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주먹구구식의 업무에 매일매일이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리딩을 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은둔형 개발팀 스타일인 나에게 팀장이라는 직책은 매일이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래도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서 참 많은 공부를 했지만 기본적으로 선택 장애가 있어서 팀장 실격 사유가 참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홀로 고공 분투하던 시절이었고 잘 따라주던 팀원들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다. 그런 팀장의 무게를 벗어날 일이 생겨 이렇게 이탈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부서의 이동뿐만 아니라 지역적인 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팀원들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팀을 옮기고 초반에는 그동안에 생긴 문제점을 문의하는 통화가 많았지만 그 회수를 점점 줄어갔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니 가끔씩 연락 오는 전화는 조금씩 무섭다. 열의 아홉은 '퇴사'를 알리는 전화였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것이 참으로 맞는 말이다. 오랜만의 반가움은 이내 '아쉬움'이 된다. 그래도 회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내 생각'이 났다는 것이 내가 팀장으로 그렇게 못하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덕분에 나에게는 워라벨 따위는 없었지만 그렇게 나쁜 시간만은 아니었구나 싶다.
지난주에는 뜬금없는 톡이 날아왔다. 늦은 나이에 입사한 녀석이었는데 자기보다 어린 친구들에게도 선배라고 얘기해주는 친구였다.
'부장님, 저 회사 그만둔다고 얘기했어요'
'ㅋㅋ 오랜만에 연락하곤 첫마디가 너무 강렬한 거 아냐? 고생 많았다'
'ㅋㅋ라는 첫마디가 너무 의외예요 ㅋ'
퇴사 인사치고는 너무 즐거운 대화였다. 그동안의 일들이 궁금했고 잘 견뎌냈던 것이 대견했다. 지금의 현장 상황이 꽤나 고단하고 힘든 상황인 것을 귀동냥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곳으로 간다고 하길래 '축하'해줬다. 여기서 일해 경력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고마움을 얘기한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 수술을 했던 녀석이었는데.. 자신은 그것 때문에 회사를 나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내가 병가 처리를 얘기해서 너무 감사했다는 것이다. '병가' 아프면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회사의 기본적인 정책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가도 세상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고 당연한 것에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의외였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에 올 일이 있다면 식사나 한 끼 하자며 얘기를 마쳤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가 월요일 식사를 하러 온다. 성격 좋고 일을 가리지 않고 하는 친구라 많이 챙겼는데,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봤지만 우리 팀으로 데리고 올 수가 없었다. 그리곤 그저 안부만 챙겼었는데, 퇴사가 정해지고 인사하러 온다고는 것이다.
팀장이었을 때에도 '퇴사'를 고민하는 친구들과 면담을 하는 경우는 종종 생긴다. 하지만 퇴사를 농담처럼 달고 사는 친구들에게서는 실제로 '퇴사'를 하려고 하는 친구는 많이 없다. 조용히 홀로 고민하다고 '퇴사'를 얘기한다. 이런 친구들은 이미 결단을 내어 놓고 왔기 때문에 '퇴사'를 전제로 그냥 얘기한다. 고생했다. 언제까지 일을 할 건지 얘기해줘야 내가 팀을 추스를 수 있으니 그것만 얘기해달라고 한다.
퇴사를 반려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잡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의견이 있으면 상담을 신청하고 퇴직원을 가져오지 말라고 한다. 가져오면 무조건 받아준다고... 두 번째 이유는 팀의 분위기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특히 불만만 많은 팀원들의 사직서는 절대 반려하지 않는다. 오만 해지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더 나은 스테이지로 점프하기 위한 퇴사는 모두에게 권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끼는 후배들에게도 얘기한다.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고, 회사에 불만을 가지고 대충 일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고, 열매를 맺어서 더 좋은 대우를 받거나 더 좋은 것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한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이직하는 친구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단순히 힘들어서 그만두는 친구들을 보면 상황에 따라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회사를 떠나는 일. 엄청난 일처럼 느껴지지만 또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인재는 돌고도는 법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또 만나겠지.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글쓰기 + > 에세이 | 나의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 취미 내 취미 : 바느질과 뜨개질 (0) | 2022.05.25 |
---|---|
취미 : 사진 (0) | 2022.05.16 |
어떤 차(茶)를 좋아하세요? (0) | 2022.05.03 |
취미 : 탁구 (0) | 2022.04.28 |
(에세이) 고집 (0) | 2022.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