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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데이비드 바드르) - 해나무

야곰야곰+책벌레 2022. 3. 1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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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뇌는 여전히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부분이 많다.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뇌의 구조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지만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부분이 많다. 이 책은 단순히 뇌에 대한 설명만 나열한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 계발서도 아니다. 뇌에서 발생하는 '인지 조절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행동을 얘기한다.

  인지하는 것과 아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의 관계를 쉽게 재미나게 설명하는 이 책은 해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인지한다는 것은 우리가 안다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기능이다. 이미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 또한 인지와 지식이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하고 싶은 말을 단어로 쉽게 옮겨내지 못하는 일이 생기듯 우리는 목표나 의도를  행동으로 바꾸는 것을 옮겨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때때로는 규칙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채 이전 규칙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이를 '보속증'이라고 하는데 이전에는 유효했지만 지금은 쓸모없게 된 행동을 멈추지 못하는 증상이다. 모든 규칙을 알고 있었지만 행동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행동은 방금 야단맞은 일을 잊어버린 듯이 행동하는 아이들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지 조절이 행동 그 자체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행동을 실행하는 데는 온전한 인지 조절이 필요하지는 않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인간의 행동에는 '모방 행동'이라는 것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자동 행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말한다. 

  인간의 인지 조절 시스템은 범용적이며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한 번도 경험하거나 생각해보지 않은 미래의 상황과 목표를 상상하는 능력이고 둘째는 우리 조절계는 그 미래를 이루는 데 필요한 복잡한 행동을 마음에 그려볼 줄 안다는 것이다. 다른 종은 시행착오에 통해서만 어떤 행동이나 해결책을 발견하지만 인간은 생각과 행동을 쉽게 연결 짓는다. 이 차이는 오늘날 인공지능의 한계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인지 조절의 이런 특징 때문에 우리의 기억은 완전하지 못하다. 우리의 기억 체계는 과거를 정확히 회상하는 능력보다 미래를 모델화하는 쪽으로 진화하였다. 지난번에 마주친 호랑이의 줄무늬가 정확히 몇 개였는지 잊었다고 해서 번식에 실패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 호랑이를 만나는 가상의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능력은 인간만이 가지는 '의도적 연습 능력'으로 이어진다. 당장에 필요하지 않지만 미래에 겪게 될 가상의 상황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는 것은 인간만의 행동이다.

  인간의 기억에 관여하는 또 다른 것은 기억을 다시 불러낼 가능성이다. 머릿속에 저장된 항목이 과거에 얼마나 여러 번 쓸모 있었는지에 민감하다. 어떤 기억이 과거에 자주 유용했다면, 이번에도 유용할 확률이 높다. 또 다른 이유는 기억이 사용된 특별한 상황이다. 특별한 장소에서나, 특별한 과제를 수행하는 중에나, 특별한 감정을 느낄 때 그 기억은 유용할 거라고 여기지는 것이다.

  인간의 멀티태스킹 능력은 기본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걸으면서 껌을 씹거나 하는 행동이 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지 조절 체계에서 멀티태스킹은 불가하다. 이것은 두 요리를 해야 하는데 냄비가 하나뿐인 것과 같다. 그렇다면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은 어떨까? 회사에서 요구하는 멀티플레이어는 실제로 효율이 높은 행동일까? 그렇지 않다. 산업화 이후 직업이 분업화가 되어온 것도 모두 이유가 있다. 우리의 인지 체계는 과제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세팅해야 하는데 이를 mental set이라고 부를 수 있고 이때 필요한 비용을 과제 전환 비용이라고 한다. 냄비 하나에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를 하고 나서 다시 씻어줘야 하는 것과 같다. 비슷한 요리를 한다면 그대로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인간에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억제'다. 정지가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멈출 수 있게 하는 조절 과정이다. 인지 조절이 생겨나기 전에 억제는 흔히 행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억제는 본능을 억누르는 사회적 습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 억제라는 것은 부적절한 것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것을 선택하는 인지 과정의 결과 일 수 있다. 

  인간의 인지 조절의 결정과 선택에는 가치가 필요하다. 문제의 가치는 개인의 가치 평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딸이 만원을 받는 것은 직장인이 만원을 받는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가치는 수많은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의 결정과 선택은 그만큼 다양한 결정과 선택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인지 수행 능력을 네 가지로 분류하면 어휘력, 유동적 지능, 기억력, 속도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나이가 들어도 퇴화되지 않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어휘력이다. 이것을 결정화된 지능이라고 하는다. 이는 저장된 지식과 기술을 단순 사용하는 능력이다. 나이가 들어도 우리의 지식에는 큰 변화는 없다. 쇠퇴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서 민첩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능력일 뿐이다.

  인지를 하는 것은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 인지 조절이 발달을 하려면 경험을 통해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이 과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통상 처음 15년의 표본이 이후 65년 동안에도 유효하다고 가정한다. 뇌는 좋은 모델을 구축할 때만 인지 조절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행해지는 '헬리콥터 양육', '잔디 깎기 형 양육'은 아이가 자율성을 키우고 스스로 선택하여 성공하거나 실패할 기회를 완전히 제거해 버린다. 그런 교육이 현대에 어쩔 수 없음이겠지만 아이에게는 체계가 없는 놀이가 필요하다. 스스로 새로운 문제와 마주하고 애쓰고 실패하고 해결하는 기회를 다양하게 경험할 때 아이의 뇌는 좋은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도서는 뇌 과학 중에서도 '인지 조절'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책을 통해서 인간이 하는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행동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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