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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자이, 다자이 (다자이 오사무) - 시와서

야곰야곰+책벌레 2022. 7. 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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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실격>으로 처음 다자이의 작품을 만났을 때에는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그에게 환호하는가? 그의 작품을 계속하게 찾아보게 된 계기는 문장 자체가 가지는 솔직함이랄까. 의문이 들뿐 작품 자체에 실망은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른 글을 써도 잘 썼겠다는 그런 작은 느낌은 다른 작품으로 이어졌다. 첫 만남이 강렬한 자기 비하였던지라. 그다음부터는 부정적인 느낌은 사라지고 그의 고뇌가 무엇인지 점점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았다.

  다자이가 결혼을 할 즈음의 작품들을 정성스레 모아두었다. 그의 삶에서 가장 희망적이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고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삶에 대한 욕심을 내는 듯했다. 다자이의 인간적인 고민을 담고 있는 잘 묶은 이 에세이는 시와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태어나 살아가며 어느 누가 행복하지 않고 싶을까? 인정받는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았을까? 다자이의 삶을 염세주의자의 삶으로 표현하지만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세상을 너무 아름답고 완벽하게 보는 시선을 가졌지 않았냐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는 생각보다 완벽하고 싶었고 태어나면서 받은 행복 또한 자신의 완벽에 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는 무(無)에서 피어나는 한 떨기 꽃이고 싶었던 것 같다. 완벽한 세상에 어울리는 완벽한 인간이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자기 자신을 갉아서 작품을 쓴다고 얘기할 정도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적는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작품에서조차 주인공은 다자이를 닮아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며 이해받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작품을 작가가 설명하는 것은 이미 패배했다는 그의 문장은 그런 느낌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는 미천한 실력이라며 자신을 깎아내리고 있었지만 최고의 작품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던 것 같다. 자신이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이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작품은 역시 고전으로 불리는 명저들이기 때문이다. 

  이기고 싶다.
추하게 초조해하며 온 힘을 다하고 이렇게 지쳐버렸지만,
그래도 나는 선수다.
이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단순한 선수다.
누군가, 이 가망 없는 작은 선수를 위해 성원을 보내줄 고매한 사람은 없을까.

  아무것도 없는 자신에게 딸을 내어준 장모에게 효도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모습. 고쿠민 신문 콩쿠르에 당선되었을 때 장모에게 미덥지 못한 사위가 해낸 일을 알려주고 싶었던 마음은 삶의 끈에 집착하고 행복에 겨워하는 다자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면이었다. 다자이는 말로 글을 적곤 했었는데 이때 이 말을 다 받아 옮겨 적어 준 것은 아내였다.

알겠지? 쓸쓸함에 지면 안 돼.
난 그게 제일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


  자기 비하의 마음을 안고 살면서도 다자이는 부단히 열심히 살려고 했다. 어떻게 되지 않는 마음을 다잡으려 술에 기대고 글로 쏟아낸 것 같다. 일기 같은 글을 남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을 테고,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자신의 글을 재독, 삼독 하며 자신을 이해해주려는 친구들에게는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다자이에게는 세 명의 아이가 있었는데, 둘은 죽고 하나만 남았다. 그의 딸은 전쟁 중에 심각한 각막염에 걸렸었는데 다른 것은 신경 쓰지도 못하고 딸아이의 눈에만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는 그의 모습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비관적인 자기의 상태를 잘 인정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인 것도 알았다. 비굴은 수치가 아니고 피해망상이 정신병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그의 마음이 전해졌다. 그는 그런 상태에서도 살아내려고 노력한 것 같다. 견딜 수 없어 자살을 시도했지만 또한 필사적으로 살려고 했다. 수영을 할 줄 알기 때문에 물에 빠져서는 죽을 수 없다고 얘기했다. 그의 자살은 그저 죽음에 이르는 길이 아니라 필사적으로 살려고 노력해도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죽고 싶었던 것 같다. 살기 위해서 끝까지 노력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안 될지 어떨지, 그건 스스로 실제로 해보면서 넘어지고 상처받고,
그러고 나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야.
아무것도 안 했으면서 나는 안 된다고 단정해버리는 것. 그건 나태야.

  경험한 것보다 더 치밀하고 완벽한 서사는 없다는 얘기가 있다. 자신의 삶을 갉아서 글로 쏟아낸 다자이의 작품에는 비관과 우울함으로 가득 차 있지만 매력이 있다. 그의 글은 삼킬 때 목에 걸림 없이 넘어가는 음식과 같다. 맛이 쓰고 떫을 순 있겠지만 쉬이 넘어간다. 그의 작품은 읽을수록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다. 상황을 고려할 때 늘 최악을 상정하며 머리를 굴리는 나의 머리와 닮은 점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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