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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김선희)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6. 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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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동안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가 생각나는 제목이었다. 어린이라는 대상은 늘 기발하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귀여움으로 무장한 친구들이다. 그에 반해 청소년들은 중2병을 바탕으로 사춘기와 반항 등의 대책 불가라던지 무섭다던지의 이미지가 강했다. 

  사실 어린이보다 더 많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시기가 사춘기가 아닐까 싶다. 어떤 육아서에서는 어릴 때보다 사춘기 때 더 많이 곁에 있어줘야 한다고 얘기한다. 청소년에게 의지할 수 있는 어른. 다른 면으로는 청소년을 존중하는 선생님이신 김선희 선생님의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육의 핵심이 수능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 시점에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은 모다가 문제라고 느끼지만 끊임없는 경쟁을 부추기고 불안감을 조장하면서 결국 그 방향으로 바꿀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런 결과 우선적인 교육은 입시비리를 만들었고 가진 자들만 좋은 것을 독식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혹독한 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은 공감과 연대 대신에 친구들을 적으로 간주해야만 했다. 잘하지 못하는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자기 비하'에 빠지기도 했다.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사춘기에 경쟁에 내몰리면서 자기혐오와 개인주의의 극대화가 완성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 환경 속에서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시냅스가 재배열된다는 사춘기에 겪는 환경은 그런 인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

  그런 와중에 이런 선생님이 있다는 것은 늘 신기하다. 그야말로 멸종위기 동물 같은 선생님들이다. 저자인 김선희 선생님도 자신을 끝까지 지지하고 믿어준 선생님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어 지금의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선생님의 제자들도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김선희 선생님의 '공감대화'는 고개를 끄덕이는 훌륭한 대화법이고 읽고 있다 보면 정말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마저 든다. 무엇보다 더 신기한 것은 아이들의 반응이다.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은 아이들의 반응은 실로 놀라웠다. 공감의 대화법에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다. 선생님의 한결같은 모습과 잘못을 했을 때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선생님이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예가 되었다.

  인류는 발전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롯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없어진다. 폴리 매스를 지향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하나를 제대로 해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경계에 걸쳐 있는 사람들과의 연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토론이나 논쟁을 통해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AI가 급격히 발전하는 지금의 시대에 우리는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공부하는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시험을 보게 만드는 것은 키우고 있는 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죽지는 않았는지 하며 뿌리째 뽑아서 뿌리를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한 교육학자는 얘기했다. 인간은 모두 잘하고 싶은 것이 있고 잘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청소년이라고 다르지 않다. 똑같은 것을 가르치고 누가 잘 외우냐고 테스트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마라토너에게 전략이 다르듯 아이들도 성장하는 시기가 서로 다를 것인데 기간마다 컷오프 시키는 것이 맞을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부터의 시험은 모두 오픈북이어야 한다고 얘기한 대학교 시절의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우리의 교육도 암기가 아니라 활용이 되어야 하고 혼자서가 아니라 함께 풀어나가는 방법을 점점 더 늘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경 사회 이후로 전혀 진화하지 못한 인간이 이토록 발전을 이룬 것은 지식의 공유의 발달이었고 이런 '집단 지능'이 가능하도록 기술적인 연결을 발전과 더불어 감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시스템과 함께 이런 선생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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