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제목 같은 이 책을 칼 세이건이 썼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분명 유사과학이나 반과학에 대해서 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브로카의 뇌>에서도 과학적이지 않은 것들이 믿음과 진실로 취급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더욱 대중에서 가까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과학만이 인류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동안 몇 챕터를 할애해서 설명하던 반과학과 미스터리 등에 대한 반박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대중에서 멀어지는 과학이 국가 발전과 더불어 인류에서 얼마나 치명적 일지 경고하는 이 책은 사이언스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류는 과학의 비약적인 발달 덕분에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과학을 어려워하고 흥미를 쉬이 가지지 못한다. 자신이 누리는 혜택은 어느샌가 당연한 것이 되었고 다음으로 도약해야 하는 과학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는 냉정하다. 앞으로의 기술은 더더욱 스케일이 커질 것이고 이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도 하다. 과학에 흥미가 없는 대중들은 이것을 과학 덕후들의 취미 생활이라 치부하고 때로는 쓸데없는 낭비라고 비난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손에 손꼽히는 로켓 기술을 얻고자 했던 나로호의 실패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수십조가 투자된 4대 강에 비하면 정말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는데도 말이다.
과학은 국가 산업의 기반이다. 예술을 필두로 한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모든 기반은 과학의 위에 서 있다. 풍요롭지 못한 사회에서 사유는 사치일 뿐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강한 소프트 파워가 나올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은 인류 공동의 과제이면서도 각 국가에게도 중요한 경쟁력을 선물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과학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은 떨어지고 있다. 칼 세이건이 말을 빌리자면 미국의 상태는 심각하다. 몇몇 천재들만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을 위해서라도 과학과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진실을 아는 것은 모를 때보다 잔인하기도 하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환상이 필요하다. 수렁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지금도 교육 말고는 방법이 없다. 교육의 효과가 예전보다 적어진 것이 아니라 교육의 불평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 옛날 노예에게 절대 글을 가르치지 않았던 것처럼 무지함을 간직한 채 자신의 믿는 것에 확신을 가진채 살아간다. 그런 무비판적인 자세는 선동당하기 좋고 미신에 빠져들기 쉽다.
이 책의 반은 유사 과학과 반과학, 심령 주의, 환상 등의 것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 없음을 얘기한다. 물론 반증이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칼 세이건은 이런 것들은 존중하며 글을 적고 있다. 그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음모론이나 비상식적인 반론, 사회적 동조 등을 방패 삼아 사회에 침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신의 힘으로 설명해 버린다면 안된다. 모든 현상은 신이 아니라 자연 현상이라는 고대 이오니아 인들보다 못한 생각을 현대 미국인들이 품고 사는 것에 참담함이 있는 것 같았다.
유사 과학은 재밌다. 점성술이나 심령과 같은 이야기는 섬뜩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한다. 유체이탈이나 초능력은 인간의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무엇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과학에서는 재연 가능해야 하는데, 재연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간단한 논리에도 간파당하는 것들도 많다. UFO나 악마는 어떤가. 세계 7대 미스터리로 불리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고대 문명이 깃든 아틀란티스도 우리 대부분은 믿고 있다.
믿는 것과 부정하지 않는 것은 미묘함이 있는 것 같다. UFO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짓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열렬히 UFO의 증거를 주창하는 사람들의 얘기에서는 과학적 증거는 없었다. 유령을 보았다는 사람들 속에는 유년기에 받은 학대 등으로 복수를 해줄 악마를 마음속에 만들어 냈다. 고대에는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마녀를 만들어 냈다. 신이 존재하고 빛나려면 반드시 악마와 어둠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것의 폐해가 그렇게까지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그 영향을 받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과학적으로 입증과 반증 모두가 할 수 없는 신앙의 특정 부분 같은 것이다. 달라이 라마와의 경험담은 종교가 가져야 할 자세를 얘기해 주는 것 같았다. 교리 중에 과학적으로 반증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칼 세이건의 질문에 달라이 라마는 당연히 바꿔야 한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것을 반증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라고 다시 반문했다. 종교는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그러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 정도의 위치가 좋겠다는 생각에는 멋지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칼 세이건이 주장하는 것은 과학만능주의가 아니다. 과학적이지 않은 것들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고 과학이 오히려 핍박받는 현상까지 나타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대중의 과학적 지식의 향상과 관심이었다. 그를 위해서는 보다 즐겁게 체계적인 과학 교육이 필요하고 단시간에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미디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국의 상황을 굉장히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인류가 지구 상에 출현하면서부터 과학적 사고를 하였다. 과학적 사고는 인간만의 것도 아니다. 실험해보고 결과를 내고 기억한다. 그동안 수많은 생명을 잃었지만 그러면서 지식을 쌓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금의 어느 식물학자보다 산속을 누비던 수렵인이 더 많은 식물을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 사고는 진화의 밑바탕이기도 하고 인간의 것만도 아니다. 지구 상에서 가장 고등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과학적 사고를 져버리고 권력자들이 만들어 놓은 사고에 함몰되어 스스로를 매몰시키는 일을 해서야 될까. 대중의 심리에 휩쓸리기 쉬운 인간이지만 의심하고 이유를 찾는 행동만으로도 비과학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더욱 쉽게 대중에 다가가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인문과 문학의 초심자들은 천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책을 들자 말자 칸트나 니체, 공자와 맹자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의 멋스러운 말들은 잘 모르겠지만 알듯하기도 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과학의 초심자들은 천재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15년을 꼬박 공부하면 이제 양자역학을 공부할 준비가 되었다. 이것은 과학자들의 잘못이다. 쉬운 언어로 대중과 마주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어린아이가 이해할 정도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칼 세이건의 바람처럼 과학자들이 더욱 쉬운 언어로 대중과 함께 하고 그 틈에 자라난 과학적 지식으로 더 심오한 과학을 논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훌륭한 과학자였다. 우주와 블랙홀 같은 것에 질문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모두 호기심 넘쳤고 나이 들어버린 지금보다 더 인간 본연의 모습에 호기심이 많았다. 쓸데없는 질문은 없다지만 튀지 않게 행동하게 되었고 상식에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괴짜들이 바꿔준 세상에서 편히 즐기고 있다면 그들을 지지해 주지는 못할 망정 손가락질하지는 말자. 그 정도의 과학적 지식과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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