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유명했던 분은 바로 푸름이 아빠였다. 독서 육아로 유명해지신 분인데 너무 빡센 독서로 인해서 거부감이 드는 분들도 많았던 것 같다. 이 책은 또 다른 독서육아를 했던 하은맘의 이야기도 조금 더 가볍고 현실성 있어서 푸름이 아빠보다는 편하게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벌이가 뻔한 일반인들에게 육아는 꽤 중요한 문제다. 아이의 진로는 7세에 결정 난다고 얘기하는 책도 있을 정도다. 아이가 어릴 때 더욱더 많은 것을 받아 들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머리도 결국 용량 한계는 드러나게 마련이 아닐까? 꿈꾸기 전에 모든 것을 해결해 버리는 부모 덕분에 꿈꾸는 법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많은 요즘 세상에 또 하나의 육아법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내려놓는 것이다. 기대보다는 응원이 필요한 아이들이고 공부보다는 놀이가 필요한 지점이다. 지식보다는 태도를 익히는 나이이기도 하다. 어릴 때 공부는 공부가 독서가 즐거운 것이다라는 인지가 전부가 아닐까 싶다. 인풋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아웃풋을 기대하게 된다. 비싼 학원과 교재는 부모의 무리를 부르고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에게 몹쓸 짓을 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학습은 노출의 문제이지 교제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좋은 책과 나쁜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싼 책과 싼 책이 있을 뿐이라는 하은맘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의 사회성은 부모와의 유대감으로부터 시작된다. 육아를 위해서는 부모의 여유가 필요하다. 비싼 교제를 산다고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 책을 고른다고 잠을 줄이지 말자. 부모의 체력은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인내심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책들은 나쁘지 않다. 무엇이든 어렵지 않은 것으로 바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 고르다가 시기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지방은 서울과 달리 선택지가 많지도 않고, 육아에 그렇게까지 많은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아서 책 육아를 시작했던 것 같다. 아내나 나나 학원은 예체능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피아노나 미술 학원만 보냈었다. 그리고 언제나 학교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어놀았다. 운동시켜야 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을 정도로 체력도 좋았다. 누나는 공부는 엉덩이 힘으로 하는 거라고 지지도 해줬다.
아이들의 독서 욕구는 가장 마지막에 생기는 거라 책은 꼭 자기 전에 가져온다. 나도 새벽 한 시까지 읽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딸내미는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우기도 했다. 다른 아이 퍼즐 36p 맞춘다고 자랑할 때 100p 넘는 걸 맞추곤 했다.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평범해졌다고 느낄 정도로 놀라움을 안겨주곤 했다. 독서도 영어도 하은맘처럼 했던 것 같다. 잦은 노출과 거부감 없는 것이 중요했다.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즐겁게 하고 있다.
독서든 영어든 독서 육아를 하려면 중요한 것이 책이 많아야 한다. 발에 밟힐 정도로 많아야 한다. 집 어느 곳에 가도 책이 있어야 한다. 책을 봐야지 하며 책장에 가서 뽑는 경우는 거의 없다. 놀이를 하며 뒹굴다가 우연히 본 책 표지에 호기심을 느껴 보게 된다. 더 어릴 때에는 호기심을 보이려 하면 바로 잡고 읽어줘야 한다. 아빠는 그런 찬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가져오는 책을 읽어주는 것이라도 해야 한다. 함께 읽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점에 가면 아이가 애써 고른 책을 다시 책장에 집어넣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면서 어려운 책을 고르며 이젠 이런 책을 읽어야지라고 말한다. 아이의 소중한 독서 의지를 꺾어 버린 뒤 내미는 책은 흥미로울 수가 없다. 책 사는데 돈 아까워하지 말고 놀이동산 한번 덜 가면 된다. 유명한 곳에 가서 사진 찍고 포스팅하는 건 누구를 위한 일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이 책은 보살처럼 완벽함을 보여주는 육아서가 아니다. 아이의 행동에 정신 나간 듯 폭발을 거듭하며 육아의 길을 찾아간 하은맘의 이야기다. 아이에게 아웃풋을 요구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아이의 그릇의 크기는 누구도 모른다. 그저 꾸준히 부어주며 예뻐해 주면 언젠가 넘치게 된다. 넘치기 시작하면 그 힘으로 스스로 하게 되는 힘이 생긴다. 그런 뒤에도 여러 번 좌절하지만 다시 제자리로 찾아오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하다.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을 집어넣어 주는 것이 아니라 집중할 무언가를 찾아주는 것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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