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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종학 교수의 블랙홀 강의 (우종학)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6. 2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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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훌륭한 과학자였다라고 얘기하는 어느 책의 문구가 기억난다. 어린아이가 마주한 과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과학에 종사하는 어느 학자들보다 낫다는 그분의 기억이 되살아날 만큼 이 책의 블랙홀 강의는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뜨거운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집요한 관심에 대답하듯 쉽고 재밌게 적힌 책이다. 그만큼 쉽고 재밌게 적혀 있다고 느껴졌다.

  수많은 우주 이야기 중에 블랙홀에만 집중한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주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책은 자연스레 두꺼워지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섞이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담백하고 어렵지 않다. 그리고 마냥 멋스러워 보였던 블랙홀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블랙홀에 대한 일반인들의 질문을 곁들이면서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웠다.

  저자의 철학은 칼 세이건의 철학에 닿아 있다. 입에 맞지 않는 음식에 손을 대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과학은 무궁무진한 재료들로 넘쳐나는데 음식을 할 줄 아는 과학자가 많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들이 최근에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종으로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자는 블랙홀을 연구하는 학자이면서 말끔하게 글을 적을 줄 아는 작가이기도 한 듯했다.

  우주에서 블랙홀을 만난다면 이라는 호기심으로 책은 출발한다. 브라이언 그린의 <블랙홀을 향해 날아간 이카로스>처럼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듯 한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중력으로 향하고 블랙홀의 탐했던 역사로 이어진다. 블랙홀도 천동설에 매인 과학자들처럼 어려움이 많았다. 우주는 코스모스. 그야말로 아름다운 질서여야 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블랙홀은 카오스 그 자체였던 것이다. 과학자의 미학은 블랙홀을 증명할 수 있는 상대성 이론을 얘기한 아인슈타인조차 거부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도 거부했었다. 과학자들에게 수학적 미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기도 했다.

  블랙홀은 자연스레 퀘이사로 이어지고 호기심을 잃지 않게 블랙홀을 통한 시간 여행, 웜홀, 화이트홀 같은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중간중간해준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도 블랙홀이 있고 블랙홀은 우주의 탄생과 성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블랙홀은 별의 일생과 닿아 있고 마치 죽은 뒤에 구천을 떠도는 영혼처럼 우주 속에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별의 죽음은 새로운 탄생이고 블랙홀은 또 다른 존재의 탄생이라고 본다면 그렇게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다. 최근에야 오히려 멋스러운 존재로 인식되는 것 같다.

  우주를 관찰하는 것은 더 넓은 아프리카에서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채 초원을 관찰해야 하는 입장과 비슷하다. 핵폭탄 같은 걸 아무리 쏘아대어도 별은 폭발에 비해 초라할 뿐이고 인간의 시간은 우주의 시간의 찰나일 뿐이다. 빛이 유한한 속도를 가졌기 때문에 우주 곳곳에서 날아드는 빛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인간은 우주를 분석하고 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있는 것 같지만 똑똑한 장님들이 많아서 그 수수께끼는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이렇게 재밌게 읽은 과학 서적은 오랜만인 것 같다. 과학을 원래 좋아하기 때문에 대부분 재밌지만 이 책은 약간의 스토리텔링도 있는 것 같다. 다음에는 무슨 얘기를 해줄까 하는 내면의 호기심을 건드렸다. 우주. 그중에서도 매력 넘치는 블랙홀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으로 입문하면 좋을 것 같다.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이 담긴 컬러풀한 삽화가 있어서 더 좋았다. 블랙홀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금 생겨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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