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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 (김미란) - 시월

야곰야곰+책벌레 2022. 7.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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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차 직장인. 디즈니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현역 캐릭터 아트 매니저의 에세이면서도 이 길을 걸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책이다. 미국에서 캐릭터 아티스트가 되는 길. 디즈니 스튜디오와 디즈니의 문화. 그녀가 함께 했던 사람들. 칼아츠라는 대학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생경한 시절. 아무런 지식도 없이 머나먼 타국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낸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선구적인 삶을 살았을 사람의 이야기는 시월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금에야 캐릭터가 가져오는 상업적인 이득과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한다는 것이 주위에서 인정받을 수준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된 가이드북 하나도 없었다. 그저 도전하고 해내는 저자의 성격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 소위 맨땅에 헤딩하며 이룩한 역사에는 굴곡진 삶과 역경이 함께 하고 있다. 그네들이 걸은 길은 분명 갈지자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지금처럼 빠르게 도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무용담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적성을 판단하는 것도 대단했지만 그동안 도전했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마음가짐. 그리고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멋졌다. 우리는 대부분 어느 선에서 타협하게 되는데 그렇게 살아온 나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집요하게 추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리 만족할 수 있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말했듯 자신과 닮은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듯했다. 미친 듯이 빠져들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얘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삶의 확장에 대해서도 넌지시 얘기한다. 우리는 이제 꽤 긴 삶을 살기 때문에 회사 종속적인 스킬로만은 살아갈 수 없다. 자신의 커리어를 계속해서 갱신하고 펼쳐나가라고 얘기하는 듯했다.

  우리도 회사에서 표준화를 하며 같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듯이 디즈니도 캐릭터가 가지는 세밀한 일관성을 위해서 집요할 만큼 완벽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예술에서의 영역에서는 자유분방함을 중시할 것 같았지만 캐릭터도 하나의 산업으로 본다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리고 디즈니의 다운타임이라는 시스템이 신기했다. 보통 자기만의 프로젝트 시간을 할당해주는 선진 기업들처럼 디즈니는 바쁜 일정을 마치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안식월 같은 것을 제공하는데 이것은 리프레시와 새로운 창작 아이디어를 확인해볼 수 있는 개인적인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일과 후에도 디자인에 대한 공부나 유화 같은 다른 예술의 영역을 공부하고 있었다. 디즈니는 그들을 전문가라기보다는 예술가로 대우해주고 있다는 점이 참 좋아 보였다. 디즈니 또한 코로나19에서 피해 갈 수 없었다는 점과 부서의 통폐합으로 자리가 줄어들어 퇴사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다른 의미에서 공감이 갔다.

  이런 책을 쓰는 사람들의 특징은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많다. 그 분야와 직종이 다를 뿐 그들이 인생을 대하는 자세나 집요함은 닮아 있다.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책으로 대리 만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길다. 무심코 선택했던 생물학 덕분에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뼈와 근육에 대한 이해를 잘할 수 있었다는 저자의 말에서 쓸모없는 배움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인생의 방향을 조금씩 수정해가며 내가 원했던 곳으로 가까워져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되새김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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