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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깃발의 세계사 (팀 마셜) - 푸른숲

야곰야곰+책벌레 2022. 2. 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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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을 보면 비효율적 이게도 깃발만 들고 뛰어가는 군사들이 있다. 저 인원이 창이나 검들을 들고 싸운다면 더 효율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도 잠깐씩 들기도 한다. 프랑스혁명으로 유명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그림에서도 여인은 프랑스 기를 들고 있을 뿐이다. 남극과 북극 그리고 히말리아 산맥의 정상들에는 어김없이 깃발을 꼽고 심지어 달에도 깃발을 꼽는다. 우리는 왜 이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걸다시피 할까? 사실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깃발은 하나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세계에 펼쳐진 국기부터 여러 단체에 쓰이는 깃발까지 세계사 속에서 깃발의 의미를 얘기하는 이 책은 푸른 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깃발이라고 하면 태극기, 성조기, 일장기 정도만 이름을 알고 있었다. 영국의 국기가 유니언잭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사실 국기라는 것은 '어느 어느 나라의 국기'라고 하면 다 통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각 나라의 국기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한 것 같다. 솔직히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던 나에게 태극기를 깔고 앉는 행동은 생각보다 많은 불쾌감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굉장히 광범위한 내용을 쉴 틈 없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정신 잘 차리고 읽어야 한다. 세상은 넓고 깃발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의 성조기와 영국의 유니언잭의 설명은 굉장히 길어서 재미나게 읽어볼 수 있었다. 나머지 깃발들은 요약 느낌이 강해서 약간 공부하듯 읽어야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흥미롭다.

  미국은 연합에 참여하는 주가 늘 때마다 별 하나, 줄 하나를 늘리다가 그 수가 너무 많아져 줄의 경우는 최초 참가한 13개로 고정하고 별만 늘리고 있다. 남북 전쟁을 거쳤던 미국이었기 때문에 남쪽에 거주하는 보수진영들은 성조기보다 남방 기를 더 애호하기도 한다고 한다. 영국 국기가 위아래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아무리 봐도 대칭인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영국 국기를 보니 빨간 줄의 위치가 미묘하게 다르다.

  문화적으로 교류가 일어나면 국기는 서로 비슷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은 모두 한쪽으로 치우친 십자가다. 아이슬란드는 영국 위에 있지만 스칸디나비아와 교류가 많아서 이들과 비슷한 국기를 가지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은 대체로 달과 별을 가지고 있고 인도는 차크라라는 수레바퀴를 가진다. 반대로 종교에 국가가 전복되지 않도록 깃발을 의도해서 만들기도 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검은색이 들어가는 편이고 더불어 자유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더했다. 

  유럽의 국기들은 삼색기가 많은데, 이것은 격동의 시기에 천들을 모아 이어 붙여서 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대표적인 깃발이 프랑스이고 이것은 단순히 프랑스 깃발이 아닌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색에 의미를 담아서 각 나라들은 자신만의 색을 정의하고 깃발로 만들었다.

  구 소비에트 연방의 국기는 사회주의의 노동자를 의미하는 망치와 낫으로 이뤄져 있었다. 중국의 국기는 큰 별은 공산당을 작은 네 개의 별은 노동자, 농민 등을 말한다. 이런 사회주의 국가들에게 붉은색은 투쟁과 혁명을 의미한다. 나치의 깃발의 바탕이 붉은색인 것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깃발을 설명하다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지만 민주주의도 아니고 공화국도 아니라는 농담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 외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라던지 해적 깃발 등의 설명도 있다. 파나마를 지날 때 혜택을 받기 위해서 전 세계 25%의 배가 파나마 국기를 달고 다니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성 다양성을 상징하는 LGBT 깃발, 레이싱 경주의 체크 깃발, 중립을 상징하는 적십자기, 5 대륙을 상징하는 올림픽기까지 정말 깃발이 가지는 의미는 다양했다.

  이런 강력한 깃발의 상징성은 제작과 폐기의 과정도 신성시되기도 한다. 미국 국기는 미국에서 만들어야 함을 주장하기도 했고 많은 나라의 국기는 깃발을 구기거나 쓰레기통을 버리는 것을 금하기도 한다. 심지어 깔고 앉기만 해도 법적 제재를 받기도 한다. 이런 강력한 힘을 가진 깃발의 역사를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고 책 안에서 소개하는 많은 책들 또한 소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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