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뒤에 살았던 나는 곧잘 학교에 갔다. 운동장은 시골에서 꽤나 좋은 놀이터이며, 교무실은 신기한 것이 많은 공간이었다. 그러고 보면 교무실에서 자주 갔었던 것 같다. 도시로 이사하고 나서부터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지만 시골 학교여서 그런지 주말에 당직을 하시는 선생님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하나의 효과였는지도 모르겠다.
8살 때. 그날도 선생님을 도와드렸다. (실제로 짐이 되었는지,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무슨 연유였는지 선생님은 커피를 타서 주셨다. 꽤나 달콤했던 기억인 것으로 보아 설탕을 엄청 타 주셨던 것 같다. 나는 신문물을 접한 즐거움으로 집에서 자랑을 했지만 이내 야단을 맞고 말았다. 커피를 내가 떼를 써서 얻어 마신 것도 아닌데, 마치 독약에 기웃거린 사람처럼 신나게 혼이 났다. 그리고 보면 지금은 내가 아이들에게 그러고 있다. 실제로 나는 즐겨 마시면서 '콜라'와 더불어 커피는 아이들에게 금기시되는 음식이다. ( 곧 함께 마시는 날이 오겠지.. )
어릴 때는 녹차에 대해 부단히 도전했던 것 같다. 누나가 가져왔던 것으로 기억하는 설록차는 입에 대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쓰디쓴 것이었다. 그런 녹차에 동경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인지 허세였던 것인지 확실치 않지만 그 뒤로도 꽤나 여러 번 도전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며 블랙커피에도 도전했지만 쓴 맛만 보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잠시 했던 '다도'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도 세트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한 참을 감잎차를 마셨다.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마음의 풍요로움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다 자기만족이다. 티팩이나 크게 차이 없을 텐데.. 그렇게 보면 보리차나 둥굴레차, 결명자차 같은 것은 물 대신 마시니 이것보다 즐기는 차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겨울철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작두콩차도 그렇다.
중국 출장이 잦은 시절에는 보이차를 열심히 마셨다. 녹차와는 다른 생경하지만 나쁘지 않은 맛이 괜찮았다. 그렇다고 맛있다고 말하기에도 좀 그런 면이 있다. 몸에 아주 좋다니 그냥 열심히 마셨던 것 같다. 이왕 마시는 거 몸에 좋다니 좋은 게 아닌가.
지금은 '녹차'도 '커피'도 모두 잘 마신다. 인생에서 쓴 경험을 어느 정도 해서 그런지 차의 쓴 맛은 즐길만하다. 익숙하기도 하고,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커피'를 가장 즐긴다. 그래도 원두를 사서 집에서 내려 마시는 커피가 더 맛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때는 로스팅 해본다고 집에서 커피콩을 마구 볶았지만 엉망진창이 되는 레인지를 보며 (귀찮기도 하고) 그저 전문가가 잘 볶아준 콩을 산다. 드립 전문점에서 내려주는 맛에 비할 바가 있겠느냐마는 입맛이 그렇게 민감하지 않은 나는 충분히 맛있게 즐기고 있다.
그래도 달달한 커피가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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