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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 (이인아) - 21세기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2. 7. 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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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에 대한 꿈은 아주 오래전에 등장했다. 인간과 기계가 대화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앨런 튜링은 '튜링 테스트'라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인간의 신경을 모방하여 처음으로 등장한 퍼셉트론의 등장으로 진일보하는 듯하였으나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인공지능은 긴 겨울을 겪게 되었다.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21세기에 들어 등장한 딥러닝과 병렬 연산 처리 컴퓨터 시스템은 구글의 '딥마인드'와 함께 인류의 관심 속으로 재등장하였다. 단순히 게임뿐 아니라 자연어 처리나 미해결 수학 문제도 풀어냈고 각종 기술 영역에서 그 힘을 내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공 지능이 초지능을 가지거나 자의식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아 있다. 그저 다 복잡한 문제를 빠른 속도로 풀어낼 뿐 궁극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뇌의 기능 중 '학습'이라는 테마에서도 일부를 취하여 만든 시스템이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의 뇌의 기능 중에서도 '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 책은 21세기 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는 공부를 잘하려고 하고 또 그러려고 노력한다. 수많은 방법들을 찾아 해내지만 결국 이상적인 학습 방법은 '동기 부여'로 귀결된다. 이것은 단순히 학습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을 하는 것에도 살아가는 것에도 모든 '동기'는 중요하다. 개인에게는 꿈이나 신념이라고 얘기하고 공동체에서는 가치나 비전이라고 얘기된다. 근본적으로 움직이는 힘이 바로 '동기'가 되는 것이다.

  모든 동물에게 가장 강한 동기는 '생명 유지'다. 인간 또한 다르지 않다. 행동 기재는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나에게 위험으로부터 피하는 것'과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취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위험을 피하는 것이 강하게 작동한다. 이것은 나쁜 기억이 좋은 기억보다 오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상을 인지하는 것을 '재인'이라고 한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재인식'이다. 기존의 보았던 좋았던 것과 나빴던 것을 인식해야 한다. 여러모로 대상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보다 빠르게 인식해내야 한다. 그래서 뇌는 '애매함'을 무엇보다 잘 처리한다. 여자 친구가 옷을 바꿔 입든 헤어스타일을 바꾸든 화장을 하든 잘 구별할 수 있다. (물론 화장도 정도가 있겠... ) 인공지능처럼 모든 패턴을 다 기억하고 학습하면 우리 머리는 아파 터져 버릴지도 모르고 그 많은 데이터베이스에서 대상을 찾다가 포식자에 잡아 먹혀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뇌의 또 다른 학습은 '절차적 학습'이다. 어떠한 환경에 놓이면 평소에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뇌의 노력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도 자연스럽게 해내는 것들이 대부분 그렇다. 걷는 것이나 문을 열고 들어가는 행위가 그렇다. 습관과 루틴은 우리의 행동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 자기 계발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진 않지만 이런 절차적 학습은 논리적인 상황에서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고정관념이나 편향이 생기는 것 같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얘기하는 시스템 1. 이것은 '절차적 학습'으로 이뤄진 시스템인 듯하다.

   그 외에 특별한 능력은 기억의 특정 지점을 꼽아 기억해 낼 수 있다는 점. 상대의 경험에 내 경험을 빗대어 공감하는 점. 비어 있는 기억을 적당히 채워 넣는 것들이 있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신경 과학과 심리학이 엮여 새로운 학문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인공지능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 정점을 찍고 나면 또다시 겨울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몇 번의 겨울 겪으면 인간과 아주 닮은 인공지능이 나타날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인공지능은 독립적인 개체라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개체로 사용되고 있다.

  딱 하나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뇌는 우리에게 '완벽한 기억'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책을 보아 오면서 우리 뇌는 경험한 것을 그대로 기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뇌는 생각보다 편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나의 생존의 알고리즘을 유지하고 자하는 능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들이나 비어 있는 기억에 나의 패턴에 맞는 사실을 끼워 맞추기도 한다. 내가 아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계속해서 의심하라고 하는 점도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읽기 쉬운 문장은 아니었다. 어려운 뇌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고픈 저자의 노고가 드러나는 책이었지만 역시 학술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뇌과학에서 '인지'라는 부분을 떼어내어 자세하지만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라서 좋았다. 새로운 사실과 조금은 전문적인 용어도 익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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