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한 그 해에는 회사에서 동호회 문화를 권장하는 트렌드가 있어서 회사에서도 동호회 가입을 권장했다. 처음에는 주된 취미였던 인라인 동호회를 찾았지만 그렇게 열성적인 라이더는 없었다. 그렇다고 탁구 동호회도 마땅치 않았다. 그런 와중에 카메라 동호회에 친한 형이 가입을 권유하여 가입하게 되었다. 회장이었던 형이 이직을 하고 나서는 잠깐 회사를 탈출할 때까지 7년 정도를 회사 사진 동호회를 이끌었던 것 같다.
사진 동호회는 다른 동호회와 다르게 조금 특수성이 있었다. 회사 행사 사진을 서포트(서포트라고 하기엔 주력이었지만)하는 일이 많았다. 대신에 다른 동호회와 다르게 개인 활동을 인정해 주었다. 파주에서 지내던 4년 정도는 파주 포토라는 사회 동호회에서도 활동했었다.
사진 동호회에는 주력 멤버 4-5명이 이끌어 가고 나머지 회원은 회사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한 유령회원들이었다. 그럼에도 출사에는 늘 초대를 했었고, 특별한 날에는 활동하는 인원도 있었다. 다들 홀몸이던 시절에 우리는 전국을 돌아다녔다. 전북 임실의 옥정호나 경북 청송의 주산지는 밤을 뚫고 내려가 새벽녘에 도착해야 안개 자욱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서울의 성산대교나 응봉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청담대교 등 서울의 다리를 찍으러 다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스튜디오 출사도 해봤고 직접 섭외도 해봤지만 아쉽게도 나와 일정이 안 맞는 날이 많았다. (내가 조정했는데 매번 나만 참석 못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사진을 많이 찍으러 다녀서인지 사계절 피아나는 꽃과 명소를 외우고 다녔다. 연애할 때에도 도심 속에서보다는 야외에 더 자주 있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핸드폰 카메라가 좋지 못한 시절이었기에 일명 백통(하얀색 렌즈)과 DSLR 그리고 묵직한 삼각대 조합이면 늘 시선을 받았던 것 같다. 덕분에 좋은 사진은 많이 남겼다. 미놀타 5D, 소니 알파 700 그리고 알파 900까지 사용했고, 필카도 여러 종 사용했다. 지금은 너무나도 편하고 잘 찍히는 아이폰에 밀려 먼지만 쌓이고 있긴 하다.
이제는 다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어 출사는 쉬운 일은 아니다. 그저 한 번씩 하는 나들이의 아빠 사진사 노릇이 전부다. 지나고 보면 동영상을 보는 것이 더 재밌지만, 사진이 주는 묘한 감동은 여전히 좋다. 그래서인지 동영상을 찍다가도 사진을 꼭 남기게 된다. 포지티브 필름으로 현상하여 백라이트와 루페로 보는 느낌도 모니터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감동이 있어 필카를 다시 써볼까 싶다가도 뒤를 따르는 많은 부수적인 일이 귀찮아 결국 핸드폰을 들게 된다.
최근에 조그마한 카메라를 들여 스냅숏을 찍어볼까 싶다가도 중고 가격임에도 만만치 않음에 결국 핸드폰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사진은 찰나의 예술이라고 했지만 최근에 동영상 품질이 너무 좋아서 동영상을 찍고 캡처하는 형식의 촬영도 곧잘 이뤄진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것은 그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좋았던 것 같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여러 번 찾기도 한다. 찰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 그런 뒤 얻은 좋은 사진 한 장은 지금의 기술로는 조금 아둔한 행동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만족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지 않고 낚싯대로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찍어둔 사진을 보면 손이 간질간질하다. 지나간 추억은 뚜렷한 동영상보다 조금은 왜곡된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본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셔터를 잡을 날이 오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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