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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켄 윌버의 통합불교 (켄 윌버)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4. 1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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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적 성장을 주제로 삼은 이 책의 대상은 모든 종교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교는 그 확장을 거부한다. 하지만 불교만은 법륜이라 하여 그 깨달음이라는 것을 진화시켜 왔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불교에 대해서 통합을 얘기한다. 첫 번째 회전은 붓다라는 인물에 의해서 최초로 시작되었다. 오늘날까지도 상좌부 불교의 가르침 속에 남아 있다. 두 번째 회전은 '공'의 개념을 도입한 나가르주나로부터 시작되었다. 세 번째는 아상가와 아수반두라는 배다른 형제에 의해서 일어났는데 일반적으로 '유 가행파'라고 불린다. 탄트라와 금강승을 네 번째 회전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 법륜이 일어난 지도 벌써 천 년의 세월이 흘렀다. 과학은 발전했고 양성평등의 개념도 자리를 잡아간다. 이 시점에서 종교를 다시금 하나로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켄 윌버가 제안하는 4세대 불교인 '통합 불교'를 간추린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무교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종교는 불교다. 그것은 유일신이 없다는 것이고, 많은 부분 열려 있다는 것이 좋았다. 절에 발을 디디는 것은 교회나 성당에 발을 디디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그리고 불교의 가르침이 과학과 많이 닮았다는 개인적인 호감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은 유한한 물질들로 태어나며 하나의 개체가 되고 죽으면 흩어져 새로운 개체가 된다. 불교의 윤회와 닮았다. 최근에 핫한 양자역학은 그 존재가 있는 것이면서도 없는 것이라는 '공'의 개념과 닮아 있다. 그것이 과학적 통찰력은 아니겠지만 과학과 묘하게 이어지는 것이 재밌다.

  사실 얘기하자면 책의 1장은 진지하게 읽었지만 2장부터는 빠른 속도로 눈에 띄는 구절만 정독하였다. 종교라는 느낌보다는 논문 같은 느낌이 강해서 그렇게 쉬이 마음이 가질 않았다. 무릇 깨달음이라고 함은 수수께끼 같은 한 문장을 가지고 수만 가지 느낌을 가져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나온 불교의 깨달음은 모두 그런 것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지극히 학술적이다. 무언가를 분석하고 쪼개야 하는 것이 서양인들의 기본적인 태도라면 존중하지만 불교를 학문적으로 대하지 않는 나에게는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인간이라는 것과 영적이라는 것 모두 칼로 무 자르듯 자를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책은 부단히 분류하고 있다. 물론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의가 필요하고 그에 알맞은 단어가 필요한 것 또한 맞다. 그런 의미에서 현자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느끼기보다는 불교 그 자체를 현대적인 학문처럼 익힐 필요한 사람에게 맞는 책인 것 같다.

  수 천년을 거슬러 올라간 인간의 인식으로 만들어진 종교는 분명 오늘날의 개념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는 있다. 과학적 지식이 전무했던 그 시대의 사람들의 오해와 여성은 미천하다는 인식들은 오늘날의 인식과는 조금 괴리가 있다는 점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정의와 단어들이 쏟아지고 여러 장의 도표가 제시되는 것으로 살짝 힘겨움이 있다. 명상이나 깨달음 나아가 영성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꼼꼼히 읽어볼 가치는 있다. 하지만 좋은 문장과 그에 대한 사색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생각과는 다른 내용에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이 책에 원본에 가까운 <내일의 종교>라는 책을 펼쳐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기대하던 것과 다른 내용이라 읽는데 힘들었던 점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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