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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무스 교육방법론 (에라스무스) - 인간사랑

야곰야곰+책벌레 2023. 1. 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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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를 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던 학자라고 할까. 종교개혁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오직 공부만을 위해서 힘썼던 그를 누군가는 현실도피자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중립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라틴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잘 쓰지 않는 단어를 곧잘 사용하기도 한다. 글쓰기도 단번에 써내는 것을 잘하는데 한 번에 내려 적은 글이 군더더기 없음은 그가 평소에도 얼마나 많은 생각과 글쓰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에라스무스는 학문을 위해 수도사의 길을 가기도 가정교사가 되기도 했다. 어떤 일이든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올바른 인재로 사람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글을 적었으니 그것이 바로 <교육방법론>과 <아동교육론>이다. 그는 고전을 통해서 공부하는 것을 강조했다.

  에라스무스가 말하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교사다. 교사라면 고대 철학자와 신화의 영웅에 대해 해박해야 한다. 그리고 라틴어로 적힌 훌륭한 책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고대 지리학이나 역사에 대해서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교사는 천문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하늘과 별에 대한 시학적 표현을 위해서다. 이 많은 공부를 학생 모두가 해낼 수 없기 때문에 교사는 자신이 제대로 알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식에는 언어와 사물의 지식이 있고 실용적이거나 중요하기로는 사물에 대한 지식이 앞서나 순서로 보면 언어의 지식이 먼저다. 사물의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는 사물에 부여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어에 능통하지 않으면 사물을 깊게 살필 수 없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그런 사물의 지식은 근시안적이고 부정확하고 불안정하다.

  아이들은 언어를 빠르게 체득한다. 언어를 익히는 방법에는 대화와 독서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아이들은 뛰어난 말솜씨를 가진 사람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 이를 위해서 훌륭한 교사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 상호 간의 말하기 연습을 통해서도 향상될 수 있다. 아이들은 문체가 훌륭한 사람들의 글을 자주 접해야 한다. 논점이 명료하고 내용이 매력적인 명구들에 익숙해져 스스로 군더더기 없는 용어를 선택하고 말하고, 적절한 문학적 기교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익히기 위해 노트에 적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좋은 경구를 적어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시선이 닿을 때마다 보고 익힌다. 기억력은 완벽하게 이해하는데 달려 있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매우 주의 깊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만 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상기함으로써 복구를 해줘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 보고 익혀야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누군가를 가르쳐 보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이만한 방법은 없다.

  고전을 읽을 때에는 구절을 읽고 해석하는데 적합한 것들만을 이용해야 한다. 교사가 당시의 야심가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고대 저술가들의 수려한 문체와 흠잡을 데 없는 내용이 중요하다. 교사는 저자와 그의 주장을 공유하고 어떤 점에서 좋고 유익한지를 알려줘야 한다. 작품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그 차이를 알려 줘야 한다. 모든 것은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책의 절반은 교육방법론 절반은 에라스무스의 편지들로 담겨 있다. 편지의 경우에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사물과 언어의 지식에 대한 설명은 동의한다. 우리는 말로 혹은 글로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어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다. 무슨 느낌인지 알겠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기억할 수 없다.

  사실 공부법이 아니라 교사의 자질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교사라는 직업은 참으로 힘든 직업이라고 얘기하지만 너무나 중요한 직업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에라스무스가 말하는 교사가 되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 그 힘겨움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그래서 교사는 그런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아이들이 제대로 익혀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노력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평생 학문만 가까이했던 학자가 바라는 교사의 자질은 상당히 수준이 높다. 그때에도 지금에도 이런 훌륭한 교사는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중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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