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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머니 (제프리 잉햄) - 이콘

야곰야곰+책벌레 2022. 7. 3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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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옛날 조개껍데기를 교환의 수단을 사용하고부터 인간에게는 화폐의 개념이 생겨 났는지 모를 일이지만 본격적인 화폐는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사회 구성 요소가 되었다. 화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던 초기의 화폐들은 금이나 은으로 만들어져서 화폐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었다. 물론 은의 생산량이 들면서 금화의 가치가 은화의 가치를 넘어서게 돼도 했지만 충분히 재화 그 자체로의 가치 또한 있었다. 가상 자산이 금융 시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지금의 시대 화폐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거대한 조직의 지불 가능성을 믿는 '신용 금융'은 어떤 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하는 이 책은 이콘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굉장히 어렵다.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것이 첫 번째로 어려운 점이었고 문장 자체가 쉬이 읽히지 않는 것이 두 번째 어려움이었다. 방대한 양의 고증이 있는데도 200 페이지 가량이 담았다는 것은 읽는 사람에게 경제적 지식이 있을 거라는 조건이 있는 것 같았다. 경제학도나 금융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도서가 이 도서인 것 같다. 그럼에도 여러 모로 많은 얘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조금씩 뜯어서 따로 공부해도 좋을 것 같다.

  화폐는 거대한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또 유지하게 해주는 중요한 사회적 기술이다. 하지만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돈의 문제는 삶에 직결되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발전해 오면서 화폐의 개념조차 확실하지 않다는 것은 놀랄 일이다. 지금의 경제학은 19세기의 의학 수준이라고 얘기한 한 경제학자의 얘기는 화폐의 정의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화폐는 장기적으로는 생산능력을 넘을 수도 없고 넘어서도 안된다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학문적'이지 않다. 화폐는 다분히 권력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누가 어떻게 얼마나 생산하는 등의 통제권의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화폐는 상품의 단순 가치의 척도이면서도 수많은 논쟁 속에 있기도 하다. 화폐는 생산물이 소비될 만큼의 양만 있으면 되는데 그것을 늘리고 줄이는 일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화폐가 모자라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너무 많으면 물가상승을 가져오게 된다. 

  자본주의에서 통화관리는 결국 두 개의 균형 잡기의 문제다. 화폐가 모자라면 경기 침체, 너무 많으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경기가 침체되면 '양적완화'를 그렇게 시중에 풀린 돈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다시 '긴축'으로 이어진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가벼운 파동으로 연속에서 이어지는 것은 아주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그 파동이 심해지면 우리는 위기를 맞게 된다.

  따라서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디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적 완화가 소비와 생산을 자극하지는 못한다. '아베 노믹스'로 십수 년간 엔화를 찍어내듯 한 일본에서도 여전히 '경기 침체'는 해결되지 않는다. 디플레이션은 심리적 위축이기 때문에 돈이 풀리면 소비가 아니라 저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심해져 하이 인플레이션이 된다면 화폐 그 자체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화폐의 탄생은 '호황과 불황'의 파도의 원천과 같은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관리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이 탄생했다. 법화라고 불리는 국가가 지정한 화폐도 그래서 존재하게 된 듯하다. 그리고 세계를 주름잡게 되면 주된 통화가 되면서 우리는 그것을 기축 통화라고 부른다. 지금은 달러가 전 세계의 통화를 지배하고 있다. 화폐의 권력은 그것을 인증하고 있는 권력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로화는 특이하다. 많은 나라들이 사용하는 유로화는 특별한 점이 있다. 첫 번째로 재정과 통화의 영역이 분리되어 있다. 두 번째로 중앙은행에 주권이 미치지 못한다. 1999년에 도입된 유로화는 유럽 중앙은행에서 관리한다. 유럽은 단일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상황에 대해서도 독립적이다. 나라 내 경제 상황에 따라 통화 정책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유로존에서 경제 경제력이 약한 나라는 통화 정책을 이용해서 수출을 늘이고 수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사용할 수 없다. 유로존은 독일과 프랑스를 위한 제도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런 중앙 집중적인 시스템에 대항하며 등장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가상화폐로 최근에 엄청난 이슈 몰이를 하면서 그 가치가 급속도로 상승했다. 비트 코인은 세 가지의 장점이 있다. 첫째로 암호로 짜인 공급 유한성은 금의 자연적 희소성에 비견된다. 둘째로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인해 전통적인 통화보다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익명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화폐 근본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음이 입증되었다. 그 가치가 급등락 하여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데 사용될 수 없고 지급 수단으로도 인정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에서 시작된 자본주의 투기적 열풍의 긴 행렬에서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가상 화폐는 화폐가 하지 말아야 하는 거래에 불확실성을 가진다. 언제 오를지 몰라 사용하기 꺼리고 언제 내릴지 몰라 수취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화폐가 될 수 없다.

  화폐는 어느 순간부터 생산물보다 더 많아졌다. 은행은 가상의 것을 만들어 내어 상품을 만들어서 판다. 은행은 실제 지급해야 하는 현물만큼의 화폐만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신용 카드나 전자 계좌를 사용함으로써 은행이 보유하고 있어야 할 지급 화폐도 보유하지 않게 되었다. 전산화되어 점점 더 e-머니로 바뀌게 되면 화폐는 얼마나 더 자유롭게 운영될지 모를 일이다.

  현물의 화폐가 아닌 신용의 화폐가 되면서 경기 부흥을 위해 다량의 재화 투입이 가능했지만 그것 자체가 가진 특징 때문에 많은 폐해가 생겨나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의 일은 대표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사실 신용 금융의 폐해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지만 방대한 지식을 마구 쏟아낸 저자의 글을 얼마나 소화해 내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단지, 경제학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 어려운 학문임을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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