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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피니트 게임 (사이먼 시넥) - 세계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7. 1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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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 서클로 유명한 사이먼 시넥의 새로운 책이 출간됐다.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 내가 일을 하는 이유 등을 "왜?"라는 질문으로 답을 구하라고 했다.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우리는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게 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의 강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런 그가 "대의명분"을 가지고 돌아왔다. 번역된 단어가 그렇게 세련되지 못하긴 하지만 기업을 이끌어가는 "가치관"을 더 강력하게 표현할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세상은 유한하지 않고 끊임없는 게임의 연속이다. 이 거대한 게임 속에서 자잘한 전투의 승리를 맞볼 수 있을 수 있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면 시간은 무한하고 우리가 하는 게임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과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 책은 세계사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첫 장을 들추며 만난 첫 문장 "당신은 승리와 성취 중에 무엇을 택할 것인가?"을 마주하는 순간 소름을 돋았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느꼈다고나 할까. 책 곳곳에는 생각으로만 가득 찼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 모든 것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CEO가 아니라 한낱 팔로워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꿈꾸는 회사를 그도 그리고 있었다. 아마 우리 모두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성공한 직후가 가장 위험하다.'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어떤 복합적인 사안에 대한 결과일 뿐인 이 작은 사실 하나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그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모를 일이기도 하다. 실적은 눈에 보이지만 심리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는지를 재무제표로만 보는 건 쉽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가치관 경영이 유행하던 시절. 우리 회사에서도 컨설턴팅을 받으며 비전과 미션을 만들었다. 그 비전을 처음 보았을 때의 실망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가치관 경영이라는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 보았다면 만들 수 없는 비전이었다. 싸구려 컨설턴팅다운 싸구리 비전이었다. 그 당시에는 피가 너무 끓었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중국 어느 공장에서 일하면서 꽤 긴 글을 적었고 귀국하자마자 사내 게시판에 투척했다. 덕분에 내 글은 성지가 되었고, 대표님께 잡혀가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고도 회사의 변화는 생각과 정반대로 나아갔다. 결국 회사를 바꾸려면 내가 그 자리에 앉지 않고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그저 본인의 업무만 적당히 잘 해내는 직원이 되려 했던 것 같다.

  이 책에 주된 내용은 회사에 출근한다는 것이 일한다는 것이 '가슴 뛰게 해야 한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개 보험 팔이로 하대 받기 일수였던 보험설계사들에게 '우리는 고객의 미래를 설계해 주는 사람이다'라는 회사의 비전은 많은 설계사들의 실적을 개선시켰다. 이 책은 그것을 가치관 대신 '대의명분'으로 얘기하고 있다. 

  무한 게임에서 리더는 다섯 가지를 지켜야 한다. 대의명분이 있어야 하고 신뢰하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경쟁자를 선의의 라이벌로 대해야 한다. 본질 이외 것은 뭐든지 바꿀 수 있는 유연성과 선구자적 용기가 필요하다. 무한 게임의 법칙을 지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대의를 가지고 창업하여 굴지의 회사로 성장했지만 잘못된 리더의 기용으로 창업자가 재 등판하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본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스티브 잡스이고 최근에는 일본전산의 창업주 <호통의 리더십>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이 10개월 만에 복귀하는 일이 생겼다.

  무한 경쟁을 하려면 직원을 자원으로 보면 안 된다. 인적 자원이라는 이 무시무시한 단어는 유한 게임. 단기적 성취의 산물이다. 인간이란 능력과 생산성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리더의 자리에 맞을 수 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해고나 비용 절감 등 쉽게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일에 집착한다. 더군다나 몇 해 CEO를 하다가 떠날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가치를 단기에 평가받을 수밖에 없기도 한 것이다.

  불안한 환경에서는 방어적 기재가 발생한다. 실수와 문제는 숨기고 실적에는 집착하게 된다. 기업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질 않는다. 구성원 간에는 협업이 이뤄지지 않고 실적을 위해서라면 비윤리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이런 조직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리더가 부하를 보호하고 회사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될 때 비로소 힘들어도 함께 하고 자발적으로 헌신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복지에 대해 세세한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직원도 회사에게 받아낼 수 있는 것을 모두 받아내겠다는 마음으로 바뀌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보아왔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런 무한 게임을 할 수 없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주주자본주의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성장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자신의 투자 수익만을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성장하여 큰 수익을 얻은 뒤라면 기업이 망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칼짜이스 같은 기업이 왜 상장을 하지 않고 가족 경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주자본주의는 지금 미국에서 꽤나 심각하기도 하다. 기업의 이윤이 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주주에게 가고 주주에게 큰 이익을 안겨준 CEO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CEO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노동자의 300배나 되는 임금을 가져간다는 것은 납득하긴 어렵다.

  내가 회사를 다닌 이유는 언젠가 회장님과 담소 중에 "세대가 전환되는 때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한번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고생스럽더라도 노력해주세요"라는 그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10년 남짓 회사를 다녔을 때 들었던 이 말은 가슴속에 잘 새겨져 있다. 세계 일등을 뒤집겠다는 그 포부는 가슴 뛸만했다. (사이먼이 얘기한 대의명분의 요건에 만족하진 않더라도) 하지만 회사는 더욱더 나락의 길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혹시 가볍게 질문할 상황이 생긴다면 (이제는 이런 일도 어렵게 느껴질 정도로 친근했던 문화가 사라졌다)  물어보고 싶다. "꿈이 있으신가요?"라고.

  모든 공동체는 신뢰를 바탕으로 엮여 있다. 그 속에서 타인을 믿고 기댈 수 있는 것이다.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면 공동의 적이 사라지거나 나쁜 상황에 빠지게 되면 서로에게 칼을 겨눌 수밖에 없다. 공동체는 함께 걸어가는 것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걸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닿지 않지만 닿고 싶은 그곳을 향해서 걸어가고 싶어졌다. 이내 현실로 복귀했지만 한동안 포기하고 있었던 이상적인 기업의 모습을 잠시나마 다시 그려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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