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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곽재식) - 문학수첩

야곰야곰+책벌레 2022. 7. 2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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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재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향으로 사건은 뛰어다닌다. 과거와 현재를 뛰어다니고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의 시야로 풀어보고 신화에 과학을 빗대어보고 그런 시선이 좋았다. 단지, 표지는 내용을 잘 담고 있는데 제목은 조금 생뚱맞다. 화성의 얘기도 걸리버의 얘기도 잠깐 스치듯 지나가기 때문이다. 차라리 <타임머신을 탄 걸리버>가 나았을지도 멋스럽지는 않지만 말이다.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인도의 로켓 이야기까지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은 얘기를 절묘하게 이어가며 즐거운 이야기를 내어놓은 이 책은 문학수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SF 작가들 사이에는 <곽재식의 속도>라는 것이 있다. 반년에 네 편의 단편을 집필하는 속도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문장 중에는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고 했는데, 작가가 딱 그런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작가와 책을 언급하는지 서점 앱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는지 셀 수가 없을 지경이다.

  길가메시가 있던 우루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생지 근처인 유프라테스 강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밀이 처음 탄생한 곳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대도시를 이룰 수 있었다. 우트나피슈팀의 영원한 생명에 대한 에피소드는 재밌었다. 노아의 방주에 영향을 준 것도 이 신화일까? 실제로는 홍수가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나 폭우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해빙기에는 해수면이 200미터나 올랐다고 알고 있다. 

  길가메시에서 기후 변화로 일리아스에서 철기문화로 그리스 신화에서 콘크리트로 천일야화에서 알고리즘으로, 이런 식의 과거와 현대를 종횡무진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그 연결의 끈이 확실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스에 예술품과 동상이 많았던 이유가 글을 아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의 실체를 보여줌으로써 기억을 자극하려고 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인도에서 0이 생겨서 인간의 수학적 상상력은 극대화되었다는 점과 알고리즘이 인도의 알콰리즈미라는 학자에서 유례 되었다는 점도 알게 되어 좋았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에서 강남은 서울이 아니라 송나라의 강남이었다는 것과 우리가 얘기하는 먼 거리 '9 만리'는 지구 상에 정반대 편에 있는 위치까지의 거리(6만 리 정도) 보다 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근데 9 만리 설명하다가 우리나라 대척점인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이 설정은 대단하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이야기를 잘 엮는다는 것이다. 정말 하나의 연결 고리도 없을 것은 사실들로 이렇게 절묘하게 이어 붙이니 작가의 상상력과 지식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재미난 사실이 넘쳐나고 좋은 책들 소개가 많았다. 8번째 챕터까지는 호기심을 느끼며 즐겁게 읽어 나갔고 나머지 5개 챕터는 문학적 사실과 시대 배경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즐겁게 읽어서 좋았지만 작가님이 너무 많은 작가와 좋은 책들을 소개해 놓아서 장바구니가 또 무거워졌다. 세상에는 아직도 모르는 작가와 책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너무 술술 읽혀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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