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시골의 초등학교. 변변찮은 놀이가 없으면서도 모든 것이 놀이였던 시절이었다. 그중에도 사라진 유치원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탁구대는 늘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놀이였다. 학교를 지키던 주사 아저씨가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 기회가 닿을 때면 동네 형들이랑 (가끔은 아저씨도 함께) 열정적으로 탁구를 쳤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동아리를 찾아보던 중에 탁구가 눈에 띄어 가입했다. 바로 옆에 우슈 동아리의 에이스로 보이는 분이 시범을 보이고 있었는데.. 너무 멋져서 내가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어린 날의 기억 속에 나는 탁구를 꽤 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동아리의 선배들은 나름 제대로 배운 사람들이었고 한 기수 누나들에게 조차도 비빌 수 없는 실력에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동아리 창립 이래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던 우리 기수는 운동부였기에 낭만을 가지고 가입한 친구들은 모두 관두게 되었다. 100명이 넘었던 기수는 어느새 10명 남짓 남아 있었다. 많지 않았기에 돈독했던 것 같다. 매일 저녁 자세 연습을 했고 1000 ~ 2000개는 그냥 넘어가는 반복 연습에 탁구에 어지간히 진심이 아니면 남아 있기 힘들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구보도 했던 것 같은데.. 나중에는 탁구장을 도는 것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자기 계발이니 스펙 쌓기, 공무원 준비 등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운동 동아리의 운명들은 같았다. 규모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와중에 이른 운영진도 되어 다들 열심히 했지만 복귀한 선배들과의 트러블로 우리 기수 대부분은 동아리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배운 탁구는 짬 탁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렇게 잘 치는 편은 아니었지만 회사에서는 늘 랭커였다. 그리고 불현듯 제대로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설 탁구장에 입문하게 되었다. 물론 사회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돈으로 움직이는 사회 동호회는 생각보다 트러블이 많은 것 같다. 여러 동호회를 둘러봐도 잘 될 때와 잘 안될 때의 분위기는 확연하다.
탁구를 배우면서 카페에 들러 늘 <성장 일기>를 적었다. 많은 선배 고수님들의 응원과 조언을 들으며 카페 생활도 참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우수 회원을 넘어 운영자까지 하게 된다. 카페 전국 모임도 여러 번 함께 했다. 그렇게 만난 인연으로 전국 어딜 가도 함께 탁구를 칠 수 있는 사람을 남긴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카페 내 분쟁 때문에 꽤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또 지나고 보니 이렇게 추억이 되어 있다. 코로나로 만난 지 꽤 오래되었지만 단톡방에서 몇 년째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사실 탁구는 배우기 힘든 종목이다. 평행봉 다음으로 어려운 종목이라고 분석한 기사도 있을 정도다. 탁구장에는 젊은 사람이 많이 없기도 하다.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동호회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30대 정도면 '애기'면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받는다. 그리고 공이 작으니까 속도 작나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탁구만큼 친근한 운동도 없다. 우선 공만 넘길 수 있을 정도로 배우고 나면 쉬는 짬에 공을 받아주는 선배들이 많다. 가끔은 게임도 함께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기본기만 익히면 전국 어느 탁구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도 함께 운동할 사람이 있다. 마지막으로 실내 스포츠라 계절과 날씨를 타지도 않는다.
이제는 다시 탁구를 시작해볼까 싶다. 3년 넘게 쌓인 먼지를 걷어내고 장비를 재정비하니 설레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조금 귀찮기도 하다. 아참, 그리고 탁구도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지속적인 소비가 생긴다는 것도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평생을 함께 하고 있는 소울 스포츠니 건강을 위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내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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