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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계 질서 (레이 달리오) - 한빛비즈

야곰야곰+책벌레 2022. 6. 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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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지구에 탄생한 지 300만 년. 수메르 문명이 발생한 지 7000년 정도가 흘렀다. 인류의 문명은 점점 더 발전해서 집단을 형성했고 부족으로부터 제국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발전을 이루며 살아왔다. 우주에 모든 것들은 발생하고 성장하고 노화해서 결국 다시 원소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것이 미생물이든 항성이든 그 크기에 예외는 없다. 인간만 만든 문명조차도 이 법칙을 비껴갈 수는 없다.

세계적인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경제의 흐름을 연구하다가 결국 인류의 역사를 분석하기에 이르렀다. 제국의 흥망성쇠는 결국 부와 권력의 이동이었고 이것은 일정한 법칙을 따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계의 질서는 18개의 결정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고 분석하였다. 그중에는 금융 사이클이나 국내 질서, 국제 질서뿐만 아니라 교육과 혁신, 기술개발, 자연재해 등도 포함된다. 정확한 시기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세상이 어느 단계에 들어서 있으며 어떤 현상이 다가올지는 예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돈을 버는 것에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그는 투자자임을 잊지 않은 것 같다. 여러 나라의 상황을 냉정적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살고 있는 미국을 비판하고 중국의 좋음 점을 얘기하며) 권력과 자본의 냉정한 이동을 얘기하고 있었다. 미국인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투자자 자신의 객관적 분석을 공유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국가의 중흥에 영향을 주는 결정 요인은 물려받는 지리적 위치나 천연자원 그리고 기후나 질병 같은 자연재해 등과 인적 자본으로 결정되는 인간의 본성과 문화가 있다. 물려받는 결정 요인들은 큰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이기도 하고 인적 자본의 결정 요인보다는 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역사는 국민의 자질과 협동심이 가장 중요함을 입증하고 있다.
그럼 인간의 본성을 결정하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는 자기 이익이다. 특히 자기 생존 욕구는 모든 사람과 조직, 정부의 가장 중요한 존재 동기이다. 누구의 이익을 추구하느냐는 사회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두 번째는 이익을 창출해서 부와 권력을 유지하는 욕구다. 흑자를 내는 조직은 오랜 기간 성공을 누린다. 세 번째는 저축하고 구매력을 획득하는 것은 국가의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 자본 시장의 발달은 중요한 결정 요인이다.

인류의 창조성은 생산성의 증가와 생활 수준의 향상을 가져왔다. 하지만 '부자는 삼대를 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국가가 발전하면서 다른 사고방식의 문화가 생긴다. 이런 사고방식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사람은 장기적인 편안함보다 단기적 만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정치인들은 가까운 미래만 생각하고 예산의 한계에 부딪힌 어려운 선택을 좋아하지 않는다. 국민에 세금을 거두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다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단절된 국가는 경쟁에서 뒤처지고 세계를 보고 배운 국가만이 최고가 될 수 있다. 훌륭한 리더가 필요한 이유다.

빈부의 격자, 가치관의 차이, 정치의 좌/우 성향, 공생/공명 관계, 군사력 같은 것들도 영향을 주게 된다. 개인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요즘이지만 사실 국가 입장에서 본다면 더 큰 집단을 (특히 국가) 더 중요시하는 것이 더 좋다. 국민의 응집력은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통합은 성장을 분열은 공멸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과 같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6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내란과 혁명과 같은 일로 구 시대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생겨나면 국가는 성장의 길을 걷는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권력은 통합되고 강력한 추진력을 얻는다. 불평등은 적으며 경제 성장을 통해서 점점 이익이 생기게 된다. 국가의 발전은 자연스레 양극화로 이어지지만 충분한 성장이 있다면 갈등은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국력이 기울어지고 생산력이 떨어지면 양극화로 인한 갈등은 심화되고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폭발하고 새로운 질서로 이양된다. 한 국가의 발전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권력의 능력과 그들이 채택한 제도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각 단계마다 필요한 리더상이 다르기도 했다.

6단계 중에 5 단계가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평균값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은 지난 대선에서 느꼈다. 우리나라는 전체적인 지수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개인이 체감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전체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이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은 사치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고, 관료주의가 팽배하여 합리적인 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생긴다.

포퓰리즘과 극단주의가 득세하는데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기득권층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수록 더욱 인기를 얻는다. 게다가 계급투쟁이 생겨 적과 아군으로 분류하기 시작하고 상대를 악마화 한다. 사람들이 감정적일수록 언론은 왜곡과 선전 선동은 더욱 증가한다. 대중의 지지를 얻어 상대방을 없애기 위해 언론과 협력하기도 한다. 체제보다 목표가 더 중요해지면서 비윤리적인 투쟁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한다. 사법 제도와 경찰력을 지배하는 권력이 이를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하게 된다. 5 단계의 후반으로 갈수록 시위가 다발하고 더욱 폭력적으로 변한다.

어떤가? 지난 대선부터 지금 새로운 정부의 인선까지 기가 막히도록 들어맞는다. 이 상황이 내전과 혁명의 6 단계의 전초전의 현상이라니 소름 돋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한 나라의 사이클을 국제적으로 옮기면 더욱 복잡해진다. 국제 관계에서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위 강대국들은 여러 나라와의 협의체인 UN과 같은 국제기구보다 힘이 더 세기 때문이다. 국제 관계는 그야말로 야생의 법칙으로 움직인다. 세계 속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국민과 부패가 없는 정부 효율적인 제도를 바탕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과 생산력, 그를 기반으로 한 금융 그리고 군사력이 필요하다. 최강의 자리에 있는 나라는 늘 기축통화를 가지게 되어 더욱 막강해지지만 그것 곧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기축통화국의 자리를 잃었을 때의 위험함은 정말 엄청나기 때문이다.
국가의 성장은 교육으로부터 시작했고 기술로 인한 게임 체인저(산업혁명)의 등장으로 막강해지며 많은 수출로 인한 자본의 유입으로 세계의 금융도시를 가지게 된다. 가난함을 모르고 태어나는 새로운 세대들은 국가가 가난해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기도 한다. 생산성보다는 개인의 행복 추구로 인해서 적은 임금으로도 기꺼이 일을 하려는 신흥강국들에게 제조기반 시설과 일자리를 뺏기게 된다. 선진국이 신흥국에게 돈을 빌려 사치를 부리는 일은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냉정한 투자자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었다. 최대한 데이터로만 얘기하려는 모습에서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부분에서도 읽어낼 수 있었다. 중국에 대해서 굉장히 호평을 하고 있는데, 중국에 대해 기피 감이 있는 나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몇 가지 있기도 했다. 내가 보아온 중국 근로자들은 그렇게 근면하지도 윗사람을 존경하지도 않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중 분쟁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

사실 사례를 빼면 조금 더 빨리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도 1부만 읽어도 충분히 좋은 책이다. 국가와 제국의 흥망성쇠를 잘 다뤘다. 중국의 긴 역사 그리고 부상하고 있는 신흥강국이라는 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굉장히 호의적이다. 투자자가 아니라 일반인이라면 국가가 만들어지고 멸망하는 과정만 읽어도 재밌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입해서 보니 더욱 재밌었다.

이렇게 광범위한 역사를 경제에 연결했다는 것에 대단함이 있다. 레이 달리오가 설명하는 제국의 흥망성쇠 그리고 투자 기회와 투자를 거두워야 하는 지점에 대해 알아갈 수 있기도 했다. 여러 학문이 복합적으로 적혀 있는 이 책 시간이 있다면 느긋이 읽어볼 것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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