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우주의 진리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도구로 어렵지만 그만큼의 신뢰를 가지고 있다. 세상에는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수포자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도 숫자에서 오는 믿음은 가지고 있다. 회사에서는 '정량적'인 것을 좋아한다. 숫자는 객관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모두 옳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화 시대. 많은 미디어는 엄청난 양의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 진리인 마냥 얘기한다. 하나 같이 연구를 인용하기도 하고 당당하게 숫자를 제시한다. 그들은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누군가 던져 준 미끼를 덥석 물어 베끼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분명한 것은 '출판 편향'은 가지고 있다.
출판 편향은 한 가지의 주제에 대해 여러 자료가 있지만 자극적이거나 흥미로운 주제만을 다루는 경향을 가지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구 자료 또한 편향성을 가진다. 식당에 애국가가 나오면 한식을 먹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보다 흥미롭고 두 연구가 동시에 연구자료를 내놓더라도 한쪽만 출판될 가능성은 얼마든 지 있다. 이것이 사람의 생명에 관련된 것이라면 웃어 넘기기 힘든 문제가 된다.
숫자는 연구를 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표본의 크기를 지운 상태의 데이터로 사람들을 자극하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적 지표만 가지고 엄청나게 크게 느끼게 만들어 버린다. 더 심하게는 표본을 모우는 시간과 방법을 바꿔서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심한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연구는 해당 결과가 나오는 순간 표본 수집을 그만 둠으로써 주관적인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많은 교란 변수들이 있는 변수를 가지고 상관성을 비교한다. 마치 초콜릿 소비가 많은 나라가 학력이 우수하다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한다. 잘 사는 나라는 학력 수준도 높고 부의 수준도 높아서 초콜릿을 맘껏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뿐인데 말이다. 바다에서 썰물 때만 표본을 수집하여 지구의 수면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미 만들어진 결과로 예측 모델을 만들어서 진리인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모여진 표본에서 몰려있는 부분만을 골라내 마치 어떤 이유로 인해서 그 일이 생긴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만들어진 표본은 수 천 가지의 이유가 모여서 생긴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팩트풀니스'가 생각이 났다. 세상에는 진실이 아닌데, 진실인 것처럼 통하는 것이 많다. 1차적인 책임은 제대로 연구하지 않는 연구자와 교묘하게 숫자를 처리하고 때로는 편향 출판을 하는 언론사에게 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일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다. 결국 최종 소비자인 우리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해관계가 바뀌거나 정권이 바뀌면 논조가 확 바뀌는 이유는 같은 일을 해석하는 자세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의 시대에 결국 자신의 책임으로 남겨지게 되는 게 조금은 씁쓸하다. 숫자가 왜곡되거나 왜곡되게 보이게 하는 22가지의 오류에 대해서 이 책을 읽으며 익히면 세상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세상에 믿을 게 없는 건지, 선택적 믿음이 필요한 건지 참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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