈

야곰야곰+책벌레 2022. 10. 2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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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로장생을 꿈꾸는 이들은 문명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1세기에 생겨난 그노시즘은 신의 반열에 들어서는 인간을 꿈꿨다. 우리에게 익숙한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며 불멸의 존재는 생명 연장을 넘어 사이보그에 이르게 되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트랜스 휴머니즘이 바로 그것이다. 초인간주의라고 불리는 이것은 기술을 통한 인간의 개조를 이야기한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인간 강화'이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길가메시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간의 영생에 대한 욕구는 끝나지 않는다.

  불멸의 존재가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그것을 이어가고 있는 트랜스 휴머니즘을 다룬 이 책은 한빛비즈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죽고 싶지 않다는 욕망은 인류 문명의 기원에 가까운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등장한다. 그만큼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은 인류의 역사만큼 길다. 종교가 생겨나면서 인류는 신이 되려는 노력을 했다. 인간의 거죽을 입은 고귀한 존재는 구원과 윤회를 통해 찬란한 존재가 되고자 했다. 그 욕구는 이내 현실로 옮겨와 직접 그 실체를 만들고자 했던 '연금술'의 시작을 가져왔다. 우수한 인류만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우생학'은 어떤 의미에서 인간 개선을 위한 이기적인 노력이었다. 

  과학의 발달은 다른 의미에서 인간의 수명을 늘려나가고 있다. 인체의 신비는 하나씩 밝혀지고 있고 질병에 대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인류는 더욱 오래 살게 되었다. 인류를 더욱 강하게 더욱 지적인 존재로 만들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인간의 거죽을 벗으려는 시도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뇌 정보를 스캔해서 코드화 하는 작업은 인류의 사이보그화, 노화하지 않는 몸을 가지려는 시도다. 또한 창조주가 되려고 한다. AI로 불리는 이것을 신인류로 만들려는 노력이다.

  윤리적으로도 논쟁이 많은 트랜스 휴머니즘이지만 이미 세상에 스며들어 있다. 간단하게 보더라도 안경이나 보청기가 그렇고 라식 수술이나 성형 수술 또한 인간 개조의 한 부분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은 효과 때문에 트랜스 휴머니즘의 파워는 막강하다. 이제는 뇌에 칩을 이식하거나 인간 DNA 그 자체를 편집하려는 시도도 생겨나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도 안고 있는 트랜스 휴머니즘이지만 더 강한 인류의 탄생은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게 될 것이고 결국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될까 두렵기도 하다.

  인간 발달의 낙관주의에 모든 것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자유지상주의는 이를 추종한다. 트랜스 휴머니즘은 기술을 넘어 종교에 가까운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영생을 꿈꾸는 과학계의 이단 종교일 수도 있고 돈 있는 사람만 개조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현대판 우생학일 수도 있다. 영생을 누리는 인간에게 출산은 무의미해질 것이고 번식할 수 없는 인간은 또 다른 의미의 멸종을 향하게 될 것이다. 

  감각이라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기 이전에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접촉'이라는 것은 서로 닿게 되는 것이다. 감각을 잃은 인류에게는 어떤 미래가 있을까. 지금도 충분히 자연에 무감각한 인류는 더 빠른 속도로 파멸의 불구덩이로 뛰어들진 않을까. 인류에게 무관심한 AI의 등장은 인류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저 동물 사냥하듯 인류를 사냥하게 되지는 않을까?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사고를 낳는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에는 사고가 생긴다. 인간 강화와 인조인간이라는 것에도 사고는 생길 수밖에 없다.

  인간의 욕심은 더 강한 존재에 대한 집착을 가져오고 있다. 트랜스 휴머니즘이 인류에게 가져다주는 장점은 분명 많이 있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면 그것을 지켜낼 수 있을까? 지구라는 한 바구니에 담긴 인류는 한순간에 멸종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의 우주로의 진출은 필요할 것이고 강화된 인간이나 새로운 거죽은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태어나면 필히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 같다. 그저 조금 더 길어질 뿐..

  만화로 쉽게 만나는 인간 불멸의 역사를 통해 이런 생각들을 해보는 것이 어떨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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