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인물 중에 이상적인 어머니상이라고 하면 이구동성은 신사임당을 꼽을 것이다. 성리학자 겸 정치인 율곡 이이, 화가 이매창의 어머니이자 한 명의 여성으로서도 여러 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인물이다. 한편으로 조선을 지켜낸 인물을 얘기하자고 하면 단연 '이순신'을 떠올리게 된다. 임진왜란에 그가 세운 말도 안 되는 업적은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회자된다. 하지만 이순신을 길러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어머니 초계 변 씨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이순신의 집안을 들여다보며 초계 변 씨가 어떻게 이순신을 기르며 어떤 가르침을 줬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이 책은 가디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순신의 집안은 문신의 집안으로써 꽤 괜찮은 집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할아버지 이백록이 국상인 줄 모르고 혼삿날을 잡아 혼례를 치르는 바람에 국상 중에 잔치를 벌인 죄를 물었다. 이준이 이백록의 무고함을 올려 그 죄를 받지는 않았다. 아버지 이정은 벼슬에 오르는 것을 번번이 실패해 가계가 기울었고, 초계 변 씨는 가족을 데리고 친정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몰락한 가문이라는 평판을 지울 필요도 있었고, 이사한 아산 시곡은 초계 변 씨의 집성촌이었다. 그리고 이순신의 외가는 대대로 현감 이상의 벼슬을 지낸 명문 가문이었다. 어머니 초계 변 씨의 판단으로 이순신은 무신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영의정 이준경은 수하의 정걸 장군에게 판옥선을 만들게 하고 왜란을 대비하라는 유언을 남긴 인물이었다. 이준경은 이순신의 뛰어남을 알아보고 국난에 대비해 이순신에게 방진의 집안과 중매를 해준다. 장인 방진은 국궁의 명인으로 이순신에게 활쏘기를 가르치기도 했으며 이순신을 무과에 합격시킨 셈이기도 했다.
이순신이 벼슬로 인해 전국을 돌아다닐 때, 어머니 변 씨는 기울어져 가던 집안을 철저한 재무관리로 일으켜 세웠다. <별급문기>는 변 씨의 철저하고 청렴함을 보여준다. 시아버지의 억울함을 상소할 때에도 집이 모두 타버렸을 때에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냉철했다. 이순신의 냉철하고 객관적인 정세 판단은 어머니 변 씨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난중일기에서도 엿볼 수 있듯 어머니 변 씨는 이순신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다.
어머니 변 씨는 "가서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라"라고 팔순의 나이에도 아들보다 나라 걱정이 앞선 인물이었다. 이 멸사봉공의 정신은 임진왜란에서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며 나라를 지킨 이순신과 초계 변 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신사임당이 오만 원권으로 채택될 때 잡음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현모양처'라는 이데올로기였다. 남성 중심 사회에 맞춰진 인물이며 유관순으로 하자는 얘기도 많았었다. 나는 광개토대왕이 되었으면 했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훌륭한 인물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역할은 중요하다.
역사에 기록이 많지 않아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순신을 낳고 기른 강한 정신적 지주였던 강인했던 어머니. 초계 변 씨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소소한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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