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 중에 누구를 가장 존경하나요?라는 질문에 조건 반사하듯 많은 사람들은 <이순신>을 얘기할 것이다. 거북선과 명량해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얘기다. 조금 더 나아가면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구국의 영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이순신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과 비슷하게 저자 또한 이순신을 존경한다고 얘기하면서 이순신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연구하고 책을 만들고 있었다.
40여 년 동안 머릿속에서 이순신에 빠져 살았던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의 그동안의 공부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이 책은 가디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보았다.
이순신의 업적을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실로 인간의 이야기가 싶은 부분이 많이 있다.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등용과 하옥의 롤러코스트뿐만 아니라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전투를 매번 승리를 이끌었다. 이순신의 리더십, 장수들의 팔로워십 그리고 많은 수하들의 단결력, 믿음, 사랑 그것에 운이라는 것까지 더해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인물이다. 왕과 여러 동료들의 든든한 후원을 받으며 이름을 떨친 제갈공명과 넬슨 제독에 비하는 것을 그렇게까지 영광스러워야 할까 라는 질문도 해볼 만하다.
40년 이순신을 쫓았던 저자의 이순신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완벽해 보이는 사람인데 조금 더 미화된 느낌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문관을 하지 않고 무관을 한 것은 집안에 쓰인 죄 때문에 이순신의 어머니 초계 변 씨의 혜안이었다는 책도 있다. 그리고 충신이 아니었던 원균을 이해했을 거란 대목에서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이순신은 신념 이외의 것을 이해하는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 상황을 가감 없이 받아들였다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임진왜란이 그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욕망의 분출이라는 부분도 살짝 반기를 들게 만들었다. 일본을 통일한 후 남아도는 사무라이와 귀족 세력의 먹잇감이 필요했기 때문에 관심사를 국외로 돌린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의견을 얘기해도 사실 이순신이 미화되는 것에 대한 반감은 없다.
이 책은 위인전으로 고 보기에는 저자의 사심과 평가가 많이 가미되었고 리더십 자기 계발서라고 하기엔 너무 역사서 같다. 저자의 평가를 참고 삼아 역사를 읽어 나간다면 꽤 좋은 위인전이 될 듯하고 마지막에 갈무리한 이순신의 리더십에 대한 얘기를 꼼꼼히 읽어보면 리더십 자기 계발서라고 해도 좋은 내용들이었다.
사실 책을 꼼꼼하게 읽어보지는 않았다. 벌써 이순신에 대한 책을 2권 이상 읽은 상태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서 빠르게 읽어 나갔고 새로운 부분 저자의 감상평 정도를 즐기는 수준의 독서를 하였다. 저자는 이순신으로부터 공직자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말을 한다. 어느 누가 이순신 같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어설프게 따라 하다가 부작용만 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자신에게 닥친 일을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가짐, 약한 자를 두루 살필 줄 아는 자세, 공을 나눠주고 책임은 본인이 지는 원칙. 이런 것은 어떤 위치에 있는 리더라도 분명 배울만한 점이다.
이순신이 살았던 시대의 동인과 서인의 당쟁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무능력하고 질투가 많았던 왕인 선조. 나라는 외세의 침략을 받고 휘청였다. 정책과 비전이 사라진 인수위. 잡음이 끊이지 않는 장관 후보자들. 시끄러운 양당 정치 그리고 둘로 나뉜 듯 더 심해진 지역 갈등. 지금의 모습이 이순신이 살았던 시대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지 않나 걱정스럽다. 지금의 시대에도 이순신이 등장할까? 아니면 그때의 의병들처럼 국민 개개인들이 또 힘겹게 이겨내야 할까. 왜 이득은 기득권이 챙기면서 나라는 국민들만 고생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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