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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정민)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8. 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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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학을 서양의 학문이라 이해하여 조선 시대 서양 문물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함에 책을 펴보았지만 서학은 그 단어와 다르게 천주교에 대한 내용이었다. 조선시대 학자들이 판토하의 <칠극> 같은 책을 보았고 중국을 드나들던 관리들은 중국에서 서양의 과학을 겪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테오 리치가 저술한 <천주실의>는 조선 사대부의 서가이 제법 있었던 것 같다. 우수한 문물과 함께 전파된 천주교는 어느새 학자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반역의 종교가 되었고 핍박받는 역사를 남겼다. 

  조선 시대 불었던 서학 열풍과 남인들의 붕괴와 역적으로 몰린 천주교의 역사 기록을 분석한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정조가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즈음에 중국에서는 서양의 문물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이는 자연스레 조선으로 전달되었다. 많은 학자들은 서양의 학문을 접했고 그 사상은 그동안의 진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어서 빠져드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와 함께 천주교도 전파되기 시작되었다. 서학은 자연스레 전파되는 것 같았으나 기존의 유교와 대척점에 있는 몇 가지 이유로 이를 받아들인 남인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시작되었다. 정조는 체재공을 좌상으로 등용하여 노론과의 힘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으나 남인 사이의 갈등으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

  초기 천주교는 당파 싸움 속에서 핍박받았지만 황사영이 서구의 배 수천 척에 바다로 몰려와 조선을 점령하고 천주교를 핍박에서 해방시킬 것이라는 예언을 인용한 <백서>를 조정에 들킨 이후로 천주교는 국가 전복 세력으로 낙인찍혔다. 고종의 상 중에는 죄인을 잡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천주교 활동이 활발해지긴 했지만 상이 끝나지 마자 천주교인들은 잡혀 들어갔고 참수당했다. 신해박해 혹은 진산 사건으로 시작된 탄압은 신유박해, 을해박해, 기해박해, 병오박해, 병인박해 등으로 이어지며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죽임을 당했다.

  이 책의 또 다른 논란은 다산 정약용이 서학을 얼마나 깊이 하고 있었느냐의 문제다. 정약용에 대해서는 배교했다는 측과 박해를 피하기 위해서 숨기고 있었다는 측으로 나뉘고 있다. 이 책은 후자의 근거를 제시한다. 여러 증거가 하나를 이룰 때에는 수긍을 하면서도 한 가지 증거로 주장할 때에는 사람들을 너무 강직하고 착하게만 본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무교이면서 유일신을 숭배하는 종교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크게 관심이 없던 내용이라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행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수능 문제 풀듯 핵심 문장만 찾아가듯 독서하니 벽돌 책이었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정착시킨 종교인데 이렇게 변질되었나 하는 생각과 박해받던 시절의 포교활동이 현재까지 잔존하는 건가 싶어 조금은 안타깝고 조금은 더 싫어진 느낌이다. 사실 나에게 다산 정약용이 서학을 믿었던 그렇지 않았던 그저 괜찮은 위인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의외로 호감이 더 생긴 인물은 정조이고 연암 박지원이었다. 나라의 운영하기 위해 균형을 맞추려고 부단히 애쓴 모습이 보인 정조였고 천주교보다는 서양의 학문에 더 관심이 있었던 박지원으로 천주교를 믿는 사람을 중립의 입장으로 바라보았던 것 같다. 박제가처럼 서양의 문물만 받아들이고 천주교는 빼자라는 실용적인 생각을 한 사람도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종교가 그렇게 쉽게 관리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천주교는 핍박받았기 때문에 포교의 보안을 중요시했고 먼저 가까워지고 포교를 하고 무리를 챙겨 주었다. 믿으면 천당을 간다는 말에 순박한 사람들은 그대로 믿었고 제사를 지내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배교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오히려 득세하고 있는 기독교지만 포교의 방식은 그때와 다르지 않은 듯하고 그들이 말하는 이단은 이 방법을 더욱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 듯하다.

  유일신은 모두의 신을 하나의 신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늘 분쟁 속에 휘말려 들어간다. 조선 시대에 받은 핍박도 어떻게 보면 예견되어 있던 건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유럽에서 가톨릭은 워낙 득세해서 초기 가톨릭의 모습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믿는 것이 아니면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행동들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과 달라 보인다고 얘기한 남인들의 생각에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20세기를 마무리할 때 교황 요한 바오르 2세는 가톨릭의 과오 7가지를 얘기했다. 그곳에는 '다른 종교에 대한 박해'도 들어 있었다. 목사님의 여식이 결혼할 때 신부님이 주례사를 하고 스님이 축가를 불러 준 것처럼 어울리면 좋겠다.

  이 책은 천주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 천주의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같이 무교인 사람들에게는 그저 예쁜 벽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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