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과학 | 예술

(서평) 화석맨 (커밋 패티슨)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10. 18. 21:02
반응형

인류의 기원을 찾아가는 일은 멀고 험난하다. 게놈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지만 그것은 하나의 재료일 뿐 그들의 조그마한 차이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분자생물학은 모든 생명은 하나의 줄기에서 뻗어 나왔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뒤집는 결과를 내보였으며, 우리는 이제 가지와 가지 사이를 넘나드는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학자들은 편한 환경에서 컴퓨터의 지원을 받으며 연구를 한다. 하지만 모든 진리는 현장에 있다고 주장하며 오롯이 화석을 발굴하러 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진정한 화석 맨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고인류학계의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불리던 '아르디'와 그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팀 화이트와 그의 동료들에 대한 논픽션 소설 같은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인 종이다. 자신의 존재를 풀어야 할 문제로 인식하는 유일한 종이기도 하다. 모든 일은 그 시작을 알아야 수수께끼가 풀리게 된다.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빅뱅을 가정하고 있지만 우주의 초기의 진실은 알 수 없다. 우리는 진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최초의 단세포가 어떻게 분화를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미토콘드리아는 어떻게 동물이 되었고 인류는 어떻게 탄생을 하였는지 우리는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것을 미싱 링크라고 한다.

  우리는 현존하는 유인원을 살펴보며 우리의 조상이 유인원들과 닮았을 것이라고 상상을 했다. 인간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을 때 인종차별적인 세상은 우리의 조상이 아프리카인 일리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인류의 조상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아프리카에서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것은 지형적인 특수성도 존재한다. 오래된 지층이 땅 위로 올라온 형태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학자들은 케냐에서 에티오피아에서 남아프리카에서 인류의 기원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조핸슨은 '루시'를 발견함으로써 인류의 가계도를 약 3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려 두었다. 루시는 발굴한 날 반복해서 들었던 비틀스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라는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루시'로 명명하였고, 학명은 아파렌시스종보다 '루시의 종'이라고 더 알려지게 되었다.

  이 책은 루시를 더 거슬러 약 400만 년 전의 인류 '아르디'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아르디는 에티오피아에서 발굴 작업을 했는데, 반복되는 쿠데타와 더불어 곳곳에 있는 무장 부족들 속에서 작업해야 하는 위험한 작업이었다. 화석을 발굴할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었고, 발굴권도 획득해야 하며 불안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했다. 발굴 프로젝트는 한 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10년은 기본으로 작업을 했다. 단단한 뼈를 발굴하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의아했지만 오래된 뼈들은 조금만 잘못하면 부서져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경화제를 뿌려가며 조심스레 발굴해야 했다. 이런 위험하고 지겨운 발굴을 평생에 해낸 팀 화이트와 그의 동료들은 진정한 화석 맨이었다.

그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 정확히는 특권 중 하나는 멸종한 종의 재현을 목도하는 것이었다. "타임머신 같은 것"이라고 그는 언젠가 말했다. "화석에서 모래알을 털어내면, 그 누구도 보지 못한 생명체를 마주할 수 있게 되죠" 그에게 있어 화석 손상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인류애에 반하는 범죄였다. 한 번의 잘못된 손동작으로 다시는 발견될 수 없는 멸종한 종의 마지막 흔적을 파괴할 수 있었다.


  현재가 항상 과거 세계에 대한 신뢰할 만한 비교 대상이 되어주는 것은 아니다. 상상하지 못한 것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화석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언제인지 모를 세월에 멸종한 생명들은 우리 상상 이상의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르디'가 그랬다.

  아르디는 발굴된 지 13년 만에 세상에 공개되었다. 사람들은 세금으로 지원받은 프로젝트가 너무 더디며 자료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화석은 복원되기 전까지는 믿을 만한 데이터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팀이 어렵게 발굴한 자료를 책상 앞에 앉아서 자료를 받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또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잘못 해석하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그들은 자료에 심혈을 기울이며 또한 발굴 또한 지속적으로 했다.

  고인류학 프로젝트 발표가 늦어지는 것은 아르디만의 것은 아니었다. 파키스탄 마이오세 유인원의 볼기 뼈는 24년 만에 발표되었고,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척주는 13년이나 걸렸다. 발은 16년 만에 공개되었다. 오래되고 부서지기 쉬운 화석의 발표를 기다리는 것은 그렇게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그만큼 현장의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하는 이론 학자들이 많았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간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을 마주하면 순수한 설명 이상의 것을 원한다. 의미와 만족을 주는 결론을 원한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고자 할 때 우리는 친숙한 비유를 채택한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복잡할 때가 많고 그것을 확실히 알려면 그것을 발견하는 수밖에 없다.

  아르디는 초기 두 발 걷기를 한 인류이면서 나무에서도 어느 정도 살았던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고릴라와 침팬지랑은 사뭇 달랐다. 이제껏 인류의 조상은 유인원과 닮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르디'는 인류는 그 자체로 하나의 뿌리임을 얘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학계에 커다란 파장을 가져왔다. 사바나에서 이족 보행이 시작되었다는 사바나 이론을 위협했을 뿐 아니라 인류의 기원을 연구하기 위해 유인원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이론을 위태롭게 했다.

  하지만 이런 충격은 격렬한 반발로 이어졌다. 이것은 학계 비주류이면서도 거친 팀 화이트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을 것이다. 막스 플랑크는 이렇게 얘기했다.

새로운 과학적 진실은 상대를 납득시켜 빛을 보게 함으로써가 아니라,
상대가 결국 죽고 새로운 지식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자람으로써 승리한다

  천동설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에 지동설을 얘기하면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교수와 학자들은 자신의 평생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 되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는 없을 것이다. 아르디에 대해 연구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비판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진정으로 비판하고자 자료와 유골을 살펴본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화석맨들은 여전히 에티오피아를 들려 화석을 찾는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쉽지 않은 일이며,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는 것을 신경 쓰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답은 현장에 있다고 믿는 그들은 분명 새로운 폭탄을 가지고 나타날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