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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시간 엄마 냄새 (이현수)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7. 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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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육아를 하는 아빠가 기록하는 한 외국 블로그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 가족은 엄마가 돈을 벌고 아빠가 육아를 했다. 그 당시에 그런 풍경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생경한 것이어서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의외로 많은 가족들이 그런 삶을 살고 또 꿈꾸기도 한다. 남편들의 로망 <셧터 맨>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많이들 얘기한다.

  그 블로거의 얘기는 아이는 엄마와 생물학적으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친해질 수 있지만 아빠와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이와 좋은 유대를 인생의 후반부까지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이들 부부는 분명 엄마가 육아를 했어도 잘했을 것 같았다. 역할만 바뀌었을 뿐 가족의 가치는 분명 '행복'에 맞춰져 있었을 것이니까.

  아이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해법은 역시 엄마일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이 책을 많은 엄마들은 따가운 눈으로 쳐다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빠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아빠들도 속 편히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그릴 때는 분명 '행복'이라는 단어를 목표로 삼지만 우리의 과정은 그렇게 맞춰져 있냐는 것이다. 우리는 늘 '인내의 고통은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라는 말을 어디라도 가져다 붙인다. '왜 3살도 안된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시나요?'라고 묻는 질문에는 여지없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얘기한다. 돈을 버는 것을 '인내'라고 하면 행복이라는 '열매'를 거둘 수 있을까?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미성숙의 상태에서 태어난다. 아이는 자폐 상태로 태어나고 엄마와 나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나의 분신과 같은 엄마의 행동은 모두 소중한 것이 된다. 아이가 어릴 때 나쁜 말을 쓰지 말라는 것이 그런 이유다. 엄마가 하는 욕설도 아이에게는 소중한 단어가 되어 버릴 수 있다.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아이는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세상의 위협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엄마 냄새'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아도 엄마에게 안기는 순간 울음을 그치는 갓난아기들의 모습은 신기하기도 하다.

  아이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함께 하는 시간이지 돈으로 구매한 무엇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 가치의 기준이 점점 바뀌기도 하지만 다 큰 어른도 불안한 상태가 되면 '엄마'를 찾게 되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 감정의 안정화는 살아가는데 아주 큰 용기와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우리 몸은 위협을 느끼는 시간에는 성장을 멈춘다. 어릴 때 학대를 받거나 불화가 심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장이 느리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도 엄마 냄새는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에게는 적어도 3살까지는 적어도 3시간의 함께할 시간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오랜 시간 붙어 있는 것이 좋다. 보육원에 보낸 아이가 교사의 관심을 받는 시간은 평균 8분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마주 보고 감정을 교류하는 작업이 많지 않으면 사회성도 떨어지게 된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머릿속으로 철학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모르겠다고 하는 대답은 정말 모르겠는 것이다. 시냅스가 재배열되는 동안 그들은 또 불안에 휩싸인다. 엄마가 필요한 시간을 넉넉하게 잡으면 17 ~18세까지다. 엄청난 시간 같지만 이 시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이 든 아기를 돌봐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아빠들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내가 이 세 시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고 수익도 높다. 행복하게 자란 아이는 자라나서 속 썩일 일이 적다. 어릴 때 행복하지도 못했는데 자라서도 뒤치다꺼리한다고 행복하지 않다. 아빠가 돈만 버는 기계가 아니라면 학원을 한 두 개 덜 보내더라도 아내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감정적으로 불안한 아이는 조현병(정신분열)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10명 중에 1명이 걸릴 만큼 흔한 질병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자기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원인은 안정감을 주지 못한 육아에 있다. 누가 육아를 대신해 준다면 변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부모는 3시간 이상의 시간을 아이에게 쏟아야 한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를 가져오는 TV나 동영상 동화 같은 것은 아이에게 인내와 주의력을 가르칠 수 없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아이가 된다. 핸드폰이나 태블릿 앞에 내동댕이 쳐진 아이를 구해야 한다.

  대화의 길이는 생각의 길이에 영향을 준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전 편지로 소식을 전할 때에는 문해력이 크게 문제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에는 긴 문장으로 된 글과 말이 많았다. 최근에는 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뿐더러 심하게는 긴 영상도 참지 못하고 건너뛰기를 누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화는 단축 말로 되고 주어, 동사, 목적어로 이뤄진 글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자폐, 조현병, 사이코패스는 어느 정도 육아로부터 출발하고 엄마가 아이를 세 시간 지긋이 바라볼 수 없을 만큼의 여유를 뺏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우는대는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힘들 땐 고향의 것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익숙한 냄새는 이제 가족밖에 남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가족의 냄새를 맡지도 못하는 개인은 철저하게 고립될 뿐이다. 

  많은 힐링 도서에서 '지금 당장 행복하라'라고 얘기한다. 아이도 지금 당장 행복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공부 안 하고 뛰어놀았던 내 자식이 책상에 진득이 앉아 공부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그렇게 놀았어도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교육은 필요하지만 힘든 공부는 성인이 돼서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초중고 시체처럼 공부하고 대학교 가서 놀기 바쁜 우리네 세상이 조금은 반대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비싼 대학 등록금이 아이들의 공부에 쓰인다고 느낄 만큼 힘들게 공부하는 대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아이의 호기심을 국영수에 묶어두지 말고 펼쳐 놓고 대학에서 불태울 자신만의 화두를 가지게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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