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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면역 (필리프 데트머) - 사이언스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2. 9. 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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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만명 구독의 과학 유튜브 채널인 쿠르츠게작트의 필리프데트머는 10분 남짓한 영상에서 얘기하지 못한 정보들을 전달하기 위해 책을 집필하였다. 수많은 생물체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 치석 한 조각에 지구상의 인간보다 많은 수의 세균이 살고 있고 생물량의 총량을 측정하면 세균은 인간보다 엄청난 양을 자랑한다. 지구에서 세균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인체에 철옹성을 올린 면역 체계의 공이다. 

  체내 속에 겹겹이 쌓아 올린 면역 체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사이언스북스의 지원으로 출간 전 가제본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가제본으로 제공된다고 해서 실망을 했다. 굉장히 좋은 책일 것 같기도 했고 소장하고 싶기도 했다. 받아본 가제본은 매우 얇았으나 엄청나게 작은 폰트로 책의 절반에 가까운 내용을 담았다. 그럼에도 그렇게 두껍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각 장의 내용이 간추려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면역체계에 대한  설명으로 책은 시작된다. 인체는 세포의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거대하고 몸 구석구석을 방어하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은 점막이다. 점막은 외부로 노출된 얇은 막이며, 콧속이나 허파, 기관지를 비롯해서 눈 커플, 입속, 생식기 등이 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에 노출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우리의 면역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우리 세포는 하나하나를 보면 그렇게 큰 일을 해낼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모인 군집은 엄청난 일을 해낸다. 이처럼 어떤 존재가 각 부분이 지니고 있지 않은 특성과 능력을 가지는 것을 창발이라고 한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많은 작용들이 이와 같다. 단백질이나 핵산들은 한데 모여 다양하고 정교한 일을 해낸다.

  피부는 케라틴을 생산해 내는데, 이것은 억세고 강인한 단백질이다. 피부 줄기세포는 끊임없이 새로운 피부 세포를 만들어 내며, 이전 세포들을 위쪽으로 밀어 올린다. 피부 세포들은 서로 엉겨 붙은 상태가 되고 피부 표면까지 밀려 올라간 세포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수분을 모두 방출한 세포들은 더 납작해지고 단단히 결합한다. 피부는 사막과 같다. 우리는 죽은 세포를 둘러쓰고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경악스럽기도 하겠지만). 사막화된 피부는 그 자체로도 세균이 좋아하는 환경이 아니며 땀으로 배출된 소금과 약산성의 환경은 면역의 최전선에 있다.

  피부를 뚫고 들어온 세균은 더 높은 산도가 있는 혈액에 노출되고 적응하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때로는 상처로 인해서 피부를 거치지 않고 통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인간에게 작은 상처는 별일 아니지만 세포 입장에서는 자신의 세계에 구멍이 난 것과 같다. 마치 건담에 나오는 우주 콜로니의 한쪽에 구멍이 나서 산소가 빠져나가는 상황과 닮아 있다. 필사적으로 세균을 공격하고 혈장을 이용해서 구멍을 메우기 시작한다.

  혈액 속으로 침범한 세균은 들은 선천 면역계의 큰 포식 세포에 잡아 먹힌다. 상처가 너무 커서 큰 포식 세포가 감당할 수 없다면 수많은 중성구가 출동한다. 중성구는 즉시 세균을 붙잡아 산 채로 삼켜 버리지만, 주변이 쑥대밭이 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적을 죽이는 것 이외에 신체 조직에도 손상을 입힌다. 그리고 결국 자신까지 희생한다. 희생하여 독성 그물을 쳐서 세균을 죽인다. 딱지는 임시로 쳐진 바리케이드다. 그 아래로 새로운 피부 세포가 자라기 시작한다.

  염증은 면역 세포들이 혈관을 확장시켜 따뜻한 체액을 전쟁터로 밀려들게 하는 것이다. 아군이 싸우기 유리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전쟁터에는 정보 수집가인 가지 세포도 존재한다.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표본을 수집하여 후천 면역계의 지원을 요청한다. 그러는 사이 새로운 면역 체계인 보체계가 발동하여 세균들을 공격한다. 염증이 생긴 공간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보체 단백질이 쌓인다. 보체로 뒤덮인 세균은 면역체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 이 과정을 옵소닌화라고 한다. 그리스어로 군것질거리를 뜻하는 이 단어는 면역 세포 입장에서는 더 맛있어진다는 것과 같다.

  림프관은 체내의 고속도로와 같다. 림프관으로 보내진 정보는 후천성 면역 체계를 깨우고 T세포가 출동하게 된다. T세포는 골수에서 만들어지지만 가슴샘에서 교육을 받는다. 자기 세포를 구분하는지 주위 면역체계들과 정보를 나누는지 등의 교육이다. 교육에서 낙제하면 바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야말로 킬러 양성소에 걸맞다. 가슴샘은 5세까지 성장했다가 점차 감소하여 85세 정도가 되면 완전히 소멸한다. 그 뒤에는 이미 교육받은 T세포만으로 면역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가슴샘은 인간의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림프절은 정보를 모우는 곳이기도 한데, 쉽게 붓는 편도는 면역체계를 훈련시키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역체계가 완벽해지기 전에 절개하는 수술은 대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은 수많은 면역 체계로 이뤄져 있다. 한 나라의 군대에는 예비군, 일반 군 이외에도 특수군이나 정보 군이 있듯 우리 몸속에서 저마다의 역할이 있었다. 사이토카인은 면역 체계들 사이의 정보 전달 물질이고 과도한 사이토카인은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우리 면역 체계는 잘못된 판단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후천성 면역 결핍이 생기기도 한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면역의 세계를 다소 유쾌하게 서술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유튜브를 운영하는 콘텐츠 제작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 있겠지만, 지난 팬데믹으로 뉴스에서도 자주 등장한 DNA, mRNA나 사이토카인 폭풍 그리고 T세포 등이 등장하기 때문에 친근할 수도 있다.

  가제본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3부, 4부는 질병의 예를 들어 설명할 것 같아서 사뭇 궁금하기는 하다. 그리고 면역 결핍인 에이즈를 다루기도 해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출간 본으로 받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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