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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날 게으르게 하는 걸까?

야곰야곰+책벌레 2022. 7. 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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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llegorical_representation_of_Time_rewarding_Industry_and_punishing_Indolence%29_-_M._de_vos,_inventor_;_R._Sadler_%28sic%29_scalps._et_excud_LCCN92510903.jpg

  편함을 추구하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인간의 심리가 아닐까 싶다. 날마다 부지런히 무언가를 하게 된다는 것 또한 더 편함을 위한 노력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발전은 게으름이 만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엔 쉴 새 없이 부지런해 보이지만 그것 또한 인간의 게으름에 대한 욕망을 채워주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수십 킬로를 걷는 것이 싫어서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 심지어 우주선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운전하기도 귀찮으니 자율 주행을 개발하고 있다. 농사를 짓기 귀찮으니 농기계가 발달했고 공장에서 일하기 귀찮으니 스마트 팩토리 같은 것에 몰두한다. 기록하고 기억하기 귀찮아서 클라우드가 만들어지고 이제는 생각하기 조차 귀찮아서 AI를 만들고 있다. 비약이 조금 심하긴 하지만 인간 기술의 역사에 게으름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 게으름을 언제 즐길지는 의문이지만.. 각자 알아서 노는 걸로 하자.)

  게으름에 대해서는 심리적 기재, 환경적 요인 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결국 뇌로 들어가 봐야 하지 않을까? 인간의 뇌는 신체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20%가량을 소비한다. 이 녀석은 놀고 있을 때도 에너지를 많이 쓴다. 데스노트에서 단 것을 엄청 먹는 <L>이 생각을 많이 하면 살 안 쪄요라고 대답하는 부분이 인상적이기도 하다. 인간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뇌를 비약적으로 발달시켰지만 이것이 생명 유지에는 단점이었는지, 뇌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고 계속 놀려고 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대니얼 카너먼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보면 이런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생각은 즉각적인 반응을 하는 시스템 1과 사색과 사고를 하는 시스템 2가 있다.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이 아무런 판단 없이도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을 시스템 1이라고 한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행동 기재는 뇌가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법이다. 이런 일상의 패턴을 만들어 놓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 즉각적인 반응을 위한 오랜 진화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려운 일을 하는 것.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이런 뇌의 패턴을 깨트리는 일이다. 머신러닝을 잠깐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패턴이 깨지면 재학습을 해야 하고 재학습에 필요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는 것을. 뇌도 새로운 상황에 놓이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던 시스템 1을 재학습해야 한다. 그건 아주 피곤한 일이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심리적 관성'이라고 하고 시쳇말로 하면 '인간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뇌의 패턴은 '명사'를 좋아한다. 명사는 의미가 확실하다. 인간 언어는 명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것은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뇌의 활동 기재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동사는 불확실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뇌는 동사를 싫어한다. 하지만 우리가 고인물이 되지 않으려면 동사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결국 게으름을 이기려면 '이거 하면 더 편해질 거야'와 같이 게으름을 어르고 달래야 한다. 자기의 능력이 더 좋아지고 돈을 더 많이 벌 수록 편해질 가능성은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그치면 서로 힘들다. 본인에게 다그치면 두 배로 힘들다. 내 머리를 살살 꼬셔가며 부지런한 사람이 되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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