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자기 계발

(서평) 나는 단단하게 살기로 했다 (브래드 스털버그) - 부키

야곰야곰+책벌레 2022. 11. 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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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들어서 '치유'를 주제로 하는 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팬데믹 속에서 '마음 챙김'의 책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은 아마 우리가 가진 불안과 초조 그리고 무기력을 해소할 창구가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동물로 얘기되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대면할 수 없다는 것은 굉장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뜻한다. 편지도 전화도 그리고 화상통화도 모두 관계를 엮을 수 있지만 직접 만나는 것만큼의 효과를 볼 수 없다. 오감을 통해서 전달되는 정보를 단편적인 연결로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번아웃과 자기부정 그리고 고립에 대한 자기 치유를 위한 방법을 적은 이 책은 부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열심히 뛰는 사람이 지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경험으로도 많은 책으로 이미 알고 있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아무리 대단한 결과도 지나친 야망을 따라잡을 수 없다."라는 말의 의미도 잘 느낄 수 있다. 야망은 지칠 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지칠 수밖에 없다. 일을 하지 못하면 하지 못해서 불안하고 하게 되면 잘하지 못하게 될까 불안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해결 수 없는 존재이기에 관계를 맺고 살고 있는데도 영웅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불안이 커지면 결국 마음은 그것과 융화된다. 편향된 사고는 '동기화된 추론'을 가게 되고 모든 것을 내가 인식하려고 하는 방향으로 받아들인다. 불편한 진실을 부정하고 합리화를 시작하게 되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부정하고 채찍질한다. 그렇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망가진다. 상처는 드러내고 치료해야 한다. 칭칭 감은 상처는 곪고 덧나게 된다. 때로는 더 큰 병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알아야 하듯이.

  이를 위해서 저자는 5가지를 제안한다. 수용, 집중, 인내, 취약성, 유대, 운동이다. 이 제안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많은 책들에서 제안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단계를 나눠 잘 정리되었다는 점은 좋았다. 모든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용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질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들러의 '자기 수용'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그런 면에서 '취약성'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판단해야 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나를 부정하면 내가 알고 있는 나와 실제의 나의 갭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집중은 어쩌면 행동과 같다. 불안하면 산만해진다. 반대로 산만하기 때문에 또 불안하다.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전혀 불안하지 않다. 지금의 사회는 주의력을 흩트리는 요소가 너무 많다. 핸드폰을 시작으로 너무 많은 기기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이것을 끊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초콜릿을 사방에 뿌려 놓고 눈앞에 쓴 약을 먹어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내는 참고 행하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스트레스를 참아라는 얘기는 아니었다. 일을 급히 하지 말고 인내하고 여유를 가지라는 말이었다. 바쁜 사람들에게는 여유를 갖는 것도 인내의 한 덕목이 되는 것이다.

  치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유대'다. 아들러가 말한 '타자 공헌'처럼 우리는 공동체에 기여함으로써 우리의 존재를 인식한다. 현대의 느슨한 연결 속에서는 이런 부분이 약할 수밖에 없다. 작은 공동체라도 유대를 느낄 수 있는 공감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동'이다. 정신력은 결국 체력에서 나온다. 행복하니 웃는 것이지만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기도 하다. 몸을 움직이면 뇌에 혈액 공급이 원활해지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모든 것은 실천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누구보다 열심히 산 사람이다. 그런 자신이 공황에 빠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멈춤을 시작했다고 한다. 불교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여느 명상 책들과 결을 같이 하고 있다. 심리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비슷한 것 같다. 한 줄로 요약하면 '자신을 직시하고 사랑하라.'가 될 것 같다.

  한 시간의 휴식으로 회복할 수 있는 몸을 한 달을 쉬어도 회복하지 못하는 몸으로 만들지 말자.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굉장히 고등동물이지만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것은 끓는 솥의 개구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거리기 전에 정말 괜찮은 것인지 물어보며 챙기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저자가 얘기하는 단단한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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