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구마를 참 좋아한다. 한 겨울에 뜨거운 고구마를 한 입 베어 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생고구마부터 삶은 고구마, 군고구마까지 좋아한다. 심지어 맛탕까지도.. 그러고 보니 고구마는 특별식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감자볶음, 감자조림으로 여겨지는 감자는 반찬의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감자를 조금 더 가깝게 하게 된 건 아마도 포테토칩이라는 과자와 햄버거를 사면 따라오는 흔한 사이드 메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것들은 감자의 맛이라기보다는 소금의 맛이다. 거부할 수 없는 짠맛이 감자를 스타 반열에 올려 주었다.
감자칩은 감자튀김으로부터 유래한 듯하다. 뉴욕 부근의 사라토가스프링스의 Moon's lake라는 작은 식당의 주인 George Crum은 괴짜였다. 손님이 음식에 대해 불평하면 먹을 수 없는 이상한 음식을 내어 손님의 반응을 즐겼다. 어느 날 한 손님이 감자튀김이 너무 두껍고 익지도 않았다며 불평하자 그는 포크로 못 찍어 먹을 정도로 얇게 해서 튀겨낸 뒤 소금도 잔뜩 뿌려서 가져다준다. 근데 손님의 반응은 너무 맛있어서 더 달라는 것이었다. 이 식당 주방장이 독립해서 이 메뉴를 가져가 마케팅에 활동하게 되면서 감자 칩은 유행하게 되었다.
고구마 칩은 사실 잘 먹지 않아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고구마 스틱 형태로 축제나 분식집 같은 곳에서 팔기도 하는데 굉장히 딱딱하고 날카로워서 먹기가 쉽지 않다. 전분 덩어리의 감자와 다르게 섬유질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행여 뜨거운 것을 먹고 난 뒤에 먹는다면 만신창이가 된 입천장을 만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모켄피'(고치 시)라는 음식으로 먹곤 한다. 고구마를 튀겨서 설탕을 듬뿍 바른 과자다.
둘의 소비량에는 왜 차이가 날까? 분명 고구마도 충분히 맛있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감자가 가공이 훨씬 쉽고 부드럽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지고 많이 소비되는 것 같다. 둘 차이의 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가공의 어려움은 분명 생산 단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딱딱한 식감은 가볍게 먹는 사이드 메뉴로서 적합하지 않은 듯했다. 튀김은 분명 바삭한 그 식감이 주는 쾌감이 있는데 고구마는 그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고구마가 좋다.
'글쓰기 + > 생각 | 잠깐 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이 날 게으르게 하는 걸까? (2) | 2022.07.18 |
---|---|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쉬는 방법은? (0) | 2022.07.15 |
처음 마주하는 대상에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갖는게 본능이라면, 과연 차별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대중매체에 다양한 대상이 노출되면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까? (2) | 2022.07.13 |
코로나19로 하루가 즐거우면서도 불안해. 이 시절은 훗날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 (0) | 2022.07.12 |
발전보다 유지를, 미래보다 현재를, 경쟁보다 여유를 지향해서는 안되는 걸까? (0) | 2022.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