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그것은 광활하고 넓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우주에서의 지구는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얘기했을 만큼 작은 존재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또 어떠할까. 하지만 인간은 엄청난 수의 원자로 이뤄져 있다. 인간의 풍부함은 하나의 은하계에 견줄 수 있다. '세계는 거대하지만, 사람도 작지는 않다' 우주가 거대하다는 이유만으로 압도될 필요는 없다.
이렇게 풍부함은 실제로는 꽤나 단순한 법칙으로 돌아간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많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단순할 수 도 있다. 거대하지만 단순한 세계. 두 세계를 살피며 때로는 철학적으로 때로는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현대 문명에서 과학은 하나의 종교이고 신앙이 아닐까 싶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비과학적인 이야기들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이제는 일반적이다. 과학은 그동안 받아들여져 왔던 믿음과 관습적인 지혜를 무너트린다. 신화는 이제 그저 재미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의 철학자들처럼 자연을 사유하지 못할 것이다. 과학의 발전은 우리의 시야를 많이 좁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과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당위성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과학이 우리의 목적을 찾아주지는 않는다. 그저 우리의 목적을 이루는데 많은 도움을 줄 뿐이다. 과학이 보여주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서 우리는 우리들만의 것을 찾아가야 한다. 인종 사이에는 우열을 가릴 수 있다고 믿었던 옛날의 신분제도는 이제는 비과학적인 것이 되어 버린 것처럼 인간을 더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지만 내용은 그렇게 친절하지 못하다. 철학적으로 시작해서 과학적으로 끝난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지만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게 되어 버린다. 지나가는 풍경처럼 적혀 있는 수많은 과학적 지식들이 결코 가볍지 않은 것들이라서 문장을 읽어나가려는 것에 제동을 건다. 저자도 미안한 한 모양인지, 책 뒤편에 꽤나 전문적인 이론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여 놓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어렵지만 묵묵히 읽어나가다 보면 유용한 지식을 얻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인슈타인의 E=mc²라는 수식에서 에너지가 질량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된다는 것에 놀라웠다. 나는 그저 질량을 가진 것은 에너지가 있다던지 그런 식으로만 생각했는데, 거꾸로 생각하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외에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천체물리학과 양자역학으로 꾸려져 있어서 어지간히 과학이 진심이 아니면 꾸역꾸역 읽어내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과학을 철학적으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마지막까지 얘기했던 인간은 작아 보여도 충분히 풍부함을 가진 존재이라는 말이 좋았다.
고생스럽겠지만 과학적 철학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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