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시집 | 산문집 | 에세이

낮이 어둠에 잠기듯 아름답다 (에밀리 디킨슨, 크리스티나 로세티) - 민음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6. 29. 21:04
반응형

    처음으로 만나는 여성 시인 두 명. 에밀리 디킨슨과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민음사 북클럽 에디션이라 따로 판매하지는 않지만 두 시인의 글을 다른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제목이 너무 멋져서 무심코 선택했다. 두 시인은 여성의 차별이 심한 시절에 저항의 행동으로 시를 적었던 것일까. 문학과 예술은 여성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천 편의 시를 적으면서도 막상 발표하려고 했던 시는 7개 남짓, 갇힌 방 속에서 저항과 분노, 절망 그리고 고독에 대해서 썼을 것 같다.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남성적이지 않는 문체로 인해 그녀들의 시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좋았다.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글귀는 관능적이면서도 퇴폐미가 있지만 그로 인해 너무 직접적인 느낌이 들어서 음미하는 느낌이 조금 적었다. 그만큼 적나라했고 처절한 기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 반해 에밀리 디킨슨의 시선은 절묘하다. 희망과 절망을 믹싱해 놓았지만 그 색을 잃지 않은 느낌이랄까.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라든지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그 크기는

그 파멸의 무덤에 들어가서 재는 대로
추측할 뿐
...

  같은 시구들이 좋았다. 

    절망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듯한 기분이 곧 절망이 되어버리는 느낌. 그럼에도 굳건해질 수 있는 강인한 마음. 그건 그 시대를 살았을 여성 시인의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에밀리 디킨슨의 시선은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디킨슨들은 왜 이렇게 글을 잘 적는 걸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