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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 독서

야곰야곰+책벌레 2022. 8. 23.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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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pixabay)

  예전부터 책을 좋아했었던 것 같다. 물론 읽는 행위보다는 책 그 자체가 좋았다. 다양한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이나 뒤죽박죽 이어도 멋있어 보였다. 시골이라 뛰어 놀기 바빴던 유년시절에는 그렇게 책과 친하지 않았다. 성향도 이과 체질이라 수학 경시 대회나 과학상자 조립 대회에 참가하는 일이 보통의 일이라 교과서 이외에 책을 잡을 일은 크게 없었다.

  유일하게 가장 많이 봤던 책은 형이 부상으로 받은 과학대백과사전으로 엄청 두꺼운 책이었다. 그곳에는 이런저런 과학에 대한 얘기가 들어 있었고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그때부터 생겼던 것 같다. 아주 어릴 때부터 많은 정보를 만나는 지금의 아이들에 비하면 한참 늦게 접한 것 같다. 당시에는 읽음으로써 익히는 것보다 경험하면서 더 많이 익혔던 것 같다.

  그 시기에도 책을 손에 놓치 못하고 읽었던 책은 오세영 씨가 지은 <베니스의 개성상인>이었다. 너무 재밌었어 세 권이나 되는 책이었지만 정말 하루 종일 읽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내용이 어렴풋이 생각나는 것은 선박 수주를 뺏긴 장면에서 상대 회사의 배가 선회하며 발포하는 시범을 보이다가 침몰하는 장면이었다. 절정은 뇌리에 잘 남아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많이 봤던 것 같다. <붉은매>, <소마 신화전기> 같은 만화와 <천룡팔부> 같은 무협지를 친구님들의 영향으로 많이 봤었다. 그리고 매달 꼭 사봤던 것은 <뉴턴>이라는 과학잡지였다. 당시에도 <과학동화>는 있었는데 <뉴턴> 쪽이 더 흥미롭게 편집되어 있었다. 대학교/대학원 시절에도 대부분 전공서적과 시름하기 바빴고, 당시에는 누나가 사놓은 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 같은 책을 호기심에 열어봤지만 수준이 맞지 않아 이내 포기하고 말았었다. 

 

  사실 본격적으로 책을 읽은 것은 회사를 어느 정도 다니고 나서부터였다. 결혼할 즈음부터 책 구매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기술서적이 주를 이뤘으나 이내 자기 계발서와 리더십 관련 책들로 채워졌다. 교양과 기술이라는 카테고리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아직은 기술을 더 익혀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문학을 읽기 시작한 것은 잠깐 회사를 관두던 시절에 이야기였다.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던 시절에 마음을 다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부서를 옮기고 여유가 생기니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자잘한 토론에서도 밀리기 싫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짤막 짤막하게 독후감을 남기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고 난 뒤부터다. 그의 탁월한 통찰을 읽고 있자니 눈으로 훑는 것이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 뒤로 부단히 책을 읽고 있다. 책을 내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버킷리스트에 대한 준비를 이제서야 시작하게 되었다. 기술서적만 훑던 젊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이 읽어야 했다. 그래서 약간 닥치는 대로 읽게 되었다. 좋은 책을 추려서 다독(여러 번 읽기)을 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알지 못하는 세계가 많아서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다. 내가 활자만 쫓고 있나 싶어 무력해질 때도 있지만 후기를 적다 보면 이전에 읽었던 문장들이 생각나는 것을 보아 내 머릿속 어딘가에 새겨지고 있구나라며 다행스러워한다.

  사실 나는 책은 사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래를 들을 때도 그랬다. 타인의 지적 재산은 내가 지불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더 좋은 음악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구입하고, 나의 의지를 전달한다는 생각이었다. 책도 마찬가지다. 더 좋은 책이 출간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구매하는 편이다. 교보문고에 가입하고 몇 해를 플레티넘을 유지하고 있고 프리스티지 또한 3년 차가 되었다.

 

  한날은 가전제품을 설치하러 오신 기사님이 집에 있는 책들을 보시곤 '남편분이 이해하세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아내는 '남편이 더 많이 사요.'라고 대답해서 기사님이 머쓱해졌던 것 같다. 필히 기사님의 아내분께서도 책을 많이 사나 보다 싶었다.  

  학교 다닐 때 책을 사려고 망설일 때 (물론 문제집이었지만) 누나가 옆에서 얘기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네가 지금 만원을 아끼면 나중에 백만 원 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라고 했다. 나중에 누나에게 누나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었어. 그래서 나는 책 사는데 거리낌이 없어라고 얘기했더니 기억을 못 한다. 원래 말은 받는 사람의 해석이니까 충분히 이해한다.

  독서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충분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행위다. 물론 행간의 의미를 찾고 혹은 부여해서 나의 스토리가 되면 더욱 좋다. 자신만의 해석이 어려우면 역자들의 해석을 참고하면 좋다. 그리고 계속 읽다 보면 어느 순간에 내 생각도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나의 생각이 되어야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뭔가 관성이 붙어버린 독서라 스스로도 컨트롤이 잘 안 되지만, 읽는 행위가 쓰는 행위로 그리고 행동하는 행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앞으로도 즐겁게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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