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과학 | 예술

브로카의 뇌(칼 세이건) - 사이언스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2. 6. 1. 18:17
반응형

  파에르 폴 브로카는 19세기 중반, 의학과 인류학의 발전에 주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재능이 뛰어나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훌륭한 뇌 해부학자이기도 해서 지금 브로카의 영역이라는 부분을 발견하기도 했다.

  사이언스 커뮤니터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칼 세이건이 왜 책의 제목으로 <브로카>를 선정했을까? 과학을 하는 사람은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선입견과 편견 없는 마음으로 우주와 자신을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 앞에서 우리는 마치 빈 서판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이 융성한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다윈의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에 호의적이었고 "나는 아담의 타락한 아들이기보다 차라리 변형된 유인원이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칼 세이건이 말한 과학 앞에 빈 서판으로 설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인물이 브로카가 아니었나 싶다.

  인류의 심리적 관성은 과학의 발전에 장애물로 늘 존재했다. 종교는 과학을 100년 동안 괴롭혔고 과학의 발전과 함께 경계 과학과 유사과학은 끊임없이 과학을 힘들게 했다. 칼 세이건은 이 모든 문제가 과학자들이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럴싸한 이야기로 대중을 속이는 이것들은 그야말로 돈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흥미롭기 때문에 빠르게 전파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몰두하고 혹은 경계 과학과 엮이는 것이 불명예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작업은 매우 많은 시간을 들고 힘든 일이지만 해야 하는 일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더불어 과학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도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학의 부작용은 우연에 의해서 드러나며 그것이 드러났을 때에는 돌이키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게다가 드러나지 않은 것들은 얼마나 더 쌓여야 폭발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과학은 인류에게 많은 발전을 가져다줬지만 이런 문제를 거두지 않고 있다. 지구를 떠나려는 계획들도 아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깔려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된다.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 또한 대중에게 과학을 제대로 알리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에 무지한 대중에게서 얻은 세금으로 연구하면 그 결과를 설명할 의무가 과학자들에게는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과학에 대한 관심이야 말로 과학으로 자금을 끌어드리는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도 할 것이다.

  책은 과학을 대하는 자세로부터 시작하여 과학에 대한 예찬을 지나서 종교나 심령술 그리고 초능력 등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유사과학 중 하나인 '충돌하는 행성'을 낱낱이 반박하고 있다. 종교나 심령술 유사 과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학을 하는 사람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 자신의 상상을 바탕으로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지, 실험적이어야 하고 재현 가능해야 한다 것은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이를 믿고 추종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다르다. 심오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그들의 믿음을 만들었다. 이것은 학교나 대중매체를 통해 과학을 알지 않은 사람들의 잘못이기도 하다. '대중의 지능을 평가 절하한 사람 치고 돈 못 번 사람이 없다'는 우울한 견해를 밝힌 사람들도 있다. 대중에게 필요한 것은 지능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의 체계적인 훈련인 것이다.

  SF소설과 경계 과학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계 과학은 잘못된 지식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지만 SF소설은 미래에 대한 실험이고 대안적인 운명을 탐구하는 것이다. 때로는 미래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SF소설은 상상의 영역이기 때문에 많은 대중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맹목적인 암기를 요구하는 지금의 과학 수업은 수많은 천재 과학자들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요령을 배우기보다는 온갖 종류의 처벌을 견디는 편을 택했다"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은 지금의 교육에 대한 혐오가 드러나고 있다. 초등학생의 과학에 대한 열정과 역량이 대학생들보다 더 낫다는 점은 우리 교육의 개선이 시급함을 얘기하고 있다.

  나머지 장에서는 천제 물리학과 우주에 대한 견해로 쭉 읽어보면 될만한 얘기다. 칼 세이건의 책에서 늘 얘기하는 것은 인간의 태도인 것 같다. 코스모스에서 '창백한 푸른 점'을 얘기했다면 브로카의 뇌에서는 동양 철학을 빌려 '거북등의 커다란 공'이라고 얘기한다. 세상은 수많은 거북 위의 하나의 공이라며 광활한 코스모스 속의 작은 티끌임을 얘기한다. 

  결국 신이 존재한들 인간사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또한 인간화된 우주에서 살고 있지 않다. 우주의 본질과 기원, 운명은 인간의 잣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과학은 늘 실험 앞에서 긴장해야 하고 참이라고 정의된 공리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도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언젠가 고등 생명체를 만나게 된다면 그들이 신처럼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굉장히 오래된 책이지만 끊임없이 출판되는 것은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철학적 물음과 태도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당시의 과학 지식에 대한 지금의 상황을 각주로 꼼꼼하게 달아주신 역자님의 노고에 정확한 과학지식까지 습득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