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자기 계발

퇴근 후 2시간 (정기룡, 김동선) - 나무생각

야곰야곰+책벌레 2022. 9. 2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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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어렸을 땐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아무리 고달프고 갑질이 심해도 견디다 보면 모두가 승진을 하고 갑질할 수 있는 자리로 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이었다. 어딜 가나 평생직장일 수 있었기 때문에 처음의 선택은 꽤나 중요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세상은 IMF를 기점으로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혹은 연줄이 없는 사람은 회사에서 내쳐졌다. 아무런 준비 없이 온실 밖으로 쫓겨난 사람들은 허둥지둥하다가 사업에 망하고 사기를 당해 재산을 탕진하는 일이 생겼다. 

  지금의 시대는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를 쓴다면 웃을 일이다. 평생직장은 없지만 평생 직업은 있다는 마인드로 자신의 커리어를 키우고 어필하며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것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더 나아가 일인 회사를 창업하며 콘텐츠 관련 수익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 그야말로 직업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직장이라는 것은 여전히 의미 있고 또 안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80년대 생으로 불리는 우리들은 IMF를 눈앞에서 목격했기 때문에 <능력>이라는 단어에 민감하다. 그 당시에 자기 계발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살아 남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의 시대에도 그렇겠지만 단지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혹은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더 명확했다. 그렇기 때문에 퇴근 후 2시간은 늘 자기 계발의 시간이었다.

  이 책은 더 오랜 시간을 회사에 다닌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확히 40대 후반에서 정년 퇴임까지의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때 유행했던 2막을 준비하라는 트렌드 속에서 탄생한 책이기도 한 것 같다. 2막은 1막이 끝나기 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하루 2시간 10년을 2막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계획과 필요한 능력을 키우고 때로는 인턴쉽도 하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 한다. 

  가족을 구성하고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 보면 자신의 취향과 동떨어졌더라도 1막은 경제적인 이유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2막을 시작하는 시기는 아이들이 경제적 독립에 가까워지고 노년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나가도 괜찮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그러길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을 때 준비해야 한다.

  작사가 김이나 씨 역시 커리어 전환은 직장을 유지하면서 시도하라고 했다.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의 도전은 심리가 급박해져 과감을 도전을 하기 어렵고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천천히 두루 살피며 새로운 커리어에 점진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수입이 역전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빵에 도전하고 떡 만드는 것에 도전했다. 초콜릿 만들기도 도전했지만 능력 밖의 일이라 제외했다. 카네기 강의를 듣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이 직장을 다니며 짬을 내며 준비했다. 그리고 자신의 2번째 커리어가 강의를 하는 것이라는 것도 찾을 수 있었다. 또 그것을 위해 무료 강의를 해서 경력을 쌓기도 했다. 모든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커리어라고 하지만 커리어에는 범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커리어가 있고 회사 의존적인 커리어가 있다.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받아도 그 일이 그 회사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지속 가능한 커리어가 아니다. 그 일에 연장선에 있는 범용적인 커리어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연스레 다음 커리어로 이동할 준비도 해야 한다. 자신의 커리어를 이용해 타 분야로 나아가는 커리어 리사이클링, 새롭게 시작하는 커리어 체인징 마지막으로 취미 활동을 커리어로 확장시키는 커리어 메이킹이 있다.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 책은 정년 퇴임한 경찰서장과 임원을 목전에 둔 부장 사이의 대화로 풀어 나가기 때문에 자기 계발서이면서도 에세이며 한 편의 소설 같기도 하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스토리가 있어 챕터를 구분해 놓은 보통의 계발서와는 다른 느낌이다. 최근에는 퇴사의 시간이 당겨지고 있지만 이 책은 50세 전후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워낙 다이내믹한 커리어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을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는 공통의 것이니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엄하기만 할 것 같은 경찰서장이 2막을 위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빵을 굽고 떡을 만든다. 함께 대학원을 다닌다. 그런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질 수 있는 용기가 너무 멋졌다. 2막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바로 이런 태도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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